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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이태원 참사 잊지 말아야

내년 1월이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 붕괴 사고 1년째를 맞는다. 사고 당시 현장 관리·감독 소홀, 안전불감증 등을 놓고 날선 비판과 비난이 이어졌지만 정작 지난 1년 동안 안전과 관련해서 제도 개선은 커녕 사고 자체가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지난 1월 11일,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화정아이파크 39층 타설 작업 중 23층부터 38층까지 외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하청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다쳤다. 수사 결과 붕괴 원인으로 부실시공이 지목됐다. 동바리로 불리는 가설지지대를 조기 철거하고 콘크리트 가벽으로 대신하는 등 바닥 지지방식을 임의로 변경한 탓에 슬래브 하중이 중앙부로 집중되면서 붕괴된 것이다. 사고 원인이 발표됐고 사고로 인한 피해도 분명한데 이를 책임질 주체는 없다. 사고 당시 서울시가 나서서 현산에 대해 6개월 이내 등록말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영업정지 처분 역시 과징금으로 대체됐다. 현산을 향한 날카로웠던 비판의 잣대가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지난 10월 대형 인명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을 앞둔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8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사 당일 많은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이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구청 등이 안일하게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경찰, 소방, 지자체의 대응 시스템 부족 등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책임 회피성 발언만 쏟아내는 모양새다. 올해가 지나면 아이파크 붕괴 사고나 이태원 참사 모두 이대로 우리 사회에서 잊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려스럽다. 사고 책임자들은 시간을 끌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사고를 막을 사회안전망이나 제도를 확충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우리를 충격에 빠뜨릴 대형 인재들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2023년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이 안전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때다.증명사진_김기령

[기자의 눈] 재벌집 막내아들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막을 내렸다. 마무리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사랑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재벌가 일상에 대한 호기심, 통쾌한 복수가 주는 쾌감, 현실을 잘 반영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내용 때문이 아니다. 재벌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치부처럼 드러난 느낌이 들어서다. 등장인물들을 ‘오너 일가’라고 표현하고 받아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집단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총수’와 소유자라는 ‘오너(Owner)’는 그 뜻이 분명히 다르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보다는 총수라는 말을 쓰는 게 맞다. 소위 ‘재벌 저격수’를 자처하는 이들도 오너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쓴다. 고백하자면 기자 역시 그랬다. 고작 지분 몇% 들고 있는 그들을 대기업의 ‘주인’으로 대접한 게 바로 우리였다. 재벌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 것도 문제다. 재벌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와 빈부격차를 키운 주범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이들이 축적한 부를 활용해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도 논쟁거리다. 공과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어두운 면만 본 것 같아 부끄러웠다. 드라마는 재벌 체제에 대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짚었다. 이성민 배우의 연기를 보면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의 ‘기업가 정신’이 엿보인다. 부정한 지분 승계나 불투명한 기업 경영에 대한 일침도 있다. 대기업 총수는 위기 속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문경영인과 비교된다. 일감 몰아주기나 불법 승계 등 위법행위는 엄중히 단속하면 된다. 지배력을 유지하며 자본만 끌어모으려는 ‘물적 분할 후 상장’ 같은 꼼수는 못 쓰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벌 내부에서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묻고 싶다. 행정·입법권을 지닌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떤지.yes@ekn.kr

[기자의 눈] 한전채 한도 상향은 임시방편, 요금인상 막으려면 결국 절약 뿐

한국전력공사와 국내 전력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전(全)국가적 전기 절약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됐다. 국회가 결국 올해를 넘기기 전에 한국전력공사의 채권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로 늘리는 한전법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30조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이미 23조원의 채권을 꽉 채워 발행했다. 채권 시장을 한전이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한전의 재무위기는 전력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추가 채권 발행이 막히면 당장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발전사들도 연료조달에 차질을 빚는 전력시장 붕괴가 현실화 될 수 있다. 다만 한전법이 통과된다 해도 당장의 위기는 피할 수 있어도 여전히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산업부는 내년 3월까지 한전채 발행 잔액을 약 72조원으로 추산했다. 또 현행법에 따른 한전채 발행 한도를 약 40조원으로 계산해 32조원의 간극을 전기요금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내년 기준연료비가 kWh당 51.6원 인상된다 해도 적자해소는 여전히 어렵다. 현재 kWh당 128.5원인 주택용 전기요금을 자그마치 40%나 더 올려도 올해 발생한 30조원대 적자 해소는 물론 사채나 대출 원리금 상환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전은 정부와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조기에 수립하는 한편 정부 재정 지원 방안과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안 등 다각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재정 건전화 자구 노력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요금수준 현실화와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구조 개선을 위해 단계적 요금 인상으로 원가회수율 100%를 달성해야 한다. 정부도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에너지원간 상대가격 조정 등 전기에 대한 직접과세 부과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모든 재화의 가격 왜곡은 소비 비효율을 초래해 국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력은 특히 가격왜곡이 발생하는 경우 다른 에너지원보다 큰 비효율을 초래한다. 한전의 적자와 채권시장 왜곡도 저렴한 가격으로 인한 비합리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 결과다. 결국 국민들이 에너지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발적 절약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인한 강제 절약방법 밖에 없다.

[기자의 눈] CEO 줄줄이 퇴진, 커지는 관치금융 우려

금융지주,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퇴진하고 있다. 몇 차례 연임을 해가며 자리를 지키던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세대교체’, ‘후배들에게 기회’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올해 들어 연임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외부에서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CEO 퇴임과 관련한 금융사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와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리에서 물러난 CEO들의 결정이 자의일지, 타의일지에 대해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금융사에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CEO 인사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금융권은 줄곧 정부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금리 개입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문제 삼으며 예대금리차를 축소할 것을 주문했고, 지난 8월부터 매월 예대금리차 공시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금리인상기에 대출금리가 계속 높아지자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그러던 중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은행들에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는데, 은행들은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자 또 다른 통로인 수신 상품에 집중하며 수신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높아진 수신금리에 자금은 은행으로 몰렸고, 지난 11월 금융당국은 수신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는 안된다며 이번에는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몇 달 사이 바뀌어 버린 금리 기조에 은행들은 혼란이 가중됐다고 토로했다.이번 은행권 CEO 인사도 정부 개입의 연장선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책은행, 특수은행을 넘어 시중은행, 지방은행에서도 보은성 인사, 낙하산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들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아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관치 논란에 대해 "주인이 없는데 CEO가 주변에 우호적인 세력만 놓고 (이사회를) 운영하는 내치는 맞는 것인가"라며 "관치가 문제가 있지만 (내치와) 합리적인 접점은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대놓고 관치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 금융사 CEO들이 셀프 연임 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이를 비판하는 소리도 많다. 그렇다고 관치금융 부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 금융사들이 내부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스스로 인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금융산업은 관치금융과 그 폐해를 겪으면서 성장해 왔다.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지금 관치금융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그동안 겪어온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dsk@ekn.kr

[기자의 눈] 금융당국 수장, 차라리 침묵이 낫다

미술 조형 기법 중 하나로 ‘여백의 미’가 있다. 여백의 미란 화면에 그림, 글씨 등 묘사된 대상 이외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빈 공간을 의미한다. 독자가 작품을 감상할 때 캔버스를 가득 채운 그림보다 여백이 주는 울림, 아름다움에 감탄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여백의 미다. 특히 수묵화는 여백의 미가 가장 잘 느껴지는 작품 중 하나다. 먹물이 지나면서 만들어낸 여백은, 작품의 무게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침묵 또한 여백의 미와 같다. 상대방에 백 마디의 말을 쏟아내는 것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때로는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러한 대화의 기술들을 모두 잊은 듯하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가 다르게 금융사 CEO 거취에 대한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향해 "금융위 논의를 거쳐서 의사결정을 내린 게 정부의 뜻"(김주현 금융위원장)이라고 강조하거나 "여러 번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론 난 징계"(이복현 금융감독원장)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라임 사태에 대해 손 회장에 명확한 책임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견이 없다는 게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 발언의 요지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의 발언을 보면 손 회장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마저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이 연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라임 사태 관련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연말까지 금융당국의 라임 사태 관련 중징계 수용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수용 여부에 대해 하루라도 빠르게 결론을 내려 당국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차라리 중징계 수용 여부를 내년 1월에나 논의하겠다는, 일종의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의 이러한 행보가 손 회장을 향한 당국의 조급함을 불러일으켰는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최근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의 발언들이 우리금융 이사회의 행보와 대비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라임 사태 중징계 건에 대해 당국 차원에서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면, 그 자신감을 갖고 법정에서 다투면 될 일이다.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것은 손 회장과 우리금융 이사회도 모두 인지하고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한 수용 여부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다. 당국이 우리금융에 중징계를 내린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중징계에 숨어있는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와 같은 괜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실제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 수장들이 손 회장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상 우리금융 CEO 자리에 누군가가 내정됐기 때문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미 윤석열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NH농협금융지주와 같은 굴지의 금융사 CEO 자리를 꿰찬 것은 금융사들의 의구심이 터무니없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때로는 여백의 미가, 한 순간의 침묵이 강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금 당국 수장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침묵의 중요성이다.ys106@ekn.kr

[기자의 눈] ‘내 집 마련’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있다

견본주택 취재를 가면 "지금이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맞기는 한가?"라는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람객들은 견본주택 입장을 위해 밖에서 긴 시간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보면 지금이 나만 모르는 부동산 시장 호황기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우리 국민의 ‘내 집 마련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보유의식 조사에서 88.9%가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그렇지만 올해 부동산 업계는 금리 인상·집값 하락·전세의 월세화·거래절벽·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부정적인 키워드로 가득했다. 분양시장 또한 이러한 영향을 크게 받은 모습이다. 올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8.5대 1로 집계되면서 2014년(평균 6.7대 1)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인 19.1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인 164.13대 1과 비교하면 더 큰 대조를 이룬다. 이 가운데 서울 평균 분양가는 3.3㎡당 3552만원으로 지난해 2945만원에서 20.6% 상승했다. 이 때문에 올해 최대어로 관심을 받던 ‘둔촌주공’은 5.45대 1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관심사 밖으로 사라졌다.이러한 수치와 견본주택을 가득 매운 인파를 함께 떠올리면 그들의 관람이 그저 ‘아이쇼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처럼 주택에 대한 관심과 내 집 마련 욕구는 크지만 막상 청약을 신청하지 못하는 모습은 최소 기준금리 인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몰렸던 이유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당첨돼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가 상승하고 집값은 하락하는 상황에 금리마저 끊임없이 오르며 선뜻 위험부담을 안고 분양시장에 뛰어들 사람이 없었던 것이 이러한 현상의 핵심이라고 사료된다.내년에도 이어질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을 단순 아이쇼핑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려면 우선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하며 시장 안정화와 더불어 각종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제도 및 대출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이 내년에는 빛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

[기자의 눈] 2023년, 정부·당국에 대한 체념과 기대

최근 제6회 금융투자협회장 후보 인터뷰 취재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키워드는 ‘소통’이다. 금투협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인 만큼, ‘소통력’이란 금투협회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당연한 덕목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수년 짧은 기간 동안 시장의 급격한 흥망을 겪으며 현 업계의 구조적 문제점과 한계를 느꼈고, 그 결과 금투협의 강력한 발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하지만 금투협회장이 바뀐다고 엄청난 ‘개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업계에 당면한 여러 이슈의 심각성과 해결방안이 여러 차례 보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칼자루를 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여 개선하려는 태도는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귀를 닫은 채 오만과 무능만을 보이는 금융당국의 잘못일까. 혹은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겠다.’ 장담한 새 정부의 호언장담을 지나치게 믿은 우리 탓일까.작년 코스피 사상 최초로 ‘3000’이라는 숫자를 목격한 후 올해 힘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새 정부가 장담한 ‘선진화’는 요원하기만 한 채 9개월여가 지나가 버렸다. 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의 행보는 미래 업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사그라들게 만들고 있다.‘제재’는 알아도 ‘상생’은 모르는 검사 출신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부임과, 일단락된 라임·옵티머스 건을 굳이 들쑤시며 업계 분위기를 위축시킨 것은 현재 금감원이 가진 부정적인 인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라임·옵티머스에 이어 최근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에 대해 ‘전액 배상’을 권고한 것은, 금투업에 대한 구시대적 인식에 아무런 개선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최근 대법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징계 취소소송 승소 판결을 내리고,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CEO에 대해서도 무혐의 및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능과 오만으로 점철된 당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만 같다.지금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상의 급격한 변화로 금투업계에 있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은 시기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당국이 업계인들의 호소,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받아들여 신속한 규제 완화와 업계 친화적인 새로운 기준을 확립해 준다면, 미래에 금투업계에서만큼은 ‘역대급 정부’라는 평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금리 인상기를 뒤로 하고 ‘경기 둔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는 2023년,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태도에 전향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는지.suc@ekn.kr

[기자의눈] 빌라왕이 남긴 전세제도의 경각심

화곡동 세모녀, 빌라의 신, 빌라왕 등 전세사기범들이 갖가지 타이틀로 세입자를 울리고 있다. 깡통전세에 속지 않으려고 세입자들이 전세반환보증보험까지 들고 있지만 이번엔 집주인 급사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최근 1139채 빌라를 소유한 이른바 ‘빌라왕’ 43세 김모 씨는 지난 10월 한 호텔에서 급사한 후 약 400여명의 세입자 전세 보증금을 공중분해했다. 미반환 의혹 보증금이 약 2000여억원에 이른다. 불과 3년 만에 1000채 이상을 매입했다고 전해져 일각에서 주장하는 배후설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전세사기범의 만행에 세입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모 씨가 돌연 급사하는 바람에 세입자는 ‘계약해지’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정상적 대위변제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최근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온갖 제도를 내놓았지만 또 다시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 해결책이 전혀 없지는 않다. 세입자 중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선순위 근저당이 없는 경우 대항력이 있기에 거주는 계속 가능하다. 시간을 벌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절차에서 낙찰대금을 일부 보전받을 수 있다. 아니면 연속 유찰된 집을 직접 낙찰받는 고육지책도 있다. 상속인이 한정 승인 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최소 2∼3년 안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빌라왕 정도 타이틀이 되니 대책은 신속하게 나오고 있다. 국토부와 법무부는 빌라왕 피해구제 방안으로 법률지원 TF까지 만들어 전세금 반환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지역별 전세피해지원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 활동도 역동적이다. 최근 경찰청은 특별단속 4개월간 349건 적발, 804명 검거, 78명을 구속했다. 지금도 전국 391건, 1261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그럼에도 빌라 전세사기범들이 즐비하다. 세입자의 눈물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쯤 되니 전세제도가 두려워진다. 입지가 좋은 신축빌라에서 전세자금을 이용해 신혼생활을 꿈꿨던 주변 지인들이 월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세입자가 마음 편하게 전세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 홍보에 얼마나 더 열을 올려야 할 것인가. 전세제도를 단계별로 폐지하는 방안은 이른가.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가 폭증할 수 있고 목돈마련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세, 꼭 앞으로도 가져가야 할 제도인가 빌라왕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자의 눈] 한국의 우주개발사업,

한국의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지난 17일 달 궤도 안착을 위한 1차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정상 수행했다. 1차 진입기동은 다누리가 달의 중력에 포획돼 달을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핵심 임무다. 지난 8월 여정을 시작한 다누리의 최종 성공 여부는 이달 29일 판가름난다.한국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성공과 함께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세계 7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정부는 우주산업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고 체계종합기업을 선정하는 등 민간기업 주도 우주개발 체제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정부의 우주개발사업 성공의 달콤함도 잠시, 벌써 불협화음이 들린다. 지난 12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고 산하에 2실, 6부, 2사업단을 두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차세대발사체사업단’이 신설되고, 누리호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한국형 발사체개발사업본부(발사체본부)는 내년 6월까지만 존속된다.이에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부서장 5명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고 본부장은 "항우연은 조직개편을 공표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며 "250여 명이 근무하는 발사체본부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본부장 1명과 사무국 행정요원 5명만 남게됐다"고 주장했다.이런 추진체계로는 누리호 3차 발사, 산업체로의 기술이전 등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발사체본부는 나로호의 실패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항우연에서 독립시켜 만든 조직으로, 항우연과 내부 인사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항우연은 이번 개편을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내홍’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업계도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우주관련 산업계는 "선진국에 비해 이미 수십 년 뒤쳐져 있는 한국의 우주산업이 가속력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기관이 노력해야 한다"이라고 주장해왔다.항우연은 향후 네 차례 누리호 추가 발사를 통해 민간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에 편성된 예산만해도 6873억원이다.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의 연구원들은 우주개발사업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바라보고 있다. 성공적인 우주사업 진흥을 위해서는 이들의 화합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이승주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尹정부의 근로제 개편,

정부의 노동개혁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근로제도 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미래노동시장연구위원회(연구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노동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연구위의 권고안 중 최근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은 한 주 최대 가능한 근로시간을 현재 52시간에서 69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이다. 핵심은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기존 ‘주’에서 ‘월’, ‘분기’, ‘연’ 등으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화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일주일 기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정해져 있다.이 방안이 도입되면 연장근로를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할 수 있게 된다. 만일 노사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시간 단위을 ‘월’로 하자고 정하면 한 달 동안 48~60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보안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기자의 한 지인은 "예전에는 주 52시간 때문에 인력 부족으로 추가 근무를 해도 근로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연장근로시간이 확대되면 수당을 신청할 수 있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전하기도 했다.하지만 일각에선 최대 근로시간이 늘어나 업무 과중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근로자들 사이에선 예전 ‘구로의 등대’ 처럼 다시 ‘판교의 등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근로제도는 기업의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탓에 시행 후 많은 부침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주 52시간제도 적용 후 탄력근로제 등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왔다.그럼에도 게임개발사 등 콘텐츠 기업들은 이번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게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개발은 총제작 기간 중 특정 시점에 일이 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게임의 경우 개발 마무리 단계에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한 업데이트 작업이 집중된다. 기존의 근로제도로는 몰리는 업무를 한정된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많은 게임 기업이 인건비 확대, 신작 개발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아직 권고안이 나온 것뿐이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기업과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정부의 노동개혁 시도는 우려 속에서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기업의 업종별 특성과 근로자 환경을 두루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so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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