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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G유플러스, 와이 낫?

침통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지막이 현 상황을 설명하는 황현식 사장의 표정이 그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부사장단의 표정이 그랬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장내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수십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수차례의 인터넷 서비스 오류 사태까지. 연초부터 잇달아 구설에 오른 것을 사죄하는 황 사장의 모습에선 애잔함마저 느껴졌다. 그 어느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보다 ‘고객’을 중심에 두겠다 강조해왔던 만큼, 현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다. 황 사장은 "이번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뼈를 깎는 성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이번 일을 계기로 LG유플러스는 ‘사이버 안전혁신안’을 내놨다. 가장 먼저 보안에 대한 투자를 기존의 3배 수준인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책임자(CISO·CPO)를 CEO 직속으로 둔다. 또 보안 전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해킹 대회를 개최하는 등 보안 관련 인재 양성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그밖에 혁신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예 회사의 보안 시스템, 투자계획 등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선 사고 발생을 일찌감치 인지하고도 왜 이리 사과가 늦었냐고 채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안에 있어서 중요한 건 속도보다 정확성이라고 본다. 디도스 공격이 계속 이어졌고, 관계당국과 함께 진행하는 원인분석이 늦어지고 있다. 사안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부른 예단이나 해명은 소비자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는 ‘정도경영’의 LG답지도 못한 일이다. 당장은 회사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꽤 오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혁신으로 향하는 길목은 어쩌면 LG유플러스의 임직원 모두에게 힘든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약속을 묵묵히 지키다보면, LG유플러스의 진정성을 모두가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누가 아나, LG유플러스가 우리나라 보안 혁신의 선두주자가 될지. 와이낫(Why not)?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행동주의 펀드, 말 많고 탈 많아도 그대들만 할까

보통 증권을 비롯한 경제 기자라고 한다면 ‘친기업’ 이미지가 있다. 일리는 있다. 취재처인 만큼 스킨십도 많고, 일종의 ‘공생관계’를 구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기자들이 오늘도 사명감을 가지고 공정한 취재·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다만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반기업, 친주주’ 적 입장을 갖게 하는 이슈가 있다.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을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에 관해서다. 특히 올해 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강력한 주총 의결권을 과시하며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 확대를 요구했고,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가장 ‘핫’한 이슈는 아무래도 SM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경영권 분쟁 이슈일 테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와 현 SM 경영진과의 갈등은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양측 사이에서는 ‘언론플레이’를 동반한 날 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특히 이 프로듀서 측 인사인 SM 사내 변호사의 대 임직원 공개서한이 눈에 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적대적 M&A를 하려는 측은 카카오고, 이 프로듀서는 이미 선한 의도를 가지고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 계약 해지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덧붙여 얼라인파트너스는 결국 자신들의 이익 실현을 최대화하는 데 급급하다는 말도 덧붙였다.물론 행동주의 펀드가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있었다. 그렇다면 반문하고 싶다. 결국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인데,이번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주주 친화’라는 명분을 벗어난 적이 있었는지 말이다. 당초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가 없었다면 SM과 라이크 기획 간 불공정 거래가 표면 위로 드러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다른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 반발이 없었다면 알아서 충분한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있었을지. 그렇다고 한다면 오랜 병폐에 쌓이고 쌓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끝내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해 발언력을 행사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훗날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병폐가 심각해져 오히려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이미 잘못된 제도와 관습이 쌓인 국내 증시의 현주소를 볼 때 지금은 행동주의 펀드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suc@ekn.kr

[기자의 눈] 주어진 상황을 활용하는 특례보금자리론

1년간 한시 운영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 열흘이 지나지 않아 정부 한도 약 25% 이상을 소진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4%대 고정금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필요 가치를 인정받는 중이다. 초기 흥행 이유에는 자금계획이 예측 가능한 고정금리라는 이유가 크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미적용,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출시 직전 0.5%포인트(p) 금리 인하 등 영향도 있었다. 이같은 특례보금자리론은 신규주택 구입과 기존대출 상환,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중 기존 6~7%대 높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차주들이 고정형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기존대출 상환 신청이 가장 많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도 기존대출 상환 비중으로 활용한 차주가 61% 이상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금리 안정화가 곧 올 것이라는 분위기에서 부동산 시장 하락 시기 고정금리 4%대는 ‘빚 내서 집사기’ 대출 상품으로는 크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규주택 구입으로 활용하지 않으란 법은 없다. 최 의원의 발표 자료에서도 신규주택은 30%, 임차보증금은 7.7% 정도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활용됐다. 일례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8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가 6억원 전세를 줬는데 2년 사이 전세가격이 하락해 역전세가 발생한 상황에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세입자의 전세퇴거자금을 마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실제로 주변 무주택자이자 예비 신혼부부 A씨는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중 하나인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 매입을 위해 열심히 임장을 다녔다. 결국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매물을 구해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했다. A씨는 생애최초주택 구입으로 LTV 80%를 활용해 체증식 상환을 택했다. 초기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들이 이자만 내다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없으니 타 상품으로 갈아타기에 좋다는 생각이다. 인터넷 은행들이 주담대를 잠시 3%대까지 내리는 등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경쟁력은 여전히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4%대 높은 금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활용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추가 대출 상품으로 기대해볼 만한 것은 부동산 급등기 도입된 전세대출 및 임대보증금 반환대출에 대한 과도한 부동산 대출 규제 정상화일 것이다.2023011701000818500036431

[기자의 눈] 지금, 정부의 방산 세일즈 외교가 빛을 발할 때

K-방산이 지난해부터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국내 방산업계는 LIG넥스원이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한화디펜스)·사우디아라비아(한화㈜)·폴란드(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와 굵직한 무기체계 수출 계약을 따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와 방산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특히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해 폴란드와 무기체계 수출 계약으로 유럽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묶인 유럽 시장은 방산 수출국 10위권 중 6개국이 포진돼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라 여겨졌다. 특히 독일은 이번 계약으로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할 것 같았던 유럽 시장의 일부를 내줬기 때문이다. 방산 수출은 ‘국가 대 국가(G2G) 사업’이면서 철저한 ‘수요자 우위 시장’이다. 무기를 판매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전·현지생산·부품발주 등이 논의된다. 우리나라 방산업계는 유럽 시장 수출을 확대하려 했으나 국가 간 이해관계에 무산됐다. 현대로템의 K2 흑표전차는 노르웨이 정부의 신형 전차 도입 사업에서 독일의 레오파르트2 신형 모델과 경쟁했지만, 노르웨이가 독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노르웨이가 한국이 아닌 독일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되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독일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발(發) 가스관이 막힌 독일에 천연가스 수출을 추진중이다.지금이야말로 정부의 방산 세일즈 외교가 빛을 발할 때다. 국내 방산업계는 기술력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독일에 견줘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국제 정세도 K-방산을 돕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을 겨냥한 군비 증강을 이어가고 있다.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에 속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과 경제력을 절충교역의 카드로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2027년 세계 4위 방산 수출 국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기대된다.이승주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에 전년대비 51% 감소한 45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8일 이러한 잠정실적을 공시했지만 언론보도를 위한 자료는 따로 배포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7일 2021년도 실적 공시 외에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을 뿐 아니라 2021년 9290억원 달성 이래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대기업으로 불리기 위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매출 1조원 돌파를 후일로 미뤄야 하는 아쉬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대신 같은 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총 3257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송도 글로벌 R&PD 센터’를 짓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코로나 특수 기간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조6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비축해 놓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최대 10조원을 동원하는 공격적인 M&A 계획도 공개한 상태다. 물론 이러한 투자가 매출로 이어지기는 시간이 걸린다. 송도 R&PD 센터는 2025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이다. M&A 계획도 국내외 100여개 바이오테크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하지만 곧바로 매출로 이어질만한 M&A(인수합병) 계획은 아직 가시화된 것이 없다. 화이자·존슨앤존슨·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 백신·치료제 매출도 급감 중이다. 백신 전문기업으로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코로나·독감 범용백신, 비만 백신 등 차세대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겐 미래를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화이자·모더나 등 자국 코로나 백신 개발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의 10분의 1도 안되는 우리 정부의 지원을 받고 코로나 백신을 자체 개발한 것 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아직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이 없는 일본은 올해 들어서야 자국 첫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6년차에 불과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재용 대표는 앞으로 2년 뒤인 오는 2025년쯤 현재 진행 중인 M&A 계획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반등은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 kch0054@ekn.kr

[기자의 눈] 뜬금없는 ‘갤북논란’이 씁쓸한 이유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커뮤니티에서는 삼성전자 노트북 갤럭시 북3 시리즈가 화제다. 저렴한 가격에 압도적인 성능을 갖춘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면서다. 해당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진두지휘한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을 장난스럽게 ‘노태북’이나 ‘갓태문’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는 매년 프리미엄 노트북 신제품을 선보여왔지만, 지금처럼 소비자 호응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노트북보다 주목도가 높아야 하는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에 대한 반응이 시원치 않다. 초반 흥행에 좀처럼 가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작년 S22 시리즈는 사전 예약을 시작한 첫날 예약자가 몰리며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마비되고 인기 있는 색상은 일찍이 동났다. 하지만 S23은 삼성닷컴과 쿠팡, 11번가 등을 통틀어 사전 예약 이틀째인 8일까지 모델이나 사양, 색상을 선택해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다. 초반 구매 수요가 저조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일각에서는 전작 대비 소폭 오른 가격을 걸림돌로 꼽는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탓에 삼성전자는 2년 만에 가격을 모델별로 15만원에서 21만원까지 올렸는데 이 탓에 초반 흥행에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2억 화소 카메라 등이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하지만 IT 커뮤니티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성능 논란으로 구매에 신중하게 됐다는 의견이 다수 보인다. 2021년 출시한 ‘S21’ 시리즈는 발열 문제가, 이듬해 선보인 S22는 게임최적화서비스(GOS)가 발목을 잡았다. 스마트폰 사전 예약을 신청하는 소비자는 매년 신제품을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전자기기 마니아’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 초반 흥행 부진을 두고 그동안 갤럭시 브랜드에 신뢰를 보내온 이들이 신제품 구매에 신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갤북대란처럼 소비자는 우수한 제품에 대한 구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몇 차례 부정적인 사건으로 신중해진 소비자를 다시 끌어당기기는 어렵다. 관심이 저조해 부각되진 않지만 갤럭시 S23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우수한 편이다. 신제품이 전작에서 불거진 성능 논란을 불식하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jinsol@ekn.kr이진솔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尹 대통령의 與 당권경쟁 개입 논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검사 윤석열’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이 말을 남겼다. 당시 모두가 이 발언에 주목했다. 모든 검사가 피라미드 계층조직 구조에서 상하복종관계에 있도록 하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배신이나 다름없었다. 검사 윤석열은 그 폭로 이후 수년간 여러 차례 좌천성 인사로 고배를 마셨다.그런 그를 국민들에게 ‘칼잡이’ 검사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한 계기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다. 당시 검사 윤석열은 국정농단 사태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 활동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하던 검사 윤석열은 6년 뒤인 2019년 문재인 전 정부 당시 검찰총장 후보로 올랐다."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지 9년 뒤인 2022년. 검사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 윤석열이 됐다. 취임사에서만 35번 외칠 정도로 자유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 대선 승리까지 이룬 국민의힘은 이제 내년 총선 승리만 남아있다. 3월 8일 전당대회가 결전의 날이다. 국민의힘이 진정 여당으로서 활약하기 위한 도약과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자 포석을 깔 수 있는 시작점이다.대통령도 ‘당원 1호’라는 점을 내세워 여당 지도부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이 전대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숱하게도 대통령실과 의견 충돌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의원에게도 마치 ‘선 넘지 말라’는 뉘앙스로 경고를 내렸다.당내에는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잘 수행하도록 여당의 뒷받침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당심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원들이 각자의 ‘윤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불편할 수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들먹이거나 ‘윤심’과 조금이라도 들어맞지 않으면 바로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낸다. 모순이다.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정부로선 의회 권력을 새롭게 재편하는 내년 총선의 승리가 지상 과제다. 내년 총선 이후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부의 개혁 과제 추진에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측근 인사들을 당 지도부에 다수 포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관련 언급을 할수록 윤 대통령과 가깝지 않은 당 인사들은 내년 총선 공천 탈락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게 이번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개입 논란을 빚은 이유다.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 지도부 선거 개입은 자신이 그토록 외치던 자유와 배치된다. 제왕적 권력을 통제하고 독재 뿐 아니라 다수까지 견제하기 위한 삼권 분리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행정부의 수장이 국회의원을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채우려고 개입하는 건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에 장애가 된다. 비록 집권당의 1호 당원일지라도 여당을 거수기 또는 허수아비로 만드는 건 법치를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윤 대통령의 말과도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 선거에 엄정경고를 날릴 게 아니라 엄정중립을 지켜야 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좌천의 당위성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기자의 눈] 위기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위기다. 탄소배출을 연구하는 연구기관들은 내부에서 자체 조사 결과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이 2년 연속(2021∼2022년)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가 온실가스배출량 확정치가 나오는 데는 2∼3년 정도 걸린다.2030NDC는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배출량을 40% 줄이는 계획으로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발표했다.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온실가스배출량을 전년 대비 평균 4.2%씩 줄여야 2030NDC를 달성할 수 있다. 가뜩이나 벅찬 목표인데 오히려 온실가스배출량은 코로나19 이후 더 늘어나고 있다고 관측됐다.실제로 한 연구기관은 주요 기업들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결국 2030NDC 달성을 위해 줄여야 하는 연평균 온실가스배출량 감축률은 올해부터 4.2%보다 더 커진다. 갈수록 2030NDC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달성이 어려우면 목표를 수정할 만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국제사회에 2030NDC를 발표했으니 정권이 달라져도 수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2030NDC를 수정했다가는 이제 국제 망신이라는 의미다.2030NDC 달성을 위해 가장 바쁜 건 공공기관이다. 에너지와 상관없는 공공기관들도 ‘에너지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실내온도를 18∼20도로 유지했다. 직원들은 개인 난방기도 못 켰다. 에너지다이어트는 올해 겨울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일회성 이벤트라고 생각되지만 크게 보면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이다.에너지 공공기관들은 보유한 역량의 100% 이상을 쓰며 2030NDC 달성을 위해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사기업과 개인사업장의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정한 2030NDC를 따르기 위해 자칫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할까 우려스러울 정도다.우리는 국무조정실의 태양광 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서 무리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법 사례를 이미 봤다. 2030NDC 달성 과정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2030NDC의 미래에는 3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본다. 모든 국민이 올해부터 검은 토끼의 마음가짐으로 온실가스감축 ‘광폭행보’에 나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2030NDC를 수정하거나 다음 정권이 2030NDC를 달성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는 시나리오도 있다.3가지 시나리오 중 마지막의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용퇴의 뜻을 밝혔다. 2011년 직에 오른 지 12년만이다. 허 회장의 강력한 의사에 전경련은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오는 23일 회원사 총회에서 허 회장의 뒤를 이을 신임 회장 후보를 결정한다. 허 회장의 중대 발표로 시작한 전경련 내부 움직임에 재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과거 전경련의 위상 부활 여부가 이번에 오를 새로운 회장에 달려 있기 때문. 실제로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전까진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울산공업단지조성과 1988 서울올림픽 유치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획을 긋는 업적도 쌓았다. 고 이병철·정주영·구자경·최종현 회장 등 회장직을 거쳐간 인물만 봐도 전경련의 위상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했던 전경련이 국정농단을 시발점으로 추락했다. 4대 그룹은 탈퇴 했으며, 한때 폐지론까지 언급될 정도였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주도 경제를 약속했는데도 정부와 경제단체 만남에서 ‘패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전경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과감한 쇄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그 첫 카드로 세대교체를 제언하고 싶다. 오늘날 국내 대기업들은 젊어지고 있다. 1960년 이후 한반도 전역에 산업화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주역들은 하나둘 이름을 남긴 채 역사의 한줄로 기록되고 있다. 주요 임원직에 30∼40대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경영 전면엔 오너 3·4세가 본격 등판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을 비롯해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의 조직개편만 봐도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차세대 리더로 대거 발탁되며 4차 산업혁명을 준비 중이다.경제단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한국무역협회는 구자열 LS의장을 올렸다. 이들이 직에 오르면서 조직과 콘텐츠들 역시 ‘영(Young)’해지고 있다.전경련 또한 새로운 회장직에 젊은 인물이 오른다면, 국내 많은 젊은 기업인과 공감대 형성은 물론이고 현 정부와 소통에 있어서도 과감히 경제인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싱크탱크 전환도 젊은 인력의 대거 수혈로 가능해질 수 있다. 오늘날의 산업구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흐름에 맞춰 경제단체들이 담아내야 할 목소리도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전경련이 공언한 진정한 쇄신을 이루고 싶다면, 또 과거 위상과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를 생각한다면 차기 회장부터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자의 눈] 신용카드 한도 축소 뒷말

"카드 발급한 후 연체 한번 없이 사용했는데, 갑자기 한도가 확 줄었어요. 당장 결제해야하는 상황이라, 급하게 타 카드사에 신규 발급을 받았어요." 올 들어 금융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용카드’에 대한 불만이 줄을 이었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일부 회원의 신용카드 이용 한도를 대폭 축소하면서다. 실제 카드사들은 최근 개인회원을 대상으로 자체 이용한도 정기점검을 실시, 한도 축소를 통보했다. 연체 이력 뿐만 아니라, 이용한도 사용량 등을 적용해 예년보다 엄격한 기준을 뒀다.업계에서는 예상했던 전개라고 말한다. 한도 축소의 배경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조달 부담과 연체율의 문제도 있었지만, 3년마다 이어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신용판매수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카드사 내부에서는 이미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카드를 긁을 수록 카드사는 ‘적자’라는 인식이 박힌 상태라는 것이다. 카드사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 또한 이와 같다.문제는 카드사가 ‘본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동차 대출이나, 해외 투자로 영역을 넓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래저래 피해는 서민들이 보고 있는 셈이다.카드사가 신용판매와 혜택을 줄이면 민간 소비가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카드사도 회원들의 이용한도나 혜택을 줄이는 등 물러나는 행동을 반복하기 보다는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에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규제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아서, 금리가 올라서’라는 말로 이해를 구할 때가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카드사 본업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볼 필요가 있다. 카드 수수료율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는 현재 구성이 된지 1년이 다 되도록 가이드 조차도 마련하지 못했다. 금융산업은 규제 산업이라고도 한다. 서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나고,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카드사들과 함께 현명한 해답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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