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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새해 벽두부터 여야 격돌에 亂場 우려 '민의의 전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8 11:54

정치경제부 오세영 기자

오세영 기자수첩
새해부터 ‘난정(亂政)’이다. 아니, ‘난장(亂場)’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여야는 올해 첫 회기인 1월 임시국회 소집 여부부터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했다. 결국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 9일부터 30일간의 회기로 1월 임시국회가 열리게 됐다. 국회 개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1월 임시국회 모습도 불 보듯 뻔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남 탓’ 혹은 ‘상대방 깎아 내리기’를 이어가면서 또 국회는 떠들썩할 게 분명하다.

1월 임시국회를 두고 개회 여부부터 소란이 일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표 관련 ‘사법 리스크’를 막아내야 입장이다. 두 정당 모두 방어할 사안이 큰데 국민의힘은 1월 국회를 ‘열지 않아야’ 야당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1월 국회를 ‘열어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안보 참사’와 ‘경제 위기’에 주요 안건으로 내세워 현안 질의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부 상공보다 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비행하면서 인근 지역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내 진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점 등으로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법리스크’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재명 대표 관련 여러 건의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대표는 그 중 ‘성남FC 후원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1월 국회 회기 개시 이튿날인 10일 검찰에 출석한다. 이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들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주면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60억여원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결국 여당과 야당 각각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고 봐야 할까. 여당은 야당이 단독 소집한 1월 임시국회를 검찰의 이재명 대표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로 규정하고 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당 공세에 맞대응할 수 있다. 반면 야당은 있을 수 있는 검찰의 이 대표 체포 영장에 대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안보 및 민생 관련 실정을 파고 들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까지 끄집어 내면서 ‘사법리스크’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사건 군 당국 은폐 의혹 제기, 각 경제부처 장관 대상 경제 위기 초래 정책 실패 지적,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 등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영특함을, 검은색은 지혜를 상징한다. 한 해 동안 지혜롭고 영특하게 경제 위기나 민생 안정 등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국회는 아직도 ‘눈 먹던 토끼 얼음 먹던 토끼’가 제각각 서로 물고 뜯으면서 민의의 전당조차 각자 편리한 대로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난정, 아니 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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