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진솔

jinsol@ekn.kr

이진솔기자 기사모음




[기자의 눈] 삼성, 반도체 이을 ‘왕관의 보석’ 찾아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9 16:13

산업부 이진솔 기자

이ㅣㄴ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9% 급감하며 5년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실적발표 전 증권사가 전망한 수치에서 2조원 정도가 사라졌다.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더 매서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적은 더 나빠질 여지가 크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경기 침체 여파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절반 수준만 해도 선방한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당장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는 TV와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 부문이 부진한 와중에도 회사를 버티게 해준 효자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사업은 ‘왕관의 보석(Crown Jewel)’에 해당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을 왕관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비유한 표현이다.

하지만 반도체가 무너지자 곧바로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위기가 찾아왔다.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반도체 사업에 의존하면서 업황이 나빠지면 덩달아 실적이 고꾸라지기를 반복했다.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변동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됐다는 점에서 지속해 삼성전자가 지닌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반도체를 대신할 미래의 보석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반도체 외에 마땅한 미래 먹거리 후보를 키우지 않았다.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로봇,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빅 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추진 중이란 소식만 들릴 뿐이다.

경쟁사인 LG전자가 최근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점도 삼성전자를 뼈아프게 한다. LG전자가 장기간 적자를 감내하며 미래 먹거리로 키워온 전장 사업은 주력이던 가전제품과 TV에 버금가는 핵심 사업부로 커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TV 시장이 침체하며 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전장 사업이 높은 수익성을 갖추며 이를 상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인수 예상 후보군에는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AI와 5G 등 다양한 기업이 오르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회장에 취임하며 새로운 사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6년째 멈춘 삼성전자 M&A 시계가 더 이상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


jinsol@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