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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신약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와 토종 제약사들이 차세대 신약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중인 면역항암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랩스 IL-2 아날로그’가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대상에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임상연구비 등 신약개발 비용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며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혈액암 표적항암제에 이어 총 3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지원대상으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지난해 시작해 오는 2030년까지 총 2조2000억원을 성공가능성이 높은 유망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범부처 R&D 지원사업으로, 한미약품은 지금까지 선정된 전체 110여개 지원대상 중 3개를 차지하며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에만 매출액의 13.3%인 453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총 1615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에도 1분기 372억원, 2분기 418억원, 3분기 453억원 등 투자금액을 계속 늘리고 있다. 내년에도 R&D 투자에 매출액의 13% 이상을 쓸 계획이다.
지난해 1783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836억원을 투자한 유한양행도 뒤질세라 3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9.4% 증가한 391억원을 R&D에 투자했다.
그 여파로 비록 3분기 영업이익이 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8%나 줄었지만 유한양행은 R&D 투자 확대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31.8%나 늘어난 890억원을,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까지 717억원, 대웅제약은 652억원을 나란히 R&D에 집중했다. 이들 상위 5개사의 상반기 R&D 총 투자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7% 증가했다.
이밖에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은 올해 상반기에 각각 627억원, 611억원을 R&D에 투자해 전년동기 대비 27.4%, 26.3%나 투자금액을 늘렸다.
전통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최근 수년간 국내 제약업계 매출증가로 투자여력이 생긴 덕도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장기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도 국내에서의 신약개발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31개 글로벌 제약사가 지난해 임상연구 등 국내 R&D 투자에 쓴 비용은 총 7153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20% 증가했다.
이는 해외 본사가 직접 외주한 R&D 비용은 제외한 것으로, 코로나 대응을 위해 한국 내 글로벌 임상 수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의약품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전체 R&D 투자액은 연간 총 2조원대로 추산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팬데믹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 등 새로운 경험을 한 제약바이오업계는 향후 5년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판도 변화 결정하는 골든타임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R&D 투자는 곧 영업이익 감소를 의미하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