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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찬 세종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
올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이례적인 폭우로 국토의 ⅓이 물에 잠기고 1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영국에서는 50도 가까운 폭염으로 활주로가 녹고 철로가 뒤틀렸다. 우리나라도 지난 겨울에 때아닌 가뭄과 이상고온속에서 울진에서 9일간 산불이 계속되더니, 여름 들어서는 8월초 재난급 폭우가 닥치면서 서울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며 하루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런 기상재해를 겪은 후 열린 때문인지 이집트 기후변화총회는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를 정식 의제로 채택했다. 그리고 ‘손실과 피해 기금(Loss & Damage Fund)’를 창설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을 이번 COP27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슈에서 항상 그렇듯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개도국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명시한 지원 요청액은 2030년까지 5조8000억~5조 9000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7700조 원이다.
재원 공여국 확대 논의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도국의 지위 뒤에 숨기 어렵다. 이미 G20 회원국이며,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국가(HIC)·주요 경제국(Major Economics)·온실가스 다배출 국가(Major Emitter) 등 여러 범주에 동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 국가이며 동시에 세계 10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국격에 맞는 재원 공여가 정답이다. 다만, 전략적인 집행은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이 주장했던 2025년 배출정점 문제는 이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감축은 포함되었다. 또한 감축작업프로그램(Mitigation Work Program)을 신설하여,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강화하기로 하였고, 민간도 참여한 대화체(dialogue)를 구성하여 부문별 및 주제별 감축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도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NDC 달성을 위해 국내 이행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기업들의 해외 감축활동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의 주장과 같이 그린ODA(공적개발원조)를 ‘K-그린 파트너십(Green Partnership)’으로 국가 브랜드화할 필요가 있다.
이전 총회와 비교하여 이번 총회에서 많이 등장한 용어가 ‘정의(Justice)’였다. 현재의 기후변화가 과거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개도국의 주장이 큰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이제는 다시 ‘기후 정의’로 의미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번 총회에서도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하여 ‘정의로운 전환작업 프로그램’을 작성하기로 합의하였다.
또, 이전의 총회와 비교하여 ‘탈화석연료’ 논의가 강해졌다고 평가되고 있다. 국내외 화석연료 사업과 관련하여, 공적 금융 투입 제한 등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1992년 지구의 환경문제를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개최된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고 꼭 30년이 지났다. 200개 가까운 협약 당사국들은 매년 기후변화총회(COP)를 개최하고 있고,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을 채택한 바 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한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1992년과 비교하여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1992년 3억4000만 톤에서 2021년 7억 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배출량의 결과인 전 지구 온실가스 농도는 350ppm에서 420ppm으로 20% 상승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환경문제가 아니고 금융 문제가 되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1석 2조’의 지혜를 찾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