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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G유플러스, 와이 낫?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9 08:00

정희순 산업부 기자

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침통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지막이 현 상황을 설명하는 황현식 사장의 표정이 그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부사장단의 표정이 그랬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장내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다.

수십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수차례의 인터넷 서비스 오류 사태까지. 연초부터 잇달아 구설에 오른 것을 사죄하는 황 사장의 모습에선 애잔함마저 느껴졌다. 그 어느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보다 ‘고객’을 중심에 두겠다 강조해왔던 만큼, 현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다. 황 사장은 "이번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뼈를 깎는 성찰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LG유플러스는 ‘사이버 안전혁신안’을 내놨다. 가장 먼저 보안에 대한 투자를 기존의 3배 수준인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책임자(CISO·CPO)를 CEO 직속으로 둔다. 또 보안 전문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해킹 대회를 개최하는 등 보안 관련 인재 양성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그밖에 혁신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예 회사의 보안 시스템, 투자계획 등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선 사고 발생을 일찌감치 인지하고도 왜 이리 사과가 늦었냐고 채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안에 있어서 중요한 건 속도보다 정확성이라고 본다. 디도스 공격이 계속 이어졌고, 관계당국과 함께 진행하는 원인분석이 늦어지고 있다. 사안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부른 예단이나 해명은 소비자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는 ‘정도경영’의 LG답지도 못한 일이다.

당장은 회사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꽤 오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혁신으로 향하는 길목은 어쩌면 LG유플러스의 임직원 모두에게 힘든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약속을 묵묵히 지키다보면, LG유플러스의 진정성을 모두가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누가 아나, LG유플러스가 우리나라 보안 혁신의 선두주자가 될지. 와이낫(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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