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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최악 무역적자 부추긴 에너지 가격정책

지난해 연간 수출입 동향이 발표되었다. 한해동안 수출은 6839억 달러를, 수입은 73121억 달러를 기록해 472억 달러의 역대 최대 무역적자가 발생하였다. 수출이 크게 부진한 것도 아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경제성장의 둔화 등 여건이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6.1% 증가하였다. 그나마 대단한 성과다. 물론 2021년의 수출증가율 25.7%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나 이는 그 전해의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의 기저효과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22년의 성과도 나쁘지는 않은 것이다. 문제는 수입이다. 2021년의 6151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3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18.9%, 1161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수입 증가액 중 68%가 에너지 수입 증가액이다. 에너지 수입은 2021년의 1124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908억 달러로 784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에너지 외 산업 중 알루미늄·구리와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그리고 의류·소고기 등 소비재도 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그 증가 폭은 크지 않았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분이 수입액 증가의 2/3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수입 급증이 무역적자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에너지 수입 항목을 다시 에너지원별로 살펴보자. 가장 큰 항목은 역시 원유다. 2021년의 670억 달러에서 2022년의 1058억 달러로 57.9%, 388억 달러가 증가했다. 다음은 천연가스로 2021년의 308억 달러에서 2022년의 568억 달러로 무려 84.4%, 260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석탄 수입액도 급증하여 2021년의 145억 달러에서 2022년의 281억 달러로 93.8%, 136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수입액 증가액 순으로는 원유(388억 달러), 천연가스(260억 달러), 석탄(136억 달러)이지만 수입액 증가율 순은 석탄(93.8%), 천연가스(84.4%), 원유(57.9%)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의 원인은 2021년부터 이어진 공급망 경색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에너지원의 가격 상승이다. 2021년 대비 2022년 가격은 원유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69.41달러에서 96.41달러로 39%, LNG가 JKM 기준으로 MMBTU당 평균 15.04달러에서 34.24달러로 128%, 석탄이 호주탄 기준으로 톤당 평균 138.33달러에서 361.18달러로 161% 증가하였다. 원유가격의 증가폭도 적지는 않았지만 LNG와 석탄의 가격 상승폭은 전례 없이 컸다.원유의 경우 2021년 도입물량이 9억6000만 배럴로서 그 전해의 9억8000만 배럴보다 오히려 줄었으나 2022년에는 10억 3200만 배럴로서 7.4% 증가하였다. 원유 수입의 경우 2022년에는 물량과 수입액 모두 증가하였는데 석유 소비 자체가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유를 수입해서 만든 석유제품의 수출실적이 2022년도 617억 달러를 기록하여 무려 65.1%의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원유가격이 올랐고 이로 인해 비싼 원유를 많이 수입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 기업들이 이를 원료로 제조한 석유제품의 수출액이 커서 수입액 증가를 상당 부분 상쇄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LNG와 석탄이다. 전력을 생산하고 도시가스 및 열을 공급하는 데에 활용되는 이 두 에너지원의 수입물량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수준에 달려 있다. 2022년의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폭이 적지는 않았다. 전기의 경우 2022년 4·7·10월 세 번에 걸쳐 kWh당 19.3원을 인상했고, 도시가스는 4·5·7·10월 네 번에 걸쳐 MJ당 5.47원을 인상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LNG와 석탄의 수입가격이 두 배 이상 인상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은 소비량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올 1분기에 전기요금을 13.1원/kWh 올리기로 했다. 연료비 급증으로 요구되는 전기요금 인상폭 51.6원/kWh을 네 번 나누어 올리기로 한 것이다. 가스요금은 일단 동결하였다. 전기와 가스요금은 아직 원가를 크게 못 따라잡아 적정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주저하며 조금씩 올린 에너지 가격의 후유증이 어떻게 나타날까. 눈덩이처럼 불어난 에너지 외상 값 계산서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탈원전 굴레 벗은 원전산업이 이룬 성과와 과제

지난해는 원전산업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굴레에서 벗어난 해였다. 지난해 3월 ‘원전 최강국 건설’의 기치를 내건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며 원전에 활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7일 윤 대통령은 신한울 1호기 준공기념 축사를 통해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원자력 발전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원전 이용률을 81.5%로 잠정 추계했다. 이는 원전 이용률이 최저였던 2018년의 65.9%에 비해 15.6%포인트, 2021년 74.5%에 비해 7.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전년대비 APR-1400 1.5기의 연간 발전량에 맞먹는 15.8TWh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늘어난 원자력 발전량으로 우리나라는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작년 원자력 총발전량은 약 174TWh이었다. 유연탄과 LNG의 온실가스 배출계수(톤-CO2eq/MWh)인 0.8230, 0.3625를 각각 적용해 보면, 원자력은 유연탄 발전 대비 1억 4304만톤, LNG 발전 대비 630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었다. 원자력은 전기를 값싸게 생산하여 한전의 적자 규모를 줄이고 전기요금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지난해 11월 전력거래소의 발전원별 정산단가(원/kWh)는 원자력 49원, 유연탄 177원, LN 294원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전년 원자력 총발전량 생산에 총 8조 5158억 원을 쓴 것이다. 이를 유연탄과 LNG로 대체 발전한다면, 각각 30조 7611억 원, 51조 946억 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비용은 유연탄의 28%, LNG의 17% 수준에 불과하였다. 또 원자력은 혹한기 전력수급 비상 상황 극복에도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1시 연이은 한파로 난방수요가 급증하고 폭설로 태양광 발전이 급감하면서 전력수요가 94.5GW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한울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서 국내 전력 공급능력이 109.0GW까지 늘어났다. 또 가동 정지된 지 5년 만에 가동을 재개한 한빛 4호기까지 가세하면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전력공급 예비율이 10%를 상회하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원전산업 생태계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새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를 멈췄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천명하였다. 신한울 3·4호기는 올해 상반기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하반기에는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이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10월에는 폴란드와 원전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2009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국내외에서 벌어질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고사 상태였던 국내 원전 산업계에 생명수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이 뒤로 미뤄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및 처분은 원자력 이용 확대를 위한 기본 전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건설할 부지 선정 절차와 방법, 시기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여야 정쟁으로 인해 미뤄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자력에 빚을 지고 있는 현세대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올해는 여야가 대승적으로 특별법에 합의하여,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급 위기를 통해 원자력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었다. 대표적 탈원전 국가인 독일은 2022년 말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계획했었지만, 올 겨울 전력난으로 그 계획을 뒤로 미뤘다. 벨기에도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계획을 2036년으로 연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탄소 배출 감축과 전력난 해결을 위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향한 기본 방침’을 지난해 12월 확정하였다.에너지 자원 빈국이면서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국가 생존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지난해 원전산업 결산 결과는 우리나라가 원자력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E칼럼] 전력수요 과소예측된 10차 전기본 수정 못하나

맹추위가 몰아쳤던 지난해말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부분 언론이 신한울 1호기 준공과 공극 수리가 끝난 한빛 4호기 재가동 등 원전 비중 증가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었고 한전의 적자폭도 감소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다뤘다. "원자력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않다"는 지난 정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옮겼던 기억은 편리하게도 ‘선택적으로’ 삭제된 듯하다.이보다 더한 사례도 있다. 자칭 에너지전문가라는 인사 중에는 화제의 ‘뉴스공장’에 출연하여 별다른 근거도 없이 "2022년이면 태양광발전이 원자력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분은 얼마 전까지 에너지 기관의 기관장을 역임했다. 예전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짓말을 잘 하는 정치인이 높은 지지를 받고, 거짓을 진실로 잘 포장하는 전문가가 대접을 받는 묘한 세상이다. 사실상 모든 내용이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국회제출용 보고서 내용을 입수해 살펴 보았다. 보고서에는 그동안 칼럼, 토론회 등에서 요구한 전력수요 예측결과의 세부 내역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지난달 국회 에너지포럼 토론회에서도 전기화에 의한 수요증가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을 했고 전기본 총괄소위위원장으로부터 "보고서가 공개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다"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뜯어 보아도 전기화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보고서에 담긴 전력수요예측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숫자가 좀 복잡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본 보고서에는 상향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이행방안 마련, ‘산업·건물·수송부문 전기화 수요 및 4차 산업혁명 영향 반영’을 명시했다. 이를 위해 GCAM-KAIST 모형 운용, ‘데이터센터 의향조사’ 방법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전기본 위원회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 실현 시점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로 모형운용 결과의 일부만을 반영했다. 일부의 비율이 얼마인지 보고서에는 없다. 그 결과로 데이터센터의 2030년 전력수요는 2021년 대비 11.5TWh 순증, 전기화 수요는 14.9TWh가 반영되었다. 이 전망치가 반영된 기준수요에 수요관리를 차감한 2030년 목표수요는 572.8TWh다. 전기화,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9차 전기본의 2030년 전력수요가 542.3TWh이므로 9차 전기본에 비해 30.5TWh가 증가했다. 이 것을 전기화, 테이터센터 증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를 노릇이다. 2021년 전력수요 실적 533TWh는 9차 전기본의 2021년 수요예측치 518TWh에 비해 15.6TWh가 높다. 9차 전기본의 과소예측분, 데이터 센터 순증분, 전기화 수요를 합하면 42TWh다. 이것을 2030년 예측치 572.8TWh에서 빼면 530.8TWh이다. 9차의 2030년 예측치 542.3TWh에 비해 11.5TWh가 적다. 다시 말해 10차 전기본의 2030년 수요예측치는 전기화 및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9차 전기본의 2030년 예측치에 2년간(2020∼2021년)의 예측오차를 조정한 결과 보다 14.9TWh만 증가했을 뿐이다. 동일한 숫자들이 반복되는 것이 공교롭다. 여기에 2022년 10월까지 전력수요 증가율 3.4%를 반영한다면 과소예측량은 더 커지게 된다(9차 전기본의 2022년도 수요 증가율 전망치는 0.6%). 전기화에 대한 의견은 이렇다.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력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산업, 가정·상업, 수송, 공공 부문 등에서 나머지 8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80%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물론 발전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다른 분야들은 NDC 달성을 위해 에너지소비의 전기화가 필요하다. 얼마나 반영되어야 할까. 불행히도 NDC 상향안에는 에너지원별 분석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부문별 감축목표와 발전부문 원별 구성만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추정의 단서는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2050년 전력수요는 1258TWh(시나리오1)로 현재보다 2.3배 증가할 전망이고(2050년 전력소비비중 전망치는 40%, 이것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평균증가율을 적용하여 2030년 발전량을 추정하면 768TWh(수요로는 707TWh) 정도다. 이게 맞다면 전력수요는 약 20%가 과소예측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10차 전기본에 전기화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말할 여지가 없다. 10차 전기본 보고서의 글과 숫자가 서로 상충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니겠는가.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E칼럼] 에너지·자원 안보,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의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속화하게 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 재편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으로 점철된 해였다. 이제 새해가 밝았지만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새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3.1%) 보다도 낮은 수준(2.4%)에 머물 것이며 미국 경기 역시 매우 저조한 성장률(0.6%)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은 바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도 정부를 비롯한 복수의 기관들이 1%대를 전망하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이렇게 성장률 전망이 낮으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어 경기가 침체되고, 투자가 저조해져 성장 둔화의 늪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기 상황에서도 치열한 경쟁과 투자가 진행 중인 산업군들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 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소위 친환경·저탄소 기술 분야를 지원하고 나선 것처럼, 주요 경제권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석탄과 석유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20세기형 탄소경제에서 이제는 에너지 전환 기술을 통해 저탄소경제로 이행을 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 건너뛸 수 없는 단계인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의 사용 확대가 불가결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치명적인 단점인 간헐성(intermittency)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장을 위한 배터리나 수소에너지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나 배터리 장비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여러 광물 자원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갈륨이나 텔루륨, 풍력발전을 위한 터빈을 제조하는 데에는 니켈이나 망간,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제조를 위해서는 리튬과 코발트가 필수적이다.주요 경제국들은 이런 광물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정 연설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과 희토류의 EU 중심 공급망 구축하기 위해 ‘유럽핵심광물법(CRMA)’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동 법안은 올 해 1분기 안에 확정되리란 예측이 전해지는 가운데, 유럽판 ‘IRA‘라는 우려 섞인 평가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니 만큼 핵심광물들의 조달 역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한국은 이제 에너지 안보에 더해 자원 안보에서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에 미국, 캐나다, 호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과 한국, 일본으로 구성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이 출범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이어 9월에는 뉴욕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주최로 MSP 장관급 회의가 열렸고 우리나라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적극적인 참여를 천명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광물자원의 공급을 안정화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공급망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확고해져야만 한국의 에너지 전환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적극적인 외교만큼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면서도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메타거버넌스 체제이다.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원 안보마저 도전적이 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한 가지 위기 상황이 여러 다른 분야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넥서스(nexus)를 만들면서 복합적으로 위기 상황이 증폭될 수 있다. 그런 복합적 위기 상황에 적절하고도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 간 원활하고도 민첩한 소통과 유기적인 협동이 필수적이다. 2023년 새해도 경제 전망이 밝지 않고 에너지와 자원 안보 상황도 여전히 녹록치 않지만, 우리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부처 간의 협동과 종합적 대응을 실현해 가기를 주문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E칼럼] 에너지산업 덮친 유난히 혹독한 겨울

다섯 살인 둘째 아이가 두어 달 전부터 "아빠, 크리스마스는 언제와?"라고 물어볼 때면 "아마도 추워지고 눈이 많이 오면 크리스마스가 될 거야"라고 말해주곤 했었다. 아이에게 눈이 오는 예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끔 하고 싶어 했던 말이었는데, 정말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은 너무나도 추웠고 눈도 많이 온 것 같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10년 주기의 기후평년값을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2월 중하순의 평균기온은 영하 2.5도에서 0도 수준이며, 최저기온도 영하 6.3도에서 영하 3.8도의 범위였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이보다 더 낮게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숫자를 일기 예보에서 자주 경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뉴욕 서부 등 전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인하여 도로와 공항 폐쇄로 시민들이 고립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도 발생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컸다고 한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들에서는 치울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정말 어마어마한 깊이로 눈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을 앞두고 서해안에 가까운 충청, 전라 및 제주 지역에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다. 전북 임실에는 5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고, 광주광역시에도 관측 이래 두세 번째로 많은 양의 눈 폭탄이 쏟아져 일상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그 주간에 출장차 제주에 잠시 갔었던 필자는 그나마 다행히 한 시간 정도의 지연 출발 수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지만, 그 다음 날부터는 많은 항공편들이 결항될 수밖에 없었다고 들었다. 이러한 한파와 폭설의 원인으로는 북극지역의 차가운 공기 유입이 꼽힌다. 여기에 바다와 호수 등에서 제공되는 습기가 만나면 구름이 형성되고 많은 양의 눈도 동반되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의 변화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그 인과관계에 대한 수식이 어찌 되었던 간에 우리가 주목할 것은 앞으로 겨울마다 이렇게 추운 날씨가 계속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는 에너지 산업에 있어 쉽지 않은 시기이다. 우리 인간은 생존을 위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더위 때문에 죽을 수도 있고, 추위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기에 이를 막기 위하여 냉방 및 난방 기술이 발달하였고, 이는 에너지의 사용 및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날이 더우면 더울수록, 그리고 추우면 추울수록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사용은 점점 전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최근 눈도 많이 오고 가장 추웠던 주간인 12월 19~23일 동안 최대 전력수요는 매일 9만 MW(메가와트)를 넘어서면서 역대 급의 기록을 남겼다. 공급예비율도 10%대로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이로써 12월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2014년에 7만 MW를 넘어선 이후, 2022년에 처음으로 8만 MW를 넘고 있다. 이는 동년 하계인 7월의 평균 최대 전력수요인 8만 2천 MW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몇 가지 국제적 상황이 에너지 업계를 더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블룸버그에서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오는 2026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발표하였다. 이제 1년 가까이 되어 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가격 불안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격 급등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물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고, 지난해 9월에는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이 잠기는 등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를 풀어가면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액화천연가스의 수입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택용 및 일반용 등의 도시가스 요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세 차례 인상되었는데, 2015년 요금체계개편 이후 최대의 상승폭이라고 한다. 특히 추운 날씨에 난방 사용량이 증가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상된 가스 요금을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요금이 적게 올랐던 전기를 이용한 난방기구의 추가적인 사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제 해를 넘겨 새해를 맞았지만 이번 겨울은 에너지 산업에 유난히 혹독한 계절이 될 것 같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E칼럼] 새해 에너지정책, 시장원리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7월초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한편, 재생에너지는 그 비중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것임을 명시했다. 석탄발전은 수급상황·계통을 고려해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며, 수소산업을 세계 1등으로 육성하고 태양광 탠덤 셀, 풍력 초대형 터빈 등 차세대 기술 조기 상용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울러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 등의 내용도 담았다.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과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차원에서 제시된 정책 방향은 시대적 흐름과 글로벌 여건을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에너지시장 개혁이 소홀히 다뤄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이 언급되긴 했지만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안이 결여돼 있다. 윤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시장에서도 자유시장 원리가 작동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선진국중에서 가장 낙후된 편이다. 전력산업의 경우 전기 요금이 전력시장의 수급에 따라 변하고 이것이 시그널이 돼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각기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정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도매시장과 소매시장에서 한전이 각각 수요독점과 판매독점 지위에 놓여 있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효율적 시장 달성이 어렵다. 전기요금의 경우 전력 도매구입단가를 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상한선이 설정돼 지난달부터 운용되고 있고, 소매시장에서는 연료비연동제가 정부의 유보권한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원가주의 원칙은 전기요금이 기재부장관과 협의 의무가 있고, 산업부장관의 인가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확립이 불가능하다. 전기위원회의 요금 심의도 형식적으로 명맥만 유지될 뿐 실질적인 심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일·실시간 전력시장도 확립돼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그렇게 요란하게 홍보됐던 스마트그리드 사업도 용두사미로 끝나고 있다. 전기요금이 전력 수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고 이에 따라 수요자가 신축적으로 전기소비를 조절할 수 있어야 전력산업도 보다 효율화될 수 있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전력선물시장 도입은 더더욱 요원하다. 선물시장은 가격예측과 거래활성화, 리스크헤지 등 다양한 순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전력 선물시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시장메카니즘 확립이 중요하다. 전원믹스 조정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 탄소 배출권거래제(ETS), 연료개별소비세 등 탄소가격(Carbon Pricing)을 통한 가격 시그날 강화와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특히 ETS의 경우 시장기능을 통해 국내 기업이 외국의 탄소배출규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권가격이 현행 톤당 80~85유로에서 100유로 정도(약 14만원)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재 2만원대인 우리나라의 7배 이상으로 뛰는 셈이다. 이는 탄소국경제도(CBAM)를 시행할 유럽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경부담금을 크게 늘릴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도 유럽처럼 탄소배출권 시장에 탄소배출업체뿐 아니라 증권사, 컨설팅회사, 개인 등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키고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을 도입해 배출권거래 활성화와 유동성 증대, 시장의 유연화, 가격변동에 대한 기업의 리스크 관리·대응 능력 부여 등 다양한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탄소규제에 대한 국내기업의 대응력을 키우는 길이다. 윤 정부는 새해 에너지정책에 시장원리를 더욱 충실히 반영하길 바란다. 에너지는 필수재로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불가결하기 때문에 정부가 그 개발이나 생산, 수출입, 유통, 판매 등 일련의 과정에서 시장을 규제·관리하며 개입할 필요가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시장실패나 수급 및 가격불안정성 시정, 장기 에너지투자 등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개입이 정당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개입의 수단은 공개적이고 적절해야 한다. 합리적인 에너지규제를 위해 가칭 ‘에너지위원회’ 설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기 뿐만 아니라 가스, 열 등 다양한 에너지에 대한 탈정치적이고 일관성 있는 시장운영 및 가격결정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이 참고가 될 만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E칼럼] 최적의 에너지 믹스 설계와 황금비율

자연법칙 중에 황금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해양에서의 파도, 꽃눈, 조개껍질, 은하 등 수많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황금비율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율이라고 한다. 두 개의 사물을 비교할 때에는 1:1.618의 비율로 표현되는데, 이 황금비율은 피보나치 수열에서도 발견된다. 1, 1, 2, 3, 5, 8, 13, 21, 34, 55, ...의 피노나치 수열은 앞의 두 숫자를 더하여 그 다음 숫자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무한히 연결되는데, 옆의 두 숫자 사이에는 1:1.618의 근사적 관계가 성립한다. 인간이 보기에도 가장 아름다운 구조인 이 황금비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그리스 신전과 같은 인류의 위대한 작품에서도 발견되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건축물과 소비제품의 디자인 설계 시에도 적용된다. 황금비율을 면적이나 비중 단위로 전환한 것을 황금분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피보나치 수열에서 13을 경계수로 삼아 각 수의 비중을 계산하면, 3%, 3%, 6%, 9%, 15%, 24%, 39%가 나온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의미있는 최소단위의 경계수인 3의 경우에도 4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계수가 커질수록 그 경계수의 비중이 작아지는데, 경계수 55의 경우 38%가 된다. 이게 구조적으로도 아름다운 황금비율이라는 것이다.이러한 황금분할을 염두에 두고 발전원 구성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선 유럽을 살펴보자. 전력계통이 연결되어 있는 유럽에서 각 개별국가의 석탄이나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두고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탈원전을 추진하였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모자라는 전기는 폴란드의 석탄화력 발전에서 끌어다 쓴다. 독일 역시 탈원전 하였다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극명하게 경험하였듯이 원자력 발전의 전기를 프랑스에서 수입하였다. 독일 북부의 재생에너지는 독일 남부로의 계통연결이 부족하여 일부를 북유럽 국가에 수출하기도 한다. 따라서 EU의 정책을 우리가 벤치마킹할 때에는 개별국가가 아닌, 전체 계통 상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원별 발전비중을 살펴보면 천연가스와 석탄의 화석연료 비중이 36%, 원자력이 25%, 태양광과 풍력의 재생에너지가 19%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2022년 11월 기준 발전원별 비중을 살펴보면 천연가스 38%, 석탄 22%, 원자력 19%, 태양광과 풍력 12%로 구성되어 있다. 뭔가 황금비율의 구조를 느끼지 않는가. 물론 저탄소 에너지전환이 진행되기에 지금의 비율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앞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는 유념해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이행되다보면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훨씬 증가할 것이다. 아울러 자연계의 황금비율을 발전원 비중으로 끌어들여 적용하자는 무리한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조하려는 것은 에너지 믹스의 구성에도 뭔가 아름다운 비율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칙을 무시하고 예를 들어 특정 발전원을 가분수로 만들어버린다면 이는 바로 재앙이다. 사람이 양팔과 양다리를 벌리고 있는 다빈치의 인체 스케치 작품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황금비율을 따른다. 만일 머리의 면적비중이 60%라면 어떻게 될지 각자 상상해보시길 바란다. 스리랑카의 라자팍사 정권은 100% 유기농을 강행하다가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경험하게 되었다. 농업생산력을 떠받쳐 주던 비료이용을 포기하고 유기농으로 무리하게 전환한 결과였다. 포린폴리시 저널은 이를 국가 단위의 실험이라고 규정하였다. 우리나라 발전시장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재생에너지 100% 주장이 단적인 예다. 비가역적인 경제정책을 국가 단위에서 실험하려는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겠다는, 애초에 많은 경고가 있었던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하였지만 그나마 인접국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면 되는 구조였다. 전력 계통고립인 우리나라는 유럽 보다는 훨씬 더 신중하고 과학적인 수치에 기반하여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며 보기에도 아름다운 황금비율은 발전 믹스에도 존재할 것이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제3차 대기환경개선계획 제대로 성과 내려면

환경부가 27일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종합 계획은 대기질 개선을 위한 향후 10년간의 정책방향과 주요 과제를 제시하는 계획으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제2차 종합계획이 2025년까지를 목표로 작성된 바 있다. 이번 3차 계획은 2차 계획 종료를 2년 남겨둔 시점에서 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해 강화된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을 내놓는 등 외부적 상황 변화와 함께, 최신의 국가 과학 기술 경쟁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종합 계획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3차 계획에서는 2021년 대비 2032년까지 초미세먼지를 12ug/Nm3 수준으로 약 33% 정도 낮추고 오존 측정소의 1시간 환경기준 달성률 5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초미세먼지 목표달성을 위해 초미세먼지의 고체상 분진 이외에 각종 원인물질 들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으로서 첫번째 과제로는 ‘국민 건강 중심의 관리 체계 구축’을 선정했는데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서는 정확한 대기질 예보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예상되는 고농도 초미세먼지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하여 정보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36시간 전 예보의 경우에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는 다른 권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구축된 국가 대기 오염 측정망, 위성 기후 정보, 굴뚝 원격 축정 자료, 도로 재비산 먼지 데이터, 등의 대기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AI기법 등을 활용하는 경우에 예보의 정확성과 예측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을 통하여 한국환경공단에 새로운 IT 기술과 장비 등이 제공되고, 해당 전문 인원의 추가 배치 등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른 주요 과제로는 대기 관련 오염원의 배출 관리 고도화가 제시되었다. 사업장 배출 관리, 이동 오염원 배출 저감, 생활 주변 다양한 오염원 저감 지원 대책 등이 계획에 반영되어 있다. 우리의 경제 환경이 바뀌고 IT를 비롯한 산업 기술이 빠르게 진화 발전하게 됨에 따라서 미세먼지 개선 분야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자원과 방법들이 경제성의 범위 내에서 늘어가고 있다. 계량화된 데이터들이 있으면 개선의 영역과 문제점들이 분명하게 들어나고, 각종 인과 관계도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는 측정 장치 기술 개발, 무선 정보 통신 방식의 안정성과 신뢰성 향상, 분석 기법과 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바탕으로 배출 관리 고도화가 추진될 예정이다.‘이동오염원 배출 저감 가속화’와 관련하여서는 추진 과제가 주로 친환경 무공해 차량 지원 정책이 계획되어 있다. 현재 환경부의 전통적인 역할이 주로 내연기관 제작차의 배기가스와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는 부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야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협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차량 검사는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는데, 검사 시의 개별 차량의 배출가스 농도 자료와 운행 거리 등의 자료를 일부 환경부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는 선박 및 항만 분야에서도 동일하다. 정부 부처간에 업무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한다고 하더라도 자료와 정보의 활용과 공유는 부처간 협조가 아니라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확고하게 뿌리 내려야 한다.이번 종합계획에는 국내 대기질의 대외 변수에 대한 해법으로 국제 협력에 대한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인접국인 중국 일본과 정기적이고 실효적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노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현황 파악과 예측 정확성이 기본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각국이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걸맞는 각국의 빅데이터와 대형 데이터를 분석 처리하여 근거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할 때에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대기 환경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많이 구축되고 산업별 지역별 배출 오염원에 대한 인벤토리도 잘 정리되어 있다.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와 기상청의 데이터들도 환경부 내부에서 잘 통합될 수 있으므로, 모든 대형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하여 보다 좀더 수준 높은 분석 시스템과 예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대기 문제에서 대외 변수를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이번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 계획은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하여 시의적절하게 준비되고 작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기술의 발전 속도, 대기질에서 기후환경까지의 연결된 고민, 각종 IT기법과 가용한 데이터, 지구 환경에 대한 글로벌 대응 노력 등을 감안할 때 발 빠른 대처와 적시의 전략 목표 수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장기 대기환경개선 계획이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을 여는데 실효성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해 본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 수송용 연료에 ‘저탄소 연료 혼합의무제’ 도입하자

지난 22일 개최된 ‘2022 석유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을 통한 국내 석유산업 지원을 재차 약속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은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에탄올,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폐윤활유 등 신규 바이오 연료 개발·실증, 상용화 지원 등과 함께 신재생 연료 혼합의무제(RFS) 개편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RFS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정유사에게 규정된 혼합 의무비율 이상의 바이오 연료를 석유류에 혼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시행에 들아가 현재는 차량용 경유에 바이오디젤(BD)을 3.5%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BD 혼합 의무비율을 30년까지 8%로 높이고, 전과정 탄소 감축 효과를 이행실적 가중치에 연계하려고 한다. 또한 신규 바이오 연료로 RFS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정유사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요, 폐윤활유 등을 자체 생산, 혼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준비 중이다.이러한 정부의 RFS 개편 의지는 변화하고 있는 수송에너지 상황을 적극 수용, 제도화하는데 신속히 나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특히 2030년 수송부문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수준의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강요보다 바이오 연료가 일정정도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케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더욱이 도로 부문 이외 전기화가 사실상 어려운 해운·항공 부문에서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30년을 넘어 그 이상 중장기적인 수송에너지 시장·산업의 구조 변화를 생각하면 이번 개편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선 BD에서 신규 연료로 RFS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바이오 연료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법상 신재생에너지 연료인 ’수소‘나 나아가 청정수소와 탄소를 합성 제조한 e-휘발유, e-디젤 등 ‘재생합성 연료(e-Fuel)’까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e-Fuel이 작년 10월 확정된 2050 수송부문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주요 감축 수단으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 이전 투자 확대 지원 차원에서라도 더욱 그렇다.또한 국내 수송에너지 사업의 다각화·융합화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기존 수송에너지 사업은 휘발유·경유·LPG 등 석유류 공급사업이 주류였다. 하지만 2050 수송부문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보여주었듯, 석유류 공급사업의 축소와 수송용 전기·수소 공급사업으로 대체를 통해 해당 사업 지형이 탈바꿈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가 되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전기·수소 공급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연료전지·태양광발전·전기차 충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주유소에 통합 설치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등과 같은 석유류 사업과의 융합도 추진 중이다. RFS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무엇보다 이런 변화를 고려한다면, 굳이 정유사에만 RFS 의무를 지우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숙고도 필요하다. 수송용 전기·수소도 전과정적 관점에서 생산·유통단계의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몸집이 커질 수송용 전기·수소 공급사업자에게도 비슷한 의무를 줘야 하지 않을까.이런 중장기적인 고민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저탄소 연료 혼합의무제(Low Carbon Fuel Standard: LCFS)’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2006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시행 중인 LCFS는 특징적으로 의무대상자인 수송에너지 공급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가 판매 연료의 ‘전과정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CI)’, 즉 생산·유통·소비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면, 바이오 연료나 수송용 전기·수소 생산·공급을 넘어 정유공장의 공정혁신 등까지도 포함, 의무대상자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주고 있다. 나아가 CI 충족 여부에 따른 크레딧 발급과 거래가 가능, 저감 활동에 유인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수소충전소 건설 등에 크레딧 발급을 연계할 경우 수송용 전기·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유도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물론 LCFS의 국내 도입은 국내 여건에 맞도록 정교한 재설계 과정도 수반된다. 이에 대한 사전적 준비를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성우 칼럼] 유럽 탄소국경조정제 도입, 위기 아닌 기회 되려면

기업이나 국가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인 후 잔여량을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파리협정 체제하에서 주류가 되어 가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탄소규제의 강도는 서로 다르기 마련이고, 이 차이를 수출입시 관세 등을 통해 조정함으로써 불공평한 산업경쟁력의 일방적 악화를 방지하는 조치가 시행된다.지난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도입에 합의했다. EU 집행위원회, EU 각료이사회, 유럽의회가 최종법안 도출을 위해 잠정합의(provisional agreement)에 도달한 것이다. CBAM은 탄소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시설이 이동하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문제를 방지하고 EU의 탄소중립 목표인 ‘Fit for 55’(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를 달성하기 위해, EU로 수입되는 일부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EU 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이다.이번 잠정합의에 따르면, 품목은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 등 6개이다. 수소의 경우 지난 2021년 7월 EU 집행위원회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품목이나 이번 잠정합의안에 추가되었고, 향후 스크류, 볼트 및 일부 원료제품과 더불어 자동차 및 플라스틱까지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범위는 원칙적으로 직접배출(예:사업장 설비 운영에 따른 배출)에 적용되는데, 특정 요건 하에서 간접 배출(예:전기나 열구매에 따른 배출)을 포함시키는 것도 합의되었다. 내년 10월 1일부터 전환기간(transition period)이 개시되며, 3년 뒤인 2026년 본격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전환기간 중 EU 수출 기업들은 CBAM 대상품목의 제품별 탄소배출량(직접배출 및 일부 간접배출)에 대한 보고의무를 갖게 되며, 본격 시행시에는 관세 성격의 부담금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 구매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CBAM시행의 영향은 국가별로 서로 다르게 전망하고 있다. EU는 CBAM이 다른 국가 탄소가격제도 도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반면, 미국은 탄소가격제도 국가별 유무에 따른 제조업에 불공평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중국은 CBAM을 보호주의라고 비판하며 국제협력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고, 브라질은 대상 제품 중 일부는 EU에 수출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보급되어 해당 지역 산업이 취약해질 것을 우려했다.그렇다면 우리나라에게는 CBAM의 시행이 위험일까 기회일까. 지난해 한국의 CBAM대상 6개 품목 EU 수출 규모는 약 48억 달러에 이르는데, 그 중 철강과 알루미늄이 대부분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1년 간 EU와 한국의 배출권 1일 가격 최대 차이인 55.4달러로 가정시, 알루미늄산업은 21.9%, 철강산업은 20.6%의 EU 수출 감소가 발생한다.하지만 기회도 공존한다. EU의 CBAM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등 환경과 통상을 연계하는 조치들로 글로벌시장 경쟁자도 타격을 입는다. 세계 1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우리나라 보다 더 불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절대적 영향과 더불어 글로벌시장 경쟁자의상대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 볼 때, 오히려 기회가 되는 품목과 시장도 생길 수 있는 이유다. 미국이 중국의 태양광설비수입을 규제하자 우리나라 태양광설비 수출에 도움이 된 경험을 연상시켜 볼 필요가 있다.특히 우리나라의 배출권 거래제는 다른 국가에 비해 EU와 가장 유사한 탄소규제이므로 CBAM 시행시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중국·러시아·터키 등 CBAM의 영향이 큰 국가들의 대응전략을 분석하면서, EU 및 개별 회원국 등과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금번에 시행되는 CBAM을 향후 확대될 환경과 통상 연계의 시작점으로 인지하고, 경쟁자와의 상대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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