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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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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고비용-저효율 에너지산업에 가격신호 작동하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07 10:47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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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에너지 활용에서 한국의 효율성이 현저하게 뒤처져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9월 말 비상경제장관회의 자료에서도 정부는 한국의 에너지원단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1위임을 밝히면서 에너지 저소비-고효율의 경제구조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대다수 전문가는 공감한다. 특히 30조원에 육박하는 한전 적자가 원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 에너지산업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총량적인 비효율성이 첫 번째 문제라면, 에너지 자원의 구성과 밸런스 그리고 흐름이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소비자가 부담하는 에너지 가격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 밖에도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가로막는 제약요인이 적지 않다.

일례로 한국형 1400MW 원전과 최현대식 석탄발전소를 건설해 놓고도 송전선이 없어 발전이 어렵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다. 그보다 먼저 전력의 소비가 수도권에 편중되고 생산은 반대로 남쪽 해안가에 몰려있어 전력의 배달 루트가 너무 멀고 막히기도 한다. 이른바 분산화가 안 되는 문제인데 전기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할 때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소매 전기요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하다고 해도 데이터센터나 큰 공장과 같은 대용량 수용가가 개별적으로 발전소와 계약해서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면 분산화는 훨씬 쉽게 달성될 수도 있었다. 발전소 인근에서 싸게 전력을 공급받아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면 전력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었다. 즉, 소매요금이 경직적이라도 도매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었으면 한정된 전력자원의 전체적인 활용도는 높았을 것이다.

에너지산업을 칸막이식으로 운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었다면 더 큰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었다. 가스공사가 LNG 저장탱크 부지에 자연적으로 기화되는 LNG를 태워 발전할 수 있는 발전설비를 건설할 수 있었다면 효율적인 LNG 발전소를 전국에 여러 개 지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발전사업자가 자유롭게 LNG를 도입하고 재판매할 수 있다면 국내의 천연가스 자원은 훨씬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남고 모자라는 물량을 처분하기도 쉬웠을 것이며 그 결과 LNG 발전소는 값싼 연료를 쉽게 구할 수도 있었으며 한전의 전력구입 비용을 낮춰 전기요금 인하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발전설비와 에너지 설비간의 인수합병(M&A)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끼리 또는 민간발전사와 발전 공기업간 자유롭게 설비를 사고팔 수 있게 되거나, 더 나아가서 가스공사와 발전회사가 발전설비와 저장탱크의 일부를 사고 팔거나 임대하는 것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도 꿈꿔볼 수 있다.

논의를 정리하면 소매 전기요금이 가격규제에 묶이게 되면서 적정 이상으로 전력을 과잉소비하는 총량적 문제가 나타났으며 지역 차등요금이 실현되지 않아서 전력자원의 효율적 지역배분이 제한되었다. 전력의 현물시장 거래가 경직적이라면 계약시장 거래로 우회할 수 있도록 풀어 주었어야 하는데 이 또한 대용량 단위의 전력거래가 허용되지 않아 가격신호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에너지산업의 칸막이식 규제는 효율적인 연료의 활용과 재판매 기회를 막게 되고 사업자간 경쟁압력이 발현될 수 없어 비효율이 방치되고, 구조화되고, 장기화되어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타성을 만들어 버렸다.

에너지 설비의 재산권에 대한 가격신호는 에너지 설비수명 현금흐름(life-time cash flow)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운영주체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과 같이 진입규제와 가격규제로 꽉 막혀 있는 에너지산업에서는 쉽지 않은 꿈이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고립된 ‘에너지 섬‘인 한국은 국내에서나마 효율적이고도 유연하게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신호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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