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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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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탈원전 굴레 벗은 원전산업이 이룬 성과와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8 09:00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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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지난해는 원전산업이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굴레에서 벗어난 해였다. 지난해 3월 ‘원전 최강국 건설’의 기치를 내건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며 원전에 활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7일 윤 대통령은 신한울 1호기 준공기념 축사를 통해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원자력 발전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원전 이용률을 81.5%로 잠정 추계했다. 이는 원전 이용률이 최저였던 2018년의 65.9%에 비해 15.6%포인트, 2021년 74.5%에 비해 7.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전년대비 APR-1400 1.5기의 연간 발전량에 맞먹는 15.8TWh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늘어난 원자력 발전량으로 우리나라는 전력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작년 원자력 총발전량은 약 174TWh이었다. 유연탄과 LNG의 온실가스 배출계수(톤-CO2eq/MWh)인 0.8230, 0.3625를 각각 적용해 보면, 원자력은 유연탄 발전 대비 1억 4304만톤, LNG 발전 대비 630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었다.

원자력은 전기를 값싸게 생산하여 한전의 적자 규모를 줄이고 전기요금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지난해 11월 전력거래소의 발전원별 정산단가(원/kWh)는 원자력 49원, 유연탄 177원, LN 294원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전년 원자력 총발전량 생산에 총 8조 5158억 원을 쓴 것이다. 이를 유연탄과 LNG로 대체 발전한다면, 각각 30조 7611억 원, 51조 946억 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비용은 유연탄의 28%, LNG의 17% 수준에 불과하였다.

또 원자력은 혹한기 전력수급 비상 상황 극복에도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11시 연이은 한파로 난방수요가 급증하고 폭설로 태양광 발전이 급감하면서 전력수요가 94.5GW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한울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서 국내 전력 공급능력이 109.0GW까지 늘어났다. 또 가동 정지된 지 5년 만에 가동을 재개한 한빛 4호기까지 가세하면서,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전력공급 예비율이 10%를 상회하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원전산업 생태계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새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를 멈췄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천명하였다. 신한울 3·4호기는 올해 상반기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하반기에는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이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10월에는 폴란드와 원전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2009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국내외에서 벌어질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고사 상태였던 국내 원전 산업계에 생명수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이 뒤로 미뤄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및 처분은 원자력 이용 확대를 위한 기본 전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건설할 부지 선정 절차와 방법, 시기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이 여야 정쟁으로 인해 미뤄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자력에 빚을 지고 있는 현세대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올해는 여야가 대승적으로 특별법에 합의하여,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과 수급 위기를 통해 원자력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재조명되었다. 대표적 탈원전 국가인 독일은 2022년 말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계획했었지만, 올 겨울 전력난으로 그 계획을 뒤로 미뤘다. 벨기에도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계획을 2036년으로 연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탄소 배출 감축과 전력난 해결을 위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향한 기본 방침’을 지난해 12월 확정하였다.

에너지 자원 빈국이면서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국가 생존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지난해 원전산업 결산 결과는 우리나라가 원자력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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