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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
정부가 공청회를 거쳐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을 공개했다. 2년에 한번씩 15년 단위로 수립되는 계획이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바뀌어 처음 수립된 계획이라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정부때 수립된 9차 에기본의 내용을 상당히 수정했지만 여전히 내용의 합리성이나 실현 가능성 등의 면에서 문제점이 엿보이고 있다.
문제점으로서 지적할 수 있는 첫번째는 전력수요 과소예측 가능성이다. 초안 작성을 주도한 10차전기본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미래사회 변화를 반영해 수요전망 체계를 고도화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장기 기온전망 통계 등을 활용해 전체 계획기간(2022~2036년) 동안의 전력수요를 전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전기화(electricification) 추세를 제대로 반영한 수요 전망인지 의문이 든다. 2050 탄소중립안에 따르면 2050년 전력수요가 2018년 대비 대폭 증가해 발전량 기준 1209~1258TWh에 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전력수요가 2018년 571TWh에서 2.3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이러한 전력수요 증가가 선형증가 모습을 보인다고 가정해 2030년 전력수요를 추정하면 약 770TWh가 된다. 그럼에도 이번 전기본에서는 당해년 전력수요를 615TWh로 적게 잡고 있다. 전력수요를 적게 잡은 이유는 아마도 작년 10월 제시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달성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전력수요(발전량)가 적을수록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어지고 이렇게 되면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018년 대비 44.4%(1억 1970만톤)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9차 전기본, 온실가스감축목표(NDC)상향안 등에서 탈원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것과 아울러 이번에도 의도가 담긴 과소예측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두번째 문제점은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전원믹스 목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정격 설비용량이 현재 27.5GW에서 2036년 108.3GW로 늘어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매년 5.7GW의 설비증설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에 올인한 문재인 정부 5년간 설비용량이 평균 3-4GW 증가한 것에 비춰볼 때 목표설정이 무리다. 입지한계·일사량·풍속·주민수용성·비용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30년에 21.6%로 NDC상향안의 30.2%보다 크게 낮췄지만 2036년에 30.6%로 다시 크게 높인 점도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작년 태양광·풍력 등 가변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4.3%에 그쳤다.
원자력 발전은 ‘탈원전 폐기’에 따른 기존 원전 계속 운전, 신한울 3·4호기 등의 신규원전 준공 등이 반영돼 2030년 발전량 비중을 NDC상향안의 23.9%보다 크게 높아진 32.8%로 잡았다. 원전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수로 압력관 교체 등으로 일부 원전의 계속운전이 2030년 이전에 불가능할 경우 목표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세번째 문제점은 온실가스 감축 불가능성이다. 국가적으로 NDC상향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7년동안 매년 온실가스를 5% 이상 줄여야 하나,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받은 이전 정부 때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연간 4.1% 정도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전환부문에서는 전력수요량을 인위적으로 낮춘 흔적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 신재생에너지 백업발전으로 LNG발전 비중을 높게 유지해야 하고, 석탄발전도 최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급격한 발전축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문제점은 송전망 대응의 미흡성이다. 전력설비 증설과 관련해 송전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거 밀양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신규 송전망 건설은 민원,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10차 전기본은 원전의 경직성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 송전망의 신뢰도 검토 등의 정밀성이 뒷받침 되지 않아 계통의 불안정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점 전력수급계획 확정시 송전망 계획도 충분히 검토돼 반영돼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이런 다양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해 최종안을 확정해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이 숫자 꿰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식을 줘서는 곤란하고, 과거 추진됐던 일련의 전기본 성과를 평가한 바탕위에서 보다 정합성이 있고 신뢰성 있는 계획을 확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