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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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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배출권 거래, 규제 풀고 시장기능에 맡겨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30 10:02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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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어렸을 때 이런 수수께끼를 풀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각각 500원씩 빌려 1000원을 들고 가게에 갔다. 거기서 나는 970원짜리 과자를 샀고 거스름돈 30원을 받았다. 여기서 10원씩을 엄마와 아빠에게 드렸다. 따라서 엄마와 아빠는 490원씩 사용하였고, 나한테는 10원이 남았다. 그렇다면 490+490+10원으로 990원인데, 나머지 10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독자들 각자 수수께끼를 풀어보길 바란다. 조금만 살펴보면 애초에 수수께끼의 질문 세팅부터 잘못된 문제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내용이 어떤 분들에게는 약간 생소할 수 있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만일 발전사가 국제시장에서 LNG를 100만BTU당 15달러에 구매계약하였는데 당시에는 높은 가격이라 평가받았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평균가격이 3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기존 계약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고 하자. 그럼 이를 횡재이윤으로 봐서 그 가격 차이를 세금으로 거둬야 할까.

만약 그 반대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은 어떠한가. 발전사와 판매사는 전기수요가 있는 곳에 무조건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그 손실은 어떻게 보상되는 것이 타당할까?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해 예비력을 유지하는 발전기는 어떻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합리적일까. 그 발전기가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예비력으로 운영되는지는 또 어떻게 검인증 할 수 있으며, 해당 비용에는 뭘 더하고 빼줘야 하는가?

배출권거래제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이행 비용의 평가에는 어떤 항목이 반영되어야 하나. 의무할당 준수 목적의 거래와 차익거래나 투기적 거래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배출권과 REC의 기준 가격은 뭐로 설정하는 것이 전기요금 반영에 타당할까. 기후환경비용이 시행되면서 간접배출규제와 몇 퍼센트 정도 중복규제일까. 이와 관련한 이중비용 부담의 규모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기후환경비용으로 실시간 환경급전이 가능할까. 만일 전면적인 유상할당으로 간다면 기후환경비용은 전기요금에 얼마만큼 반영해주는 것이 타당할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CBAM)에서 요구되는 간접배출량 산정 및 보고 시 우리나라 간접배출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EERS) 제도로 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이루어졌는데 관련한 scope3 감축성과는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인정해 준다면 얼마나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까. 배출권과 REC의 교환가치를 인정해 줄 것인가. 기업이 RE100 이행을 위해 REC를 구매하면서 전기는 별도로 구매하는데 거기에는 어떠한 모순이 없을까.

이러한 수수께끼가 우리나라 전력과 배출권 시장에는 유달리 많다. 극히 일부만 소개한 것임에도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주로 시장제도에서 결정하는 사항을 우리나라는 여러 규정과 규제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연료비나 환경열량단가 산정 시 검토되어야 하는 사항들도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성과와 배출권 할당 등과 관련되는 내용도 있다. 또한 전기, 배출권, REC를 사고 팔며 탄소국경세를 지불하는 등의 행위와 관련 있다.

즉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와서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시장을 살펴보면 주머니가 뒤섞이다 보니 누가 진짜 주인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또는 앞서 수수께끼처럼 애초에 질문 자체가 잘못 세팅됨으로써 엉뚱한 질문에 엉뚱한 답을 내놓으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다가 복잡하고 상호 충돌하는 규정을 적용하여 그것도 사후적으로 대응하려다 보면 이미 시기를 놓칠 우려도 있다. 기상조건에 따라 전력수급이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는 재생에너지의 시대에는 분명 한계가 많은 접근방식이다.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에 대응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문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market)에서 작동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 이슈를 규제로 해결하려다 보면 복잡계가 증폭하게 되고 누군가 언젠가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그 비용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올 것인가 조차도 수수께끼라는 점이다. 귀한 시간에 매번 수수께끼를 풀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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