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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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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새해 에너지정책, 시장원리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2 10:25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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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7월초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한편, 재생에너지는 그 비중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것임을 명시했다. 석탄발전은 수급상황·계통을 고려해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며, 수소산업을 세계 1등으로 육성하고 태양광 탠덤 셀, 풍력 초대형 터빈 등 차세대 기술 조기 상용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울러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 등의 내용도 담았다.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과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차원에서 제시된 정책 방향은 시대적 흐름과 글로벌 여건을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에너지시장 개혁이 소홀히 다뤄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경쟁과 공정의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이 언급되긴 했지만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안이 결여돼 있다.

윤 정부는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시장에서도 자유시장 원리가 작동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선진국중에서 가장 낙후된 편이다. 전력산업의 경우 전기 요금이 전력시장의 수급에 따라 변하고 이것이 시그널이 돼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각기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정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도매시장과 소매시장에서 한전이 각각 수요독점과 판매독점 지위에 놓여 있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효율적 시장 달성이 어렵다. 전기요금의 경우 전력 도매구입단가를 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상한선이 설정돼 지난달부터 운용되고 있고, 소매시장에서는 연료비연동제가 정부의 유보권한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원가주의 원칙은 전기요금이 기재부장관과 협의 의무가 있고, 산업부장관의 인가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확립이 불가능하다. 전기위원회의 요금 심의도 형식적으로 명맥만 유지될 뿐 실질적인 심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일·실시간 전력시장도 확립돼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그렇게 요란하게 홍보됐던 스마트그리드 사업도 용두사미로 끝나고 있다. 전기요금이 전력 수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고 이에 따라 수요자가 신축적으로 전기소비를 조절할 수 있어야 전력산업도 보다 효율화될 수 있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전력선물시장 도입은 더더욱 요원하다. 선물시장은 가격예측과 거래활성화, 리스크헤지 등 다양한 순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전력 선물시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시장메카니즘 확립이 중요하다. 전원믹스 조정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 탄소 배출권거래제(ETS), 연료개별소비세 등 탄소가격(Carbon Pricing)을 통한 가격 시그날 강화와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특히 ETS의 경우 시장기능을 통해 국내 기업이 외국의 탄소배출규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권가격이 현행 톤당 80~85유로에서 100유로 정도(약 14만원)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재 2만원대인 우리나라의 7배 이상으로 뛰는 셈이다. 이는 탄소국경제도(CBAM)를 시행할 유럽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경부담금을 크게 늘릴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도 유럽처럼 탄소배출권 시장에 탄소배출업체뿐 아니라 증권사, 컨설팅회사, 개인 등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키고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을 도입해 배출권거래 활성화와 유동성 증대, 시장의 유연화, 가격변동에 대한 기업의 리스크 관리·대응 능력 부여 등 다양한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탄소규제에 대한 국내기업의 대응력을 키우는 길이다.

윤 정부는 새해 에너지정책에 시장원리를 더욱 충실히 반영하길 바란다. 에너지는 필수재로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불가결하기 때문에 정부가 그 개발이나 생산, 수출입, 유통, 판매 등 일련의 과정에서 시장을 규제·관리하며 개입할 필요가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시장실패나 수급 및 가격불안정성 시정, 장기 에너지투자 등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개입이 정당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개입의 수단은 공개적이고 적절해야 한다.

합리적인 에너지규제를 위해 가칭 ‘에너지위원회’ 설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기 뿐만 아니라 가스, 열 등 다양한 에너지에 대한 탈정치적이고 일관성 있는 시장운영 및 가격결정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이 참고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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