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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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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최적의 에너지 믹스 설계와 황금비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9 10:09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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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자연법칙 중에 황금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해양에서의 파도, 꽃눈, 조개껍질, 은하 등 수많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황금비율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율이라고 한다.

두 개의 사물을 비교할 때에는 1:1.618의 비율로 표현되는데, 이 황금비율은 피보나치 수열에서도 발견된다. 1, 1, 2, 3, 5, 8, 13, 21, 34, 55, ...의 피노나치 수열은 앞의 두 숫자를 더하여 그 다음 숫자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무한히 연결되는데, 옆의 두 숫자 사이에는 1:1.618의 근사적 관계가 성립한다.

인간이 보기에도 가장 아름다운 구조인 이 황금비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그리스 신전과 같은 인류의 위대한 작품에서도 발견되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건축물과 소비제품의 디자인 설계 시에도 적용된다.

황금비율을 면적이나 비중 단위로 전환한 것을 황금분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피보나치 수열에서 13을 경계수로 삼아 각 수의 비중을 계산하면, 3%, 3%, 6%, 9%, 15%, 24%, 39%가 나온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의미있는 최소단위의 경계수인 3의 경우에도 4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계수가 커질수록 그 경계수의 비중이 작아지는데, 경계수 55의 경우 38%가 된다. 이게 구조적으로도 아름다운 황금비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황금분할을 염두에 두고 발전원 구성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선 유럽을 살펴보자. 전력계통이 연결되어 있는 유럽에서 각 개별국가의 석탄이나 원자력, 재생에너지를 두고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탈원전을 추진하였다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모자라는 전기는 폴란드의 석탄화력 발전에서 끌어다 쓴다. 독일 역시 탈원전 하였다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극명하게 경험하였듯이 원자력 발전의 전기를 프랑스에서 수입하였다. 독일 북부의 재생에너지는 독일 남부로의 계통연결이 부족하여 일부를 북유럽 국가에 수출하기도 한다. 따라서 EU의 정책을 우리가 벤치마킹할 때에는 개별국가가 아닌, 전체 계통 상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원별 발전비중을 살펴보면 천연가스와 석탄의 화석연료 비중이 36%, 원자력이 25%, 태양광과 풍력의 재생에너지가 19%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2022년 11월 기준 발전원별 비중을 살펴보면 천연가스 38%, 석탄 22%, 원자력 19%, 태양광과 풍력 12%로 구성되어 있다. 뭔가 황금비율의 구조를 느끼지 않는가.

물론 저탄소 에너지전환이 진행되기에 지금의 비율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앞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는 유념해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이행되다보면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훨씬 증가할 것이다. 아울러 자연계의 황금비율을 발전원 비중으로 끌어들여 적용하자는 무리한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조하려는 것은 에너지 믹스의 구성에도 뭔가 아름다운 비율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칙을 무시하고 예를 들어 특정 발전원을 가분수로 만들어버린다면 이는 바로 재앙이다. 사람이 양팔과 양다리를 벌리고 있는 다빈치의 인체 스케치 작품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역시 황금비율을 따른다. 만일 머리의 면적비중이 60%라면 어떻게 될지 각자 상상해보시길 바란다.

스리랑카의 라자팍사 정권은 100% 유기농을 강행하다가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경험하게 되었다. 농업생산력을 떠받쳐 주던 비료이용을 포기하고 유기농으로 무리하게 전환한 결과였다. 포린폴리시 저널은 이를 국가 단위의 실험이라고 규정하였다.

우리나라 발전시장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재생에너지 100% 주장이 단적인 예다. 비가역적인 경제정책을 국가 단위에서 실험하려는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겠다는, 애초에 많은 경고가 있었던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하였지만 그나마 인접국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면 되는 구조였다.

전력 계통고립인 우리나라는 유럽 보다는 훨씬 더 신중하고 과학적인 수치에 기반하여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며 보기에도 아름다운 황금비율은 발전 믹스에도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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