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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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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 지급 로열티는 2% 미만, 평균보다 낮아…한미 협력으로 세계 원전시장 공략 발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20 15:25

체코원전 1기당 13조원 수주, 로열티 2400억원은 1.8% 수준

산업 평균 로열티 5~10%보다 훨씬 낮아 호구계약은 ‘어불성설’

지재권 불확실성 해소 및 한미 원전 협력으로 세계시장 공략 기회

“비공계 계약 내용 유출되면 국가 간 신뢰 자체가 무너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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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건설현장. 사진=웨스팅하우스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된 '한전·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WEC) 간의 지재권 계약'에 대해 여당에서는 매국계약이라고 폄훼하며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업계에선 복잡한 국제관계와 지적재산권 문제를 감안하면 오히려 성공적인 합의라는 반대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분야 협력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20일 경주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체결한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협정은 대한민국 원자력 주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매국적 합의"라고 비판하며 “이 협정은 반드시 파기, 재협상돼야 하며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코 원전 '호구계약' 논란 반박 요지 요약표

체코 원전 '호구계약' 논란 반박 요지 요약표

특히 황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와 직접 연루된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즉각 조사하고 사퇴해야 한다"며 “국회는 국정 조사를 통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안덕근 전 산업부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한수원·한전 및 웨스팅하우스 간 협정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진상 내용을 보고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했다.




앞서 일부 언론이 보도한 '한전·한수원과 WEC 간의 지적재산권 협정서'에 따르면 한전·한수원은 원전 수출 시마다 웨스팅하우스에 한 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5억원) 정도의 기술료를 지급하고,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소형모듈원전(SMR)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승인 필요 △연료 공급권은 웨스팅하우스에 귀속 △체코를 제외한 유럽 전역과 영국·일본·우크라이나 및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시장에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이 제한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재산권과 수출 통제 문제의 불가피성, 2% 기술료, 오히려 성공적 협상

그러나 WEC와의 지재권 문제 등 한미 간에 얽혀 있는 복잡한 원전 협력 관계를 잘 아는 원전업계는 결코 퍼주기나 부당한 계약이 아니며, 오히려 지재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나아가 미국과 원전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원전산업의 한 전문가는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원전 기술에 대해 자립을 한 것이지 독립을 한 건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통제를 받는 것은 원자력 분야의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한수원이 독자적인 기술 수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한 결과 WEC가 시비를 걸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번 계약은 이러한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또한 체코 원전 1기 수출액이 13조원인 것을 고려할 때,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하는 기술료 2400억원은 전체의 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해외 기술에 대한 로열티가 보통 5~10%에 달하는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원전 확대 추세 속에서 이번 논란은 한국이 스스로 원전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라고 우려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165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1월 기준으로 건설 중인 원전만 104기다.


한국은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체코 원전 수주과정에서 보여졌듯이 번번이 WEC와의 지재권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번 지재권 협정으로 이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한국이 미국과 공동으로 원전 수출에 나서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원전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 300기를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은 원전 설계능력은 출중하지만 시공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은 시공능력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미간 협력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란 미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해 한국의 민간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조선소를 건설하고, 미국에 기술 이전 및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WEC 협정은) 국익을 해치는 '호구계약'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 원전이 미국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발을 넓히는 행보였다. 지금 논란은 아무것도 안하는 게 나았다는 식인데 그런 식이면 앞으로도 한전과 한수원의 해외 원전 수출 협상에 악영향만 줄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 원전산업 흐름을 선도할 역량을 갖춘 나라다. 정치적 논란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익 저해하는 정보 유출 및 정치 공세, 세계는 원전 확대…한국만 '자해 논란'

한전·한수원과 WEC 간의 비공개 계약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비공계 계약 내용이 유출되면 국가 간의 어떠한 계약 자체를 못하는 것"이라며 “국가 간의 신뢰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 언론 보도와 여당의 비판 공세에 대해 “체코원전 수주 계약을 취소시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며 “이것 자체가 그냥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계약, 합의 문건 자체보다 한국 정부가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설명하고 지원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정치적 논란으로 원전 ETF 상장이나 글로벌 원전 확산 추세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스스로 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국회에서 양사 간 합의에 따라 공개는 못하지만 의원실에 일일이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도 보고하고 대안을 찾으면 되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비판이 계약의 실질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정치적 의도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체코 원전 계약이 기술적, 외교적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원전 수출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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