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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22일 개최된 ‘2022 석유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을 통한 국내 석유산업 지원을 재차 약속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친환경 바이오 연료 확대 방안‘은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에탄올,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폐윤활유 등 신규 바이오 연료 개발·실증, 상용화 지원 등과 함께 신재생 연료 혼합의무제(RFS) 개편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RFS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정유사에게 규정된 혼합 의무비율 이상의 바이오 연료를 석유류에 혼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2015년부터 시행에 들아가 현재는 차량용 경유에 바이오디젤(BD)을 3.5%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BD 혼합 의무비율을 30년까지 8%로 높이고, 전과정 탄소 감축 효과를 이행실적 가중치에 연계하려고 한다. 또한 신규 바이오 연료로 RFS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정유사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요, 폐윤활유 등을 자체 생산, 혼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정부의 RFS 개편 의지는 변화하고 있는 수송에너지 상황을 적극 수용, 제도화하는데 신속히 나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특히 2030년 수송부문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수준의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강요보다 바이오 연료가 일정정도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케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더욱이 도로 부문 이외 전기화가 사실상 어려운 해운·항공 부문에서 바이오 항공유·선박유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30년을 넘어 그 이상 중장기적인 수송에너지 시장·산업의 구조 변화를 생각하면 이번 개편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선 BD에서 신규 연료로 RFS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바이오 연료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법상 신재생에너지 연료인 ’수소‘나 나아가 청정수소와 탄소를 합성 제조한 e-휘발유, e-디젤 등 ‘재생합성 연료(e-Fuel)’까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e-Fuel이 작년 10월 확정된 2050 수송부문 탄소 중립 시나리오의 주요 감축 수단으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 이전 투자 확대 지원 차원에서라도 더욱 그렇다.
또한 국내 수송에너지 사업의 다각화·융합화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기존 수송에너지 사업은 휘발유·경유·LPG 등 석유류 공급사업이 주류였다. 하지만 2050 수송부문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보여주었듯, 석유류 공급사업의 축소와 수송용 전기·수소 공급사업으로 대체를 통해 해당 사업 지형이 탈바꿈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가 되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전기·수소 공급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연료전지·태양광발전·전기차 충전·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주유소에 통합 설치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등과 같은 석유류 사업과의 융합도 추진 중이다. RFS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런 변화를 고려한다면, 굳이 정유사에만 RFS 의무를 지우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숙고도 필요하다. 수송용 전기·수소도 전과정적 관점에서 생산·유통단계의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몸집이 커질 수송용 전기·수소 공급사업자에게도 비슷한 의무를 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중장기적인 고민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저탄소 연료 혼합의무제(Low Carbon Fuel Standard: LCFS)’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2006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시행 중인 LCFS는 특징적으로 의무대상자인 수송에너지 공급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가 판매 연료의 ‘전과정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CI)’, 즉 생산·유통·소비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면, 바이오 연료나 수송용 전기·수소 생산·공급을 넘어 정유공장의 공정혁신 등까지도 포함, 의무대상자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주고 있다. 나아가 CI 충족 여부에 따른 크레딧 발급과 거래가 가능, 저감 활동에 유인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수소충전소 건설 등에 크레딧 발급을 연계할 경우 수송용 전기·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유도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물론 LCFS의 국내 도입은 국내 여건에 맞도록 정교한 재설계 과정도 수반된다.
이에 대한 사전적 준비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