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최근 ‘모발 이식용 생체성분 접착제’까지 등장한데 이어 제약사들이 새로운 제형의 ‘탈모 치료제’ 개발와 ‘발모제’ 개발에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어 국내 1000만 탈모인들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4일 대웅제약 등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형태로 개발 중인 탈모 치료제 ‘IVL3001’(성분명 피나스테리드)의 내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피나스테리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탈모 치료제(탈모 증상 완화 약물)로, 오리지널 의약품인 머크의 ‘프로페시아’는 물론 국내외 복제약들도 모두 경구용 알약 형태로 제조된다. IVL3001은 매일 먹어야 하는 피나스테리드를 한 달 또는 석 달에 한 번 투약하는 주사제 형태로 개발해 세계 최초로 인체 검증에 성공했다. 지난 7월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성공리에 완료했다.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투약 후 초기에 혈중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고 장기간 꾸준히 농도가 유지되는 것이 관건인데, IVL3001은 임상 1상에서 한 달 이상 안정적인 혈중 약물 농도 유지와 우수한 내역성이 확인됐고, 주로 최적용량을 확인하는 단계인 임상 2상의 요소도 일부 진행해 곧바로 임상 3상에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고 대웅제약은 설명했다. 제약업계는 내년 출시 목표를 위해 이르면 올해 중 또는 내년 초 임상 3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상 3상 개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만큼 현재로선 임상 3상 개시 시점을 알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보령도 세계 최초로 경구용 피나스테리드를 스프레이 제형으로 개발한 스페인 알미랄의 ‘핀주베’의 국내판권 계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핀주베의 품목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종근당은 한국과 일본에서 승인받은 탈모 증상완화 약물 ‘두타스테리드’를 기존 먹는 캡슐형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해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남성호르몬 억제 방식의 탈모 치료제에서 나아가 새로운 기전의 ‘발모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들도 눈에 띈다. JW중외제약은 미국 펜실베니아대 의대와 함께 모낭을 재생시키는 분비성 단백질 ‘윈트(Wnt)’의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켜 모낭 줄기세포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탈모 치료제이자 혁신신약 후보물질 ‘JW0061’을 개발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발모 효과를 확인했으며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휴온스그룹 계열사 휴메딕스 역시 지난달 국내 탈모치료제 개발기업 ‘에피바이오텍’과 업무협약을 맺고 환자 모낭에서 분리한 ‘모유두세포’를 대량 배양해 다시 환자에게 이식하는 세포치료제 방식의 탈모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탈모 치료(탈모 방지)는 탈모가 진행되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 탈모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곳도 있다. GC녹십자그룹 계열사 GC지놈은 혈액을 통해 탈모의 유전적 발병 위험도를 검진하고 체질과 생활습관 등을 두루 반영해 탈모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탈모 리스크 스크린 검사’ 서비스를 지난 9월 말 처음 선보였다.한편,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은 지난달 모낭이 없는 머리카락도 두피에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생체 친화적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모발이식용 생체성분 접착제는 과일껍질, 와인 등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보름 경과 뒤 모두 분해·배출돼 염증 반응도 거의 없다고 KAIST는 밝혔다.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탈모치료제 시장은 30억달러(약 4조원)이며, 오는 2027년 39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도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이며, 처방을 받는 환자와 진단 없이 탈모를 관리하는 소비자를 합치면 전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탈모증 진료를 받는 환자의 40% 이상이 20∼30세대일 정도로 탈모 치료제 잠재시장이 큰 만큼 제약사들이 약가 부담과 부작용 걱정을 줄이는 탈모 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kch0054@ekn.kr김진환 휴메딕스 대표(왼쪽)와 성종혁 에피바이오텍 대표가 지난 9월 6일 경기도 판교 휴온스그룹 사옥에서 탈모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휴메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