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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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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수요 과소예측된 10차 전기본 수정 못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5 10:08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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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맹추위가 몰아쳤던 지난해말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부분 언론이 신한울 1호기 준공과 공극 수리가 끝난 한빛 4호기 재가동 등 원전 비중 증가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었고 한전의 적자폭도 감소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다뤘다. "원자력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않다"는 지난 정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옮겼던 기억은 편리하게도 ‘선택적으로’ 삭제된 듯하다.

이보다 더한 사례도 있다. 자칭 에너지전문가라는 인사 중에는 화제의 ‘뉴스공장’에 출연하여 별다른 근거도 없이 "2022년이면 태양광발전이 원자력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분은 얼마 전까지 에너지 기관의 기관장을 역임했다. 예전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짓말을 잘 하는 정치인이 높은 지지를 받고, 거짓을 진실로 잘 포장하는 전문가가 대접을 받는 묘한 세상이다.

사실상 모든 내용이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국회제출용 보고서 내용을 입수해 살펴 보았다. 보고서에는 그동안 칼럼, 토론회 등에서 요구한 전력수요 예측결과의 세부 내역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지난달 국회 에너지포럼 토론회에서도 전기화에 의한 수요증가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을 했고 전기본 총괄소위위원장으로부터 "보고서가 공개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다"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뜯어 보아도 전기화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보고서에 담긴 전력수요예측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숫자가 좀 복잡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기본 보고서에는 상향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이행방안 마련, ‘산업·건물·수송부문 전기화 수요 및 4차 산업혁명 영향 반영’을 명시했다. 이를 위해 GCAM-KAIST 모형 운용, ‘데이터센터 의향조사’ 방법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전기본 위원회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 실현 시점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로 모형운용 결과의 일부만을 반영했다. 일부의 비율이 얼마인지 보고서에는 없다. 그 결과로 데이터센터의 2030년 전력수요는 2021년 대비 11.5TWh 순증, 전기화 수요는 14.9TWh가 반영되었다. 이 전망치가 반영된 기준수요에 수요관리를 차감한 2030년 목표수요는 572.8TWh다. 전기화,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9차 전기본의 2030년 전력수요가 542.3TWh이므로 9차 전기본에 비해 30.5TWh가 증가했다. 이 것을 전기화, 테이터센터 증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를 노릇이다.

2021년 전력수요 실적 533TWh는 9차 전기본의 2021년 수요예측치 518TWh에 비해 15.6TWh가 높다. 9차 전기본의 과소예측분, 데이터 센터 순증분, 전기화 수요를 합하면 42TWh다. 이것을 2030년 예측치 572.8TWh에서 빼면 530.8TWh이다. 9차의 2030년 예측치 542.3TWh에 비해 11.5TWh가 적다. 다시 말해 10차 전기본의 2030년 수요예측치는 전기화 및 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하지 않은 9차 전기본의 2030년 예측치에 2년간(2020∼2021년)의 예측오차를 조정한 결과 보다 14.9TWh만 증가했을 뿐이다. 동일한 숫자들이 반복되는 것이 공교롭다.

여기에 2022년 10월까지 전력수요 증가율 3.4%를 반영한다면 과소예측량은 더 커지게 된다(9차 전기본의 2022년도 수요 증가율 전망치는 0.6%).

전기화에 대한 의견은 이렇다.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력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산업, 가정·상업, 수송, 공공 부문 등에서 나머지 8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80%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물론 발전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다른 분야들은 NDC 달성을 위해 에너지소비의 전기화가 필요하다. 얼마나 반영되어야 할까. 불행히도 NDC 상향안에는 에너지원별 분석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부문별 감축목표와 발전부문 원별 구성만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추정의 단서는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2050년 전력수요는 1258TWh(시나리오1)로 현재보다 2.3배 증가할 전망이고(2050년 전력소비비중 전망치는 40%, 이것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평균증가율을 적용하여 2030년 발전량을 추정하면 768TWh(수요로는 707TWh) 정도다. 이게 맞다면 전력수요는 약 20%가 과소예측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10차 전기본에 전기화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말할 여지가 없다. 10차 전기본 보고서의 글과 숫자가 서로 상충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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