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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尹 대통령의 與 당권경쟁 개입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7 15:58

오세영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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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 ‘검사 윤석열’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이 말을 남겼다. 당시 모두가 이 발언에 주목했다. 모든 검사가 피라미드 계층조직 구조에서 상하복종관계에 있도록 하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배신이나 다름없었다. 검사 윤석열은 그 폭로 이후 수년간 여러 차례 좌천성 인사로 고배를 마셨다.

그런 그를 국민들에게 ‘칼잡이’ 검사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한 계기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다. 당시 검사 윤석열은 국정농단 사태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 활동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하던 검사 윤석열은 6년 뒤인 2019년 문재인 전 정부 당시 검찰총장 후보로 올랐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지 9년 뒤인 2022년. 검사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 윤석열이 됐다. 취임사에서만 35번 외칠 정도로 자유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 대선 승리까지 이룬 국민의힘은 이제 내년 총선 승리만 남아있다. 3월 8일 전당대회가 결전의 날이다. 국민의힘이 진정 여당으로서 활약하기 위한 도약과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자 포석을 깔 수 있는 시작점이다.

대통령도 ‘당원 1호’라는 점을 내세워 여당 지도부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이 전대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숱하게도 대통령실과 의견 충돌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후보 등록을 마친 안철수 의원에게도 마치 ‘선 넘지 말라’는 뉘앙스로 경고를 내렸다.

당내에는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잘 수행하도록 여당의 뒷받침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당심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원들이 각자의 ‘윤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불편할 수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들먹이거나 ‘윤심’과 조금이라도 들어맞지 않으면 바로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낸다. 모순이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윤석열 정부로선 의회 권력을 새롭게 재편하는 내년 총선의 승리가 지상 과제다. 내년 총선 이후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부의 개혁 과제 추진에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측근 인사들을 당 지도부에 다수 포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관련 언급을 할수록 윤 대통령과 가깝지 않은 당 인사들은 내년 총선 공천 탈락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게 이번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개입 논란을 빚은 이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당 지도부 선거 개입은 자신이 그토록 외치던 자유와 배치된다. 제왕적 권력을 통제하고 독재 뿐 아니라 다수까지 견제하기 위한 삼권 분리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행정부의 수장이 국회의원을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채우려고 개입하는 건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에 장애가 된다. 비록 집권당의 1호 당원일지라도 여당을 거수기 또는 허수아비로 만드는 건 법치를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윤 대통령의 말과도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 선거에 엄정경고를 날릴 게 아니라 엄정중립을 지켜야 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좌천의 당위성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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