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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기후위기 대응 국제적 재원분담과 한국의 선택

지난달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기후변화총회(COP27)는 폐막일을 이틀이나 늦추면서 ‘샤름엘세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했다. 이 이행계획은 파리협정의 주요 의제인 감축, 적응, 재원, 기술, 역량배양에 추가하여, 손실과 피해, 에너지, 해양, 산림, 조기경보, 정의로운 전환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행동계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이례적인 폭우로 국토의 ⅓이 물에 잠기고 1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영국에서는 50도 가까운 폭염으로 활주로가 녹고 철로가 뒤틀렸다. 우리나라도 지난 겨울에 때아닌 가뭄과 이상고온속에서 울진에서 9일간 산불이 계속되더니, 여름 들어서는 8월초 재난급 폭우가 닥치면서 서울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며 하루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런 기상재해를 겪은 후 열린 때문인지 이집트 기후변화총회는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를 정식 의제로 채택했다. 그리고 ‘손실과 피해 기금(Loss & Damage Fund)’를 창설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을 이번 COP27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슈에서 항상 그렇듯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개도국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명시한 지원 요청액은 2030년까지 5조8000억~5조 9000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7700조 원이다. 재원 공여국 확대 논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도국의 지위 뒤에 숨기 어렵다. 이미 G20 회원국이며,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국가(HIC)·주요 경제국(Major Economics)·온실가스 다배출 국가(Major Emitter) 등 여러 범주에 동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 국가이며 동시에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국격에 맞는 재원 공여가 정답이다. 다만, 전략적인 집행은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이 주장했던 2025년 배출정점 문제는 이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감축은 포함되었다. 또한 감축작업프로그램(Mitigation Work Program)을 신설하여,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강화하기로 하였고, 민간도 참여한 대화체(dialogue)를 구성하여 부문별 및 주제별 감축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도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NDC 달성을 위해 국내 이행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업들의 해외 감축활동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의 주장과 같이 그린ODA(공적개발원조)를 ‘K-그린 파트너십(Green Partnership)’으로 국가 브랜드화할 필요가 있다. 이전 총회와 비교하여 이번 총회에서 많이 등장한 용어가 ‘정의(Justice)’였다. 현재의 기후변화가 과거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개도국의 주장이 큰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이제는 다시 ‘기후 정의’로 의미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번 총회에서도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하여 ‘정의로운 전환작업 프로그램’을 작성하기로 합의하였다. 또, 이전의 총회와 비교하여 ‘탈화석연료’ 논의가 강해졌다고 평가되고 있다. 국내외 화석연료 사업과 관련하여, 공적 금융 투입 제한 등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1992년 지구의 환경문제를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개최된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고 꼭 30년이 지났다. 200개 가까운 협약 당사국들은 매년 기후변화총회(COP)를 개최하고 있고,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을 채택한 바 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한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1992년과 비교하여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1992년 3억4000만 톤에서 2021년 7억 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배출량의 결과인 전 지구 온실가스 농도는 350ppm에서 420ppm으로 20% 상승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환경문제가 아니고 금융 문제가 되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1석 2조’의 지혜를 찾아야 겠다.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전의찬 세종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EE칼럼] 미세먼지 저감 한·중·일 협력, 성과 내려면

겨울철에도 추위가 한풀 꺾일 때면 고개를 드는 것이 미세먼지 걱정이다.지난 1일 ‘제23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23)’가 화상회의로 열렸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는 매년 미세먼지 저감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데, 올해에는 좀 더 확대된 미세먼지 저감과 탄소중립 달성, 순환경제, 생물다양성 보전 등 광범위한 주요 환경 현안과 앞으로의 협력방안이 논의되었다.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중일 모두에게 아무래도 가장 민감하고 주요한 정책은 탄소 중립과 관련된 부문인 듯 하다. 그 외의 부문에서는 한국이 주로 ODA(공적개발원조) 중심으로 기후 환경에서의 국제사회에의 기여를 강조했다면, 중국은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 의장국으로서 생물다양성 체계 채택을 강조하였고, 일본은 플라스틱오염 저감 방안과 협력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 감소 노력의 성과로 PM2.5 농도의 감소추세(2017년 25→ 2021년 18㎍/㎥)를 설명하면서 한·중·일 3국이 더 깨끗한 공기질을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했다.국제 보건기구(WHO)가 지난해 9월 강화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미세먼지 권장 한도는 연간 평균 15㎍/㎥ 이하로, 24시간 기준 45㎍/㎥와 초미세먼지는 연간 5㎍/㎥ 아래로 하고, 24시간 기준 15㎍/㎥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장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그러한 기준을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제안이었다고 본다.이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개별 국가가 처한 상황을 협력으로 풀어가는 것보다 공동의 이해가 걸린 공해 상의 해양 오염을 풀어가는 방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해양 오염을 총괄하여 다루고 있는 유엔 산하의 국제 기구는 국제해사기구 IMO이다. 여기서 주관하는 해양오염방지협약 (MARPOL)에 따라 그간 공해를 운행하는 선박이 유발하는 6가지 주요 오염을 정하여 부속서를 통해 규제하여 왔고, 더 나아가 각 물질별로 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하는 배출규제지역 (ECA)도 지정하고 있다. 선박으로부터의 대기오염 방지와 관련하여서는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한 규제,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 규제, 황산화물 배출 허용 규제, 휘발성 유기물 화합물 규제, 선박 연료유에 관한 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에 대한 부분도 채택이 되어서 전 지역에 적용 예정인데 기준 대비 새로 건설하는 선박에 대하여서는 2025년부터는 에너지효율설계지수를 30% 감소하도록 하고 있으며, LNG와 LPG운반선, 컨테이너선에 대하여서는 202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현재 운행하는 선박에 대하여서는 2023년부터 에너지 효율을 20% 이상 향상하는 것을 의무화하여 노후 선박을 혁신적인 신조선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또한 IMO는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유에 대하여 전주기 탄소배출 평가 방법론과 탄소 부담금 등의 시장 기반 조치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이러한 IMO의 해양 오염에 대한 대응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IMO 의 역할은 공해라는 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은 해양으로 모든 국가에 개방되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합의와 동의를 가지고 추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대기문제와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선박용 연료유에 대한 전주기 평가 방법이 채택되는 경우에 이는 개별 국가에 대한 차별적인 에너지 자원에 대한 입장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몽골과 같이 석탄이 풍부한 지역에서 대기/기후 친화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천연가스 사용이 강조되고 개발에 제한을 받는 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될 수 있다.셋째, 각기 다른 국가적 우선 순위와 입장의 차이로 협력이 강조되는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와 감축과 같은 분야가 점진적으로 국제간 규제와 관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넷째, 한중일은 3국 사이에 각국의 환경정책 현황과 발전 방향을 공유하고 지역 내 환경개선과 전 지구적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대기 부문은 협력의 수준을 넘어서는 탄소 중립이나 기후 환경 문제로 귀결되어 규제나 책임의 틀 안에서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전세계적인 강력한 규제와 관리에 대한 해법으로 글로벌 시장에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기회의 장에 빠르게 대응하여 주도권을 지켜가는 힘은 결국 우리 기업의 역량과 기업가 정신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 고비용-저효율 에너지산업에 가격신호 작동하게

에너지 활용에서 한국의 효율성이 현저하게 뒤처져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9월 말 비상경제장관회의 자료에서도 정부는 한국의 에너지원단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1위임을 밝히면서 에너지 저소비-고효율의 경제구조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대다수 전문가는 공감한다. 특히 30조원에 육박하는 한전 적자가 원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 에너지산업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총량적인 비효율성이 첫 번째 문제라면, 에너지 자원의 구성과 밸런스 그리고 흐름이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소비자가 부담하는 에너지 가격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밖에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가로막는 제약요인이 적지 않다. 일례로 한국형 1400MW 원전과 최현대식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놓고도 송전선이 없어 발전이 어렵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다. 그보다 먼저 전력의 소비가 수도권에 편중되고 생산은 반대로 남쪽 해안가에 몰려있어 전력의 배달 루트가 너무 멀고 막히기도 한다. 이른바 분산화가 안 되는 문제인데 전기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할 때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소매 전기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하다고 해도 데이터센터나 큰 공장과 같은 대용량 수용가가 개별적으로 발전소와 계약해서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면 분산화는 훨씬 쉽게 달성될 수도 있었다. 발전소 인근에서 싸게 전력을 공급받아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면 전력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었다. 즉, 소매요금이 경직적이라도 도매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었으면 한정된 전력자원의 전체적인 활용도는 높았을 것이다. 에너지산업을 칸막이식으로 운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었다면 더 큰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었다. 가스공사가 LNG 저장탱크 부지에 자연적으로 기화되는 LNG를 태워 발전할 수 있는 발전설비를 건설할 수 있었다면 효율적인 LNG 발전소를 전국에 여러 개 지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발전사업자가 자유롭게 LNG를 도입하고 재판매할 수 있다면 국내의 천연가스 자원은 훨씬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남고 모자라는 물량을 처분하기도 쉬웠을 것이며 그 결과 LNG 발전소는 값싼 연료를 쉽게 구할 수도 있었으며 한전의 전력구입 비용을 낮춰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발전설비와 에너지 설비간의 인수합병(M&A)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끼리 또는 민간발전사와 발전 공기업간 자유롭게 설비를 사고팔 수 있게 되거나, 더 나아가서 가스공사와 발전회사가 발전설비와 저장탱크의 일부를 사고 팔거나 임대하는 것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도 꿈꿔볼 수 있다.논의를 정리하면 소매 전기요금이 가격규제에 묶이게 되면서 적정 이상으로 전력을 과잉소비하는 총량적 문제가 나타났으며 지역 차등요금이 실현되지 않아서 전력자원의 효율적 지역배분이 제한되었다. 전력의 현물시장 거래가 경직적이라면 계약시장 거래로 우회할 수 있도록 풀어 주었어야 하는데 이 또한 대용량 단위의 전력거래가 허용되지 않아 가격신호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에너지산업의 칸막이식 규제는 효율적인 연료의 활용과 재판매 기회를 막게 되고 사업자간 경쟁압력이 발현될 수 없어 비효율이 방치되고, 구조화되고, 장기화되어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타성을 만들어 버렸다. 에너지 설비의 재산권에 대한 가격신호는 에너지 설비수명 현금흐름(life-time cash flow)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운영주체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과 같이 진입규제와 가격규제로 꽉 막혀 있는 에너지산업에서는 쉽지 않은 꿈이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고립된 ‘에너지 섬‘인 한국은 국내에서나마 효율적이고도 유연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신호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답이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탄소중립시대, ‘원자력 선박’ 인허가 체계 마련을

요즘 해운업계가 노심초사다.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IMO는 현재 175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유엔산하 국제기구로 해운 및 조선에 관한 현안을 다룬다. IMO는 2018년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초기전략’을 채택했다. 여기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하였다. 그런데 최근 IMO는 내년까지 국제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도입하려 논의 중이다. 해운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다. 그 배출 규모는 세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3%가량이다. 지난 30여 년간 해운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2018년 기준 배출량은 10억 7,600만 톤(CO2 eq.)으로, 이는 1990년 대비 약 2배, 2021년 대비 9.6% 늘어난 것이다. 해운업계는 선박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고 한다. 2012~2018년간 온실가스를 최다 배출한 국제 해운 선박은 화석연료인 중유와 혼합유를 사용하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등이었다. 해운업계는 선박의 화석연료를 단기적으로는 LNG로, 장기적으로는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바이오 연료 등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고려 중인 친환경 연료는 한계가 있다. LNG로 연료를 전환 중이지만, 고속 컨테이너선이나 대형 유조선, 벌크선 등이 요구하는 높은 항속을 만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배출량이 적긴 하지만 LNG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장기적 친환경 연료인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등은 생산 과정 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사용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저장이나 독성 문제 등까지 해결해야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원자력이 해운업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원자력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높은 항속이 필요한 선박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미국은 원자력 추진 선박 엔진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DOE)는 미국선급협회(ABS)와 첨단 원자력 추진 장치를 상용 선박에 적용하는 80만 달러 규모의 연구 계약을 체결하였다. ABS는 이 연구를 통해 해양 분야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첨단 원자로 모델을 개발한다. 이 연구는 미국 아이다호(Idaho) 국립연구소의 국립원자로혁신센터(NRIC)가 지원한다. DOE는 이와 별도로 텍사스 대학이 수행하는 용융염원자로(MSR)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ABS와 계약을 맺었다.우리나라 기업도 원자력 추진 선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 대기업은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MSR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이 MSR을 기반으로 원자력 추진 선박을 개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원자력과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 두 분야의 기술을 융합한다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친환경 선박 시장을 주름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원자력 추진 선박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한 인허가체계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엔진으로서 소형 원자로를 장착한다. 그런데 이 원자로는 육상에 설치된 원자로와 가동 환경이 크게 다르다. 또 핵연료가 장착된 원자로를 싣고 선박이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녀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여, 원자력 추진 선박의 안전성과 핵비확산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인허가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야 원자력 추진 선박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미처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정부는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한 인허가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자력 추진 선박의 실현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생겼다. 원자력 추진 선박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고민과 해운업계의 생존적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다. 누가 먼저 이것을 실현하느냐가 세계 해운 및 조선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것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E칼럼] 탄녹위, NDC 상향안부터 현실 맞게 손봐야

지난 10월 26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공식 출범하고 새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과 추진과제가 발표되었다. 그날 위원들과의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국제사회에 제시했으나 국민들이, 또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 "과학적 근거도 없고, 또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라던가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를 하면 그것이 주는 국민들의 부담이 어떤 건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다.", "어찌 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NDC 상향안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지난달 전경련의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과 비슷한 인식이 확인되었다. 기업들은 ‘NDC 상향안의 실현가능성이 낮다(48%)’를 ‘적정하다(16%)’ 보다 3배 높게, 그리고 대부분 ‘재검토가 필요하다(82%)’고 응답했다. 기업들도 NDC 상향안 목표를 무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NDC 상향안의 목표 설정에 이해가 안 되는 대목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키면서 2030년 탄소배출량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으로 정했다. 감축률 35%는 2050년을 탄소제로 연도로 정하고 기간으로 나눈 값으로서 큰 고민없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정부조차도 도전적인 목표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11월, 26차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감축률을 40%로 더욱 높여 발표했다. 숫자 결정 과정에 대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으나 돌아 온 답은 ’모른다‘ 였다. 누군가는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한 미스터리다. 지난해 발표된 NDC 상향안이 엉터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산업별 감축목표, 발전믹스는 있으나 전체 에너지원별 구성(에너지밸런스)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탄녹위는 출범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분과별 회의를 포함하여 11월말까지 총 10회의 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원회는 3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3차 회의에서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심의·의결했다. 일부 표현은 다르지만 탄녹위는 검토의견으로서 원전확대 반대, 수요관리 강화, 온실가스 배출목표 달성방안 보완,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회의록에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하게 생각되는 타분야 전력화 미반영에 따른 전력수요 과소예측 문제, 재생에너지 용량 확대 가능성 진단, 석탄발전소에 대한 좌초비용 보상 방안, NDC 이행의 소요비용 추정과 전기요금 영향 등을 논의한 기록은 없다. 특히 전력수요의 과소예측 문제가 심각한데 필자가 지난 9월 EE칼럼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다룬 바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회의록만 보아서는 탄녹위는 전 정부 탄소중립위원회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임명직 위원 중 에너지전문가가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탄녹위가 전력수요예측을 비롯한 다른 것들에 대해 논의조차 없었다면 심각한 문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는 ‘정부는 국가비전 및 중장기감축목표 등의 달성을 위하여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또 법의 부칙 제2조 2항에 ‘최초 국가기본계획은 이 법 시행일(2022년 9월25일)부터 1년 이내에 수립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계획수립 만료일이 10개월여 남아있을 뿐이다. 탄녹위가 할 일이고, 일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녹위 홈페이지를 훑어본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탈원전을 전제로 수립된 NDC,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가 여전히 게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반영하여 수정될 예정이다‘ 정도의 양해 글조차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어 탈원전이 폐기된 후 7개월이 되었고 탄녹위 사무처는 지속적으로 가동되고 있었을 것이다. 극한 무신경이라 표현하면 적당할까.NDC 수정안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서 윤 대통령의 언급에 그 내용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과학적 근거가 있을 것, 산업계를 비롯하여 국민여론을 수렴할 것, 로드맵을 수립할 것, 국민들이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분석할 것’ 등이다. 이 내용들이 수립되는 수정안에 포함될 수 있다면 이전 정부의 환타지 NDC 상향안에 비해 휠씬 현실적이고 수준 높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탄녹위가 좋은 말들을 모아서 전략과 추진 과제를 발표하고 흡족해할 시간은 거의 없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탄녹위는 간간히 만나서 밥이나 먹는 ‘동호인 위원회’가 되고 말 것이다.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 10차 전기본, 합리성·실현가능성 있게 수정돼야

정부가 공청회를 거쳐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을 공개했다. 2년에 한번씩 15년 단위로 수립되는 계획이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바뀌어 처음 수립된 계획이라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정부때 수립된 9차 에기본의 내용을 상당히 수정했지만 여전히 내용의 합리성이나 실현 가능성 등의 면에서 문제점이 엿보이고 있다. 문제점으로서 지적할 수 있는 첫번째는 전력수요 과소예측 가능성이다. 초안 작성을 주도한 10차전기본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미래사회 변화를 반영해 수요전망 체계를 고도화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장기 기온전망 통계 등을 활용해 전체 계획기간(2022~2036년) 동안의 전력수요를 전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전기화(electricification) 추세를 제대로 반영한 수요 전망인지 의문이 든다. 2050 탄소중립안에 따르면 2050년 전력수요가 2018년 대비 대폭 증가해 발전량 기준 1209~1258TWh에 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전력수요가 2018년 571TWh에서 2.3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이러한 전력수요 증가가 선형증가 모습을 보인다고 가정해 2030년 전력수요를 추정하면 약 770TWh가 된다. 그럼에도 이번 전기본에서는 당해년 전력수요를 615TWh로 적게 잡고 있다. 전력수요를 적게 잡은 이유는 아마도 작년 10월 제시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달성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전력수요(발전량)가 적을수록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어지고 이렇게 되면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018년 대비 44.4%(1억 1970만톤)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9차 전기본, 온실가스감축목표(NDC)상향안 등에서 탈원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것과 아울러 이번에도 의도가 담긴 과소예측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두번째 문제점은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전원믹스 목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정격 설비용량이 현재 27.5GW에서 2036년 108.3GW로 늘어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매년 5.7GW의 설비증설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에 올인한 문재인 정부 5년간 설비용량이 평균 3-4GW 증가한 것에 비춰볼 때 목표설정이 무리다. 입지한계·일사량·풍속·주민수용성·비용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30년에 21.6%로 NDC상향안의 30.2%보다 크게 낮췄지만 2036년에 30.6%로 다시 크게 높인 점도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작년 태양광·풍력 등 가변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4.3%에 그쳤다. 원자력 발전은 ‘탈원전 폐기’에 따른 기존 원전 계속 운전, 신한울 3·4호기 등의 신규원전 준공 등이 반영돼 2030년 발전량 비중을 NDC상향안의 23.9%보다 크게 높아진 32.8%로 잡았다. 원전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수로 압력관 교체 등으로 일부 원전의 계속운전이 2030년 이전에 불가능할 경우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세번째 문제점은 온실가스 감축 불가능성이다. 국가적으로 NDC상향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7년동안 매년 온실가스를 5% 이상 줄여야 하나,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받은 이전 정부 때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연간 4.1% 정도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전환부문에서는 전력수요량을 인위적으로 낮춘 흔적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 신재생에너지 백업발전으로 LNG발전 비중을 높게 유지해야 하고, 석탄발전도 최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급격한 발전축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문제점은 송전망 대응의 미흡성이다. 전력설비 증설과 관련해 송전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거 밀양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신규 송전망 건설은 민원,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10차 전기본은 원전의 경직성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 송전망의 신뢰도 검토 등의 정밀성이 뒷받침 되지 않아 계통의 불안정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점 전력수급계획 확정시 송전망 계획도 충분히 검토돼 반영돼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런 다양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최종안을 확정해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이 숫자 꿰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식을 줘서는 곤란하고, 과거 추진됐던 일련의 전기본 성과를 평가한 바탕위에서 보다 정합성이 있고 신뢰성 있는 계획을 확정하기 바란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청정수소 사업성 높일 ‘공급인증서 거래제’ 도입을

지난달 9일 윤석열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 수소경제 이행과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경제가 전 정권의 역점 추진 사업 중 하나였던 만큼, 자칫 위축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관련 업계에 감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에 개최된 위원회에서 무엇보다 현 정부의 수소경제 이행 및 수소산업 육성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재확인해주었다. 더욱이 내용상으로도 지난해 11월 발표되어 청정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천명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의 기조를 유지,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해주었다. 이로써 민간기업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 수소경제에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분명한 신호가 되었다고 평가된다.이번 위원회의 특징 중 하나는 산업계 민간위원을 확대, 수소경제 관제탑에 민간기업의 주도성이 강화된 점이다. 수소경제는 기업들이 수소라는 상품을 중심으로 영위하는 경제적 활동, 즉 수소 비즈니스의 총합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수소 비즈니스의 주체인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주도형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마찬가지로 청정수소 생산·공급도 역시 시장주도형 수소경제 기조 아래서 민간기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높은 생산원가로 인해 경쟁시장에서 청정수소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그래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로의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나 계획도 큰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정부의 청정 수소경제로의 전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실제 민간기업들이 청정수소로 사업, 즉 비즈니스를 수행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물론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여 현재 정부는 우선 청정수소의 기준과 인증제 운영방안을 마련,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를 2024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이 같은 청정수소 인증제와 연계하여, 한전, 구역전기사업자, RE100 수요 민간기업들이 입찰시장을 통해 수소·암모니아로 발전된 전력, 특히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력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2023년까지 개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이처럼 청정수소가 발전용으로 의무적으로 사용되면, 비록 높은 생산단가로 인해 수익성이 약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다만,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바로 청정수소 생산 및 공급, 나아가 유통 등 연관된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판매를 위한 최종소비처와 함께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수익, 다시 말해 충분한 수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청정수소 사업의 수익성은 일반 수소 시장가격보다 충분히 높은 청정수소의 가격이 뒷받침되어야 확보가 가능해지고, 결국 이는 전반적인 수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싸진 수소 가격은 다시 수소와 수소 활용 상품 수요를 위축시켜 수소경제로 이행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청정수소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이러한 방안으로서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와 연계한 ‘청정수소 공급인증서(Clean Hydrogen Certificate, CHC)’ 거래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이는 우선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에 의해서 인증된 청정수소의 생산·공급 실적에 따라 가령 청정수소 1톤당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1건을 발행하고, 물리적 의미에서의 청정수소와는 별도로 해당 공급인증서를 일정한 시장가격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거래제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청정수소 사용 의무화와 충분한 과징금 부과,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사용 의무 충족, 청정수소 공급인증서 거래플랫폼 구축과 참여자 개방 등의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완비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정부에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 전력·배출권 거래, 규제 풀고 시장기능에 맡겨라

어렸을 때 이런 수수께끼를 풀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각각 500원씩 빌려 1000원을 들고 가게에 갔다. 거기서 나는 970원짜리 과자를 샀고 거스름돈 30원을 받았다. 여기서 10원씩을 엄마와 아빠에게 드렸다. 따라서 엄마와 아빠는 490원씩 사용하였고, 나한테는 10원이 남았다. 그렇다면 490+490+10원으로 990원인데, 나머지 10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독자들 각자 수수께끼를 풀어보길 바란다. 조금만 살펴보면 애초에 수수께끼의 질문 세팅부터 잘못된 문제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내용이 어떤 분들에게는 약간 생소할 수 있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만일 발전사가 국제시장에서 LNG를 100만BTU당 15달러에 구매계약하였는데 당시에는 높은 가격이라 평가받았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평균가격이 3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기존 계약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고 하자. 그럼 이를 횡재이윤으로 봐서 그 가격 차이를 세금으로 거둬야 할까.만약 그 반대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은 어떠한가. 발전사와 판매사는 전기수요가 있는 곳에 무조건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그 손실은 어떻게 보상되는 것이 타당할까?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해 예비력을 유지하는 발전기는 어떻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합리적일까. 그 발전기가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예비력으로 운영되는지는 또 어떻게 검인증 할 수 있으며, 해당 비용에는 뭘 더하고 빼줘야 하는가? 배출권거래제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이행 비용의 평가에는 어떤 항목이 반영되어야 하나. 의무할당 준수 목적의 거래와 차익거래나 투기적 거래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배출권과 REC의 기준 가격은 뭐로 설정하는 것이 전기요금 반영에 타당할까. 기후환경비용이 시행되면서 간접배출규제와 몇 퍼센트 정도 중복규제일까. 이와 관련한 이중비용 부담의 규모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기후환경비용으로 실시간 환경급전이 가능할까. 만일 전면적인 유상할당으로 간다면 기후환경비용은 전기요금에 얼마만큼 반영해주는 것이 타당할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에서 요구되는 간접배출량 산정 및 보고 시 우리나라 간접배출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EERS) 제도로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졌는데 관련한 scope3 감축성과는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인정해 준다면 얼마나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까. 배출권과 REC의 교환가치를 인정해 줄 것인가. 기업이 RE100 이행을 위해 REC를 구매하면서 전기는 별도로 구매하는데 거기에는 어떠한 모순이 없을까. 이러한 수수께끼가 우리나라 전력과 배출권 시장에는 유달리 많다. 극히 일부만 소개한 것임에도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주로 시장제도에서 결정하는 사항을 우리나라는 여러 규정과 규제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연료비나 환경열량단가 산정 시 검토되어야 하는 사항들도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성과와 배출권 할당 등과 관련되는 내용도 있다. 또한 전기, 배출권, REC를 사고 팔며 탄소국경세를 지불하는 등의 행위와 관련 있다. 즉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와서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장을 살펴보면 주머니가 뒤섞이다 보니 누가 진짜 주인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또는 앞서 수수께끼처럼 애초에 질문 자체가 잘못 세팅됨으로써 엉뚱한 질문에 엉뚱한 답을 내놓으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복잡하고 상호 충돌하는 규정을 적용하여 그것도 사후적으로 대응하려다 보면 이미 시기를 놓칠 우려도 있다. 기상조건에 따라 전력수급이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는 재생에너지의 시대에는 분명 한계가 많은 접근방식이다.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에 대응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문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market)에서 작동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 이슈를 규제로 해결하려다 보면 복잡계가 증폭하게 되고 누군가 언젠가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그 비용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올 것인가 조차도 수수께끼라는 점이다. 귀한 시간에 매번 수수께끼를 풀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원전수준 국가안전관리로 안전최강국 만들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한달이 됐다. 진상규명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 있고,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단계로는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여야간 갈등으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이태원 참사를 실황중계를 통해 목도한 국민들은 누구나 선진국 반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후진국형 대형재난사고가 왜 반복하여 일어나고 있는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방법은 없는지 깊게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안전이란 ‘재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상태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숨은 위험을 예측해서 대책이 마련된 상태’라고 정의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08년 세월호 침몰, 2022년 이태원 참사 등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170여개의 크고 작은 사고들의 원인이 비슷한 것을 보면 소를 잃은 뒤에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은 잘못이 크다.안전 대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국가의 경쟁력이다. 안전전문가 김석철 박사는 ‘재난반복사회’라는 저서에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대형재난에 대한 정부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하고 있다. 먼저 대형재난의 원인을 법규체제미비, 인력부족, 장비부족, 부처간 소통 부재, 콘트롤 타워 부재 등에서 찾고 있다. 이어 서 제시되는 해결책 또한 항상 틀에 박힌 듯 정해져 있다고 지적한다. 즉, 산재되어 있는 안전 및 재난대응 관련 법규의 정비, 안전 및 재난 관련 예산과 인력의 우선 배정, 재난대응 관련 조직 확대 개편, 콘트롤 타워 일원화 등이다.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대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이 부족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실패의 자산화’에 늘 실패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국민은 안전불감증이 심하므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가고 재난에 대한 관심이 흐려지면 슬그머니 재난안전규제가 완화되고 ‘효율성’ 명분하에 조직과 예산이 축소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 후진국형 재난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결국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 시스템이 생활화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필자가 몸 담았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모든 회의와 행사 시작전에 안전본부장이 안전메시지를 간단하게 발표하는 시간, 즉 ‘세이프티 모멘트(Safety Moment)’부터 갖는 것이 제도화돼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해 임직원들이 안전관련 최신 이슈·안전 제도 및 정책 등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안전에 경각심을 갖게 하려는 취지다. ‘안전문화(Safety Culture)’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산업에 최초로 도입된 개념으로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조직문화’이다. 체르노빌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에 안전문화가 큰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이제 정부는 거국적인 안전문화캠페인을 전개하면서 ‘2023년 재난사고 제로시대‘ 를 선언하기를 제안한다. 이태원 참사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발생한 제반 대형사고에 대한 근본원인 분석(Root cause analysis)을 통해 실효성과 지속성을 지닌 예방적 시스템의 구축과 국민안전문화의 혁신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예를 들면 국가경영전반에 대하여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의 구축과 한수원 안전문화 실천프로그램의 적용이다. 가능하다면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와 정부기관의 모든 주요회의나 행사에 ‘세이프티 모멘트’를 시행하면 어떨까. 안전관련 정부조직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도 정부 재난안전 대책의 상징성을 강화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원자력분야의 안전시스템은 산업 특성상 가장 앞서 있는 안전설계개념(심층방어·다중성·다양성·독립성 등)과 최고수준의 안전문화 증진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다중복합 안전관리체제 구축에 적극 벤치마킹하길 바란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필자는 원자력발전소장 재임시절 매일 1000여명의 종사자들이 ‘손가락 하나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게 해 달라고 간구했고 안전시스템이 작동된 결과 그렇게 지켜졌었다. 대통령부터 앞장서 우리 국민 5000만명이 한사람도 다치지 않게 매일 소원하고 안전안보 최우선의 국정운영을 해주길 소망한다. 안전 최강국 대한민국을 ‘세이프티 모멘트‘로 시작하자.조병옥 한동대학교 객원교수/기업재난안전협회 부회장

[김성우 칼럼] 탄녹위 출범과 에너지 기술혁신

정부가 지난 21일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 이행안’(이하 전략이행안)을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수소 공급, 무탄소 전력공급, 친환경 자동차 등 4개 분야가 대상이다.CCUS 분야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특성상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전략수단으로 글로벌 시장도 초기 형성 단계에서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2050년 연 1500만톤의 세계 최대 규모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에너지는 물론 수송 및 산업까지 다양한 부문의 핵심 감축수단인 수소 분야도 생산·공급과 더불어 수소 액화 기술 국산화 등 전주기의 기술혁신을 통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암모니아 및 수소를 연료로 발전하는 무탄소 전력 확대로 안정적인 기저 발전에 기여한다.또한 2030년까지 친환경자동차 450만대 보급 목표 아래, 리튬-황, 리튬금속 전지 등 차세대 전지 차량 실증을 완료하고 초급속 충전 핵심 기술을 2025년까지 국산화해 충전 시간을 1/3로 단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이번에 발표된 전략이행안은 지난달 26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출범시 공개된 새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술혁신 전략’의 후속조치 중 하나이다. 탄녹위는 탄소중립기본법에 의거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을 위한 주요 정책 및 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함으로써,국가의 탄소중립 이행을 계획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위원회 출범식에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추진전략과 더불어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국가의 미션을 기반으로 기술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하는 기술혁신 전략이 발표되었고, 이 기술혁신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이행안이 후속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특히 주목할 점은 탄녹위 첫 전체회의에서 기술혁신전략을 전체추진전략과 같은 시간 비중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전신 위원회들에도 참여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이는 정부가 얼마나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말해 준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술혁신 전략’에 따르면,민관이 함께 핵심기술을 타겟팅하고 현장까지 적용할 수 있는 범부처 체계를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한 첫번째 전략은 민간 주도의 임무중심 기술혁신 기반 구축이다. 산업구조 및 에너지안보 등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춰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연계해 기한과 목표를 명시한 기술 로드맵을 분야별로 마련한다. 둘째, 신속하고 유연한 연구개발 투자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범부처 통합 관점의 예산으로 탄소중립 핵심기술에 우선 투자하고, 예비타당성 기간 단축 및 사업 변경을 허용할 계획이며, 국내 자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탄소중립 기술협력 추진전략도 마련한다. 셋째, 대규모 실증사업을 지원하고, 창업기업 활성화 지원, ICT 기술 적극 활용, 지역 맞춤형 기술 배치 등 지원을 강화한다. 특히 위원회 산하에 범부처 기술규제 협의회를 운영해 규제 이슈를 사전에 발굴·해소한다.정부는 출범식에서 논의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전략 및 기술혁신전략을 토대로,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 및 감축수단별 구체적인 정책 등을 포함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2023년 3월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이는 탄소중립기본법 제10조에 의한 법정 계획으로 위원회 및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따라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내용이 앞으로 지속 발표될 타 분야 기술혁신 전략이행안이나 타 국가와의 기술협력 전략 등 기술혁신 실행을 위한 후속조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탄녹위 출범식을 마친 후 머리 속에 민간주도·기술혁신·제도개선이라는 키워드가 선명해졌다. 어차피 실행해야 할 탄소중립이기에 정부는 이미 시작된 글로벌 녹색기술 경쟁에서 우리 나라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핵심 주체인 기업도 이를 미증유의 기회로 삼아 향후 쏟아질 후속 정책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기술경영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민관의 소통과 협력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판단이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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