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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尹정부, 엉덩이에 ‘리모델링 사업’ 깔고 앉았다

연말이 되니 새삼 지난 1년을 돌아보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이 참 많이 변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도시정비사업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을 체감한다. 지난 정부는 임기 내내 강력한 재건축 규제를 실시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규제 허들이 낮은 리모델링 사업이 각광을 받았다.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사업지가 쏟아져 나왔고 사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수직 증축 관련 이슈도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추진에 속도를 냈다.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잠실 더샵루벤)는 국내 첫 수직증축 허용 단지로 지난 4월 분양에서 252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소건설사만 리모델링 수주를 따내던 과거와 달리 대형건설사들도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리모델링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작년까진 분위기가 좋았는데 올해 리모델링 시장은 작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공사비 상승으로 이자 부담은 커졌는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분양가는 떨어지니 리모델링으로 새 아파트로 탈바꿈해도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 조합 설립 인가를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서 제출을 망설이거나 아예 방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모델링 추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업을 몇 개월만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하는 푸념도 나온다. 정부는 다음 주 중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주택 공급 활성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밀려 기약조차 없다. 정부가 리모델링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9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132곳이 넘는다. 가구 수로 따지면 10만5000여가구에 달한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밀려 지체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달려 있다는 점을 정부가 유념해주길 바란다.증명사진_김기령

[기자의 눈] 마음 놓고 출근할 수 있는 사회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조합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도 파업을 시작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동참한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선량한 시민이나 기업을 볼모로 잡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매일 아침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게 직장인의 삶이다.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물류가 마비되며 산업 현장도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복합 위기’ 시기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이들도 상당수다. 노조와 장애인 단체의 주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쟁의 행위를 ‘왜’ 하는지에 대한 논점이 이미 흐려졌다는 점이다. 강자와 협상하기 위해 다른 약자를 억압하며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합리적인 주장도 이런 식으로 하면 정당화될 수 없다. 내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돈을 훔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들은 반문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묻고 싶다.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도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동수단이 볼모로 잡혀 누군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에 늦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탄생이나 임종을 함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치권의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 사회적 파장이 큰 부분은 민생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무조건 ‘법과 원칙’만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사회 구조가 바뀌면서 다양한 집단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황에 맞게 원칙을 재정의 해줘야 한다. 그러라고 국회에 입법권도 줬다. 초겨울 불어오는 바람이 올해는 유난히 더 차갑다. 출근이라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간절히 바란다.yes@ekn.kr

[기자의 눈] 눈살 찌푸려진 10차 전기본 공청회

지난 28일 개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들이 펼쳐졌다.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이 산업부 공무원들과 계획 수립에 참여한 위원들에 대한 비난과 성토의 장이 됐다. 공청회 참석자들의 주된 질의 사항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후퇴 등을 지적하거나 원전 확대 반대, 석탄발전 퇴출, 기후위기 대응 대책 강화 등을 요구한 것이었다. 문제는 충분한 발언기회와 답변이 있었음에도 공청회가 끝날 때까지 고성을 질렀다. 당위성이 있고 중요한 문제들이다. 산업부는 에너지안보 위기상황에서 안정적 전력수급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요구사항들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으로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루아침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사안들이다. 특히 발전설비들은 크든 작든 단기간에 만들고 없애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보급한다고 하면 그에 따른 계통 확충,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 전력시장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신규석탄발전소의 경우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폐지를 하려면 마찬가지로 합법적인 절차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 기존 석탄발전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원전 계속운전도 마찬가지다. 여러 이해관계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장기계획이면서 2년마다 재수립 되는 이유다.현재 지역적으로 충남권에 석탄발전이 많고 앞으로 호남권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될 예정이다. 원전도 특정지역에 많이 포진해있다. 이렇게 배치된 것은 다 그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 모든 게 하루만에 만든 게 아니듯이 하루만에 바꿀 수 없다. 단계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모든 발전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해왔다. 그게 이뤄졌을 때 국가의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담보가 된다. 결과론적으로 지금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직까지 실생활에서 전기사용의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비합리적이었고 발전소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풍요를 누릴 수 있었을까. 기후위기 대응, 국제기조 등 상황이 바뀌었으면 그에 따라 또 다시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면 될 노릇이다. 앞뒤 고려 없이 무작정 특정 발전원을 폐쇄하고 특정 발전원은 늘리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공청회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기자의 눈] 금융당국의 오락가락…은행·소비자는 혼란

"기준금리가 높아져서 은행 예금 금리가 더 올라갈 줄 알았는데 안 올라갈 것 같네요." 최근 만난 한 지인은 지난 24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거래은행 예금 상품 금리가 연 5% 정도로 올라갈 것 같아 가입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예금 상품 금리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최근 뉴스를 통해 은행들의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 기조가 멈췄다는 소식을 알고 있던 그는 지금이 최고점인 것 같다며 금리를 높게 주는 2금융권 상품에 가입할 지, 증시에 더 돈을 넣을 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과도한 자금 조달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후 은행권의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은행권에 이자장사 비판이 이어졌고, 은행권은 예대금리차 폭을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렸지만 이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로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국은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이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고 은행들은 28일부터 예금 금리를 높인 케이뱅크를 제외하고 수신금리 인상을 두고 눈치만 보고 있다. 당국의 자제령을 어긴 첫 은행이 되면 당국 눈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다른 은행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기조 변화에 은행권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은행 입장만 보면 수신금리를 높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반기부터 이어진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에 속도를 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일주일 정도 시차를 두고 수신금리를 높였다면, 올해는 기준금리와 동시에, 빠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수신금리를 높였다. 당국 기조에 따라 움직였지만 지금은 당국이 높아진 수신금리를 문제 삼자 은행권에서는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되는 것이냐"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수신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등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돼 대출 금리 또한 빠르게 높였다. 앞서 은행들이 예견한 결과이기도 했는데, 은행들은 이제서야 당국이 대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 또한 나타내는 것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또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예대금리차 공시의 실효성이 낮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상반기와 하반기 때의 금융시장 분위기가 바뀐 만큼 금융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새 180도로 바뀐 당국 기조는 은행권과 금융소비자들에게는 혼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충분한 시장과의 소통 과정이 있었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dsk@ekn.kr

[기자의 눈] 시장안정대책 한 달, 아직 안도하면 안 되는 이유

정부가 10월 23일 변동성이 커진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권별 간담회 및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정책지원프로그램의 집행 상황과 금융시장 주요 리스크 요인 등을 계속해서 점검했다. 특히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곳이 참여한 1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이 24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이달 5대 금융지주가 73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를 포함해 총 95조원 규모의 자금 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은 것도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지주사가 내놓은 시장 안정 방안은 단순히 규모를 넘어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 함께 자금시장 경색 완화라는 당국의 대원칙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금융지주사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은 남아있다.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금리가 무려 45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2%포인트(p) 오른 연 5.5%를 기록했다. CP 금리는 9월 22일 연 3.15%에서 이달 25일 연 5.5%로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현 CP 금리는 2009년 1월 12일(연 5.66%)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별개로 시중은행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당국은 앞서 은행채와 한전채가 시중 유동성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당국의 지침으로 은행권은 예금 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당국이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이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예금금리 인상마저 자제하라고 발언하면서 은행권의 고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은 예금 수신, 은행채 발행 두 가지인데 이미 은행채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마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고조됐던 10월과 비교하면 지금 시장은 상당 부분 진정세를 찾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아직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앞서 언급한 금융시장 불안 요인과 함께 연말 기관투자자들이 북클로징(회계 연도 장부 결산)에 들어가면서 회사채 시장 위축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자금시장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당국은 더욱 더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적시에 시장 안정 대책들을 내놔야 한다.

[기자의 눈]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코인

올해 내내 찬 기운만 감돌던 증시에 모처럼 따뜻한 바람이 느껴진다.최근 공개된 11월 FOMC 회의록에 드디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거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이날 0.25%포인트 인상돼, 벌써 속도를 늦추는 모양새다. 2100선까지 떨어졌던 증시는 어느새 2400대에 안착했고, 코스피 지수 20일선이 120선을 골든 크로스 한 것도 고무적이다. 작년 8월경 데드크로스 이후 무려 1년 3개월 만의 일이다.비슷한 시기 내리막길을 탄 가상화폐(코인) 투자자들은 그저 증시가 부럽기만 하다. 코인 시장은 루나-테라 사태부터 FTX 파산까지 시장 신뢰를 깨뜨리는 사건이 계속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탈중앙화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신뢰와 구조 취약성을 해결하는 것이 시장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정부와 금융당국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만 해도 신개념 다단계 취급을 받던 코인이지만, 인제 와서 허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장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다. 특히 계층 간 사다리가 자꾸만 좁아져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젊은 세대들은 아직도 코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얼마 전 코인 업계 관련 기사를 출고했을 때가 떠오른다. 워낙 민감한 사항을 다룬 이슈라 나름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투자자들의 주의감을 일깨우기 위해 준비한 발제였다. 취재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적었고 이슈의 중심이 된 업체의 입장도 존중해 최대한 온건하게 썼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출고 직후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 오며 본문, 부제, 헤드라인까지 수정요청이 계속됐다. 선택한 단어의 수위가 너무나 강해, 자칫 투자자의 오해를 불러 업체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들을 죽이려는 ‘악의적 감정이 담긴’ 기사가 아니냐는 강한 어조의 항의까지 있었다.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돼 별다른 악감정은 들지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그런 민감한 반응도 결국은 제도 틈바구니에서 붕 떠버린 코인 시장의 현주소 때문 아닐까 한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투자자들이 믿고 의지할만한 제도가 있었다면 고작 기사 한 편 때문에 담당자가 얼굴을 붉힐 일도 없었을 것이고, 연이은 사건으로 시장이 흔들릴 일도 없었을 것이고, 소중한 투자자산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채 가라앉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suc@ekn.kr

[기자의 눈] 일관되지 않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에도 거래절벽이 허물어지지 않자 추가 규제완화 목소리가 잦다. 집값은 크게 떨어졌는데 종합부동산세는 더 걷히니 국민들 원성도 이만저만 아니다. 부동산업계 및 전문가를 비롯한 국민여론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대출규제 및 세제 완화,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을 손질하지 않는 선에서 서울과 경기 4개 지역(성남, 하남, 과천, 광명) 조정대상지역 해제 조치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이 추가 규제완화 카드로 쓰일 전망이다. 즉 서울을 열어야 하는 것이 거래절벽 해소 핵심이다. 다만 지금까지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인해 거래가 되지 않다던 인천 주요 지역과 세종시, 경기 외곽 지역은 규제지역 해제에도 거래절벽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추가 규제완화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시장에 내놓은 급매물을 회수하는 분위기가 이뤄졌다. 재차 거래절벽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규제완화 카드로 DSR 완화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대출한도를 늘리는 것만이 거래활성화를 견인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다만 DSR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주담대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는 DSR 60%로 완화해줘도 상당히 강한 제약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현재의 DSR 40% 적용이 연체율 방지에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가계부채 양은 많아졌지만 힘에 부쳐도 차주들이 원리금 상환 능력은 보유하고 있어 연체율이 상승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기조를 유지할 것인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핵심은 거래절벽 해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전에 ‘소득대비집값비율(PIR)’ 18배를 언급하며 가격 하향조정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은 하향조정보단 현상유지에 가깝다. 이에 대해 최근 원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한쪽에선 빚내서 집 사라는 거냐, 한쪽에선 현금 부자만 ‘줍줍’하라는 거냐" 양쪽 질타를 다 받았다고 했다. 또한 거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25bp만 인상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덩달아 추가 규제완화 기조도 지속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대출 등 추가 규제완화를 통해 거래절벽을 해소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을 시장에 맡기고 급매가 시세가 되는 하향조정을 유지할 것인지 명확한 시그널을 국민에게 제시해서 혼동을 주지 말아야 한다. kjh123@ekn.kr2022102701000962800042881

[기자의 눈] 항공우주청, 가장 중요한 본질은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성공으로 한국은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민간기업 주도 우주개발 체제인 ‘뉴스페이스’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정부는 이에 발 맞춰 국내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인 ‘항공우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항공우주청의 지역·명칭·거버넌스를 둘러싼 공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주항공청, 항공우주청, 우주청… 신설될 우주산업 총괄 기관으로 거론되는 명칭들이다. 항공우주청은 대전시가 처음 언급해 굳어졌다. 다만, 과학계는 ‘항공’과 ‘우주’를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우주 산업은 각각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소관하고 있으며, 대부분 국가들은 별도의 항공 산업 독립조직을 운영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이를테면 미국은 항공·우주 산업을 연방항공국(FAA)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각각 분리해 운영한다는 것이다.항공우주청을 대통령 직속·국무총리 산하·범 부처 조직 등 어떤 거버넌스 형태로 설립할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주장이 조금씩 어긋난다. 대표적으로 항우연 노조는 항공우주청이 과기부·국방부 등 우주 산업 관련 부처를 총괄·조정할 수 있도록 이와 대등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각 지자체들이 항공우주청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결국 입지는 사천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항공우주산업 기업의 60%·누리호 발사 참여 업체의 80%가 경남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결국 항공우주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설될 항공우주청이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우주 프로그램을 슬기롭게 조율하고, 민간이 우주 산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윤석열 정부는 오는 12월 ‘항공우주청 설립 추진단’을 신설해 항공우주청 기능과 조직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설립 추진단이 발족되면 이같은 논쟁도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항공우주청 롤 모델로 나사(NASA)를 지목했다. 결국 정부는 항공우주청에 NASA의 비전과 철학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한국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맡을지, 국가의 중장기적 우주 산업 로드맵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lsj@ekn.kr이승주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네오위즈 부스는 어디 있나요?" "니케랑 원신은 안왔나봐."올해 ‘지스타 2022’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던 반응이다. 올해 지스타는 기존 제1전시장에서만 열리던 BTC(기업소비자 간 거래)관을 제2전시장 3층까지 확장 운영했다.제2전시장 3층에는 네오위즈를 비롯해 레벨 인피니트, 호요버스, 플린트 등의 부스가 위치했다. 최근 리니지 형제, 오딘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1위에 오르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소녀 건슈팅 액션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독일 게임스컴 3관왕에 빛나는 ‘P의 거짓’, 탄탄한 마니아층으로 장기 흥행에 돌입한 ‘원신’ 등은 모두 여기서 만나볼 수 있었다.현장에선 기존과 달라진 전시장 운영으로 해당 부스를 찾지 못해 헤매는 관람객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제2전시장 1층에 있는 BTB(기업 간 거래)관에 잘못 입장하려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앞서 지스타 개막전 부스 구성이 공개되자 서브컬쳐 게임 장르만 제1전시장에서 먼 제2전시장 3층으로 몰아넣은 게 아니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행사 내내 3층으로 올라가려는 관람객들은 좁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 이 줄은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을 잇는 2층 구름다리 중간까지 길게 늘어졌다.올해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대규모 인파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원 분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매해 실시하던 관람객 집계도 멈추고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별다른 사고 없이 안전한 마무리에 성공했지만, 게임 팬들의 만족도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넓어진 행사장 규모만큼 관람객 동선이 한층 여유로워지고 전시장 내부 밀집도도 완화됐으나 부스 위치 홍보나 구성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돼 행사장을 온전히 축제로 즐기려는 코스프레 관람객들도 대부분 야외 부스나 제2전시장으로 몰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실제로 최대 관람객 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견됐던 이번 지스타의 총관람객 수는 18만4000명에 그쳤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축소 운영됐던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최대 인파였던 2019년의 24만명에 비해서는 모자란 수치다.행사장의 안전관리는 어떻게 보면 주최 측의 당연한 의무이자 목표다. 안전에 만전을 기한 부분은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게임 팬들을 위한 부스 배치와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대형 게임사와 인기 지식재산권(IP)에만 집중되지 않고 서브컬쳐 장르나 중소형 게임사 등에도 좀 더 주목해,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로서 지스타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지길 기대해본다.sojin@ekn.kr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8시간 연장근로제 유지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중소기업계를 위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 중소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주52시간제 관련 8시간 추가연장근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밝힌 말이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지난해 7월부터 종사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시행된 주52시간제의 적용 부담을 일정 기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1주 8시간의 추가적인 연장근로를 올해 말까지 허용한 제도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중소기업 대표들도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 악화, 납기 미준수에 따른 거래관계 단절 등과 같은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간중간 급하게 납기를 맞춰야 하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근로시간 연장이 필요하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이런 경우를 위한 보험과 같은 제도"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노동계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장시간 근로시간만 고착화시킬 뿐이라며 일몰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1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시키고, 사실상 1주 60시간 초과근무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산업재해사고 대부분이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유지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권을 더 악화시키고, 젊은층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를 부추겨 중소기업 인력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 KBIZ중소기업연구소의 ‘MZ세대 중소기업 취업관련 데이터(26만8329건)’ 분석 결과는 젊은 세대의 노동시간 인식을 잘 보여준다. 20∼30대 젊은 구직자들의 취업 관심사 1,2위는 ‘근무시간’(응답률 25.8%)과 ‘자기성장 가능성’(응답률 21.3%)이었다. 급여수준(17.3%)도 낮지 않았지만, 젊은층의 직장선택 우선순위가 워라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막는 게 ‘시급한 발등의 불’인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무작정 계속 유지만을 주장하기보다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근무여건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기업주와 노동자가 상생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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