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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재생에너지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

우리나라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가 도입, 시행되어 온지도 어느 덧 10년이 지났다. RPS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하여 일정 이상 규모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공급의무자에게 일정 비율 만큼 의무발전량을 할당하는 것으로 지난 2012년 도입된 제도이다. 제도가 처음 만들어 질 당시에 주요 이슈가 몇 가지 있었다. 누구에게 공급 의무를 부여할 것인지, 공급 의무 비율을 얼마만큼 지울 것인지, 그리고 각 전원별 가중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 등이었다. 이 가운데 전원별 가중치는 신재생에너지원별 기술개발 수준 및 발전원가, 부존 잠재량, 그리고 환경이나 산업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정하는 것으로 그 수치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주로 수익 보전이나 활성화 필요가 있는 전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가 부여되었다. 제도 도입 초기에 부여된 가중치는 신재생에너지에 속하는 대부분 전원을 거의 비슷한 수준의 경제성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 취지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골고루 보급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원에 사업자들이 몰리는 부작용을 불러왔다.어쨌든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난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거의 7배(2012년 12월 4084MW에서 2022년 12월 기준 2만7962MW로)에 육박할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전원별로 살펴보면 수력 및 해양 에너지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지만 태양광 및 풍력, 그리고 바이오 쪽이 급격히 늘어나며 전체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를 이끌었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부분의 국가는 수력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나라 가운데 노르웨이는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에서 얻고 있다. 브라질과 캐나다도 전력의 60% 이상을 수력으로 생산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은 수력 비중이 18%에 달하고, 일본도 9% 수준이다. 1~2% 정도인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리적인 제약 조건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도입 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신재생에너지 전원별로 보급 및 확대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은 우선 사업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해당 사업별 진입장벽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보급이 확대된 태양광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수력이나 해양에너지, 그리고 풍력 등은 설비 자체의 규모가 워낙 크고 초기 비용도 많이들어 쉽게 진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지리적인 요건도 무시할 수 없다. 자연에너지를 원천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는 물리적인 공간인 땅을 필요로 하며, 각 전원별로 경제성이 보장될 수 있는 입지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 결과 분산에너지에 속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전원별로 특정 지역에 집중화되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우리나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석연료가 차지하던 부분을 신재생에너지가 채워 주어야 한다. 하지만 특정 전원이나 지역으로 집중화되는 경향은 전력계통이나 해당 산업의 활성화 측면에서 무조건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10년은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슈&인사이트] 에너지 요금정책과 정치경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평균 기온마저 평년을 크게 밑돌며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한 가운데 전기, 가스, 열 등 에너지 요금에 택시, 지하철과 버스요금까지 그동안 억눌렸던 공공요금 인상의 봇물이 터졌다. 지속된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꽁꽁 묶어두었던 공공요금이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맞물려 임계점을 넘어 일시에 터져버린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인상이 이루어지자 갑자기 두 배 가까운 청구서를 받아 든 소비자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시장가격을 반영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말이다.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는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지원금을 줌으로써 부담을 완화해 주고 있다. 서민들에게 지원이 반갑기는 하지만 우왕좌왕하는 땜질식 정책은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차제에 에너지 관련 요금정책의 정치경제적 문제를 함께 숙고해보자. 세계적 정치학자인 S. Krasner는 Defending National Interest(1978)에서 19세기 후반부터 100여 년에 걸친 미국의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획득 관련 정책을 분석한 결과, 고위 정책책임자들이 정의한 ‘국익’의 관점에서 정권교체와 관계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왔음을 밝혀냈다. 이처럼 에너지정책은 가치나 이념이 아니라 무엇이 장기적 국가이익이냐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우리와 같이 부존자원이 거의 없으면서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 기반의 나라는 더더욱 그러하다. 에너지의 획득이나 생산비용 절감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금정책은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정부의 개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필자는 십 수 년 전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어느 개도국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그 나라는 정부청사에도 시도 때도 없이 정전이 일어나는데 그 빈도가 하루에도 대여섯 번이나 되었다.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전기공급 부족 때문이란다.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나다 보니 어떤 지역에는 가로등을 비롯해 가정집에 대낮인 데도 전깃불이 켜져 있었다. 함께 다니던 공무원에게 물으니 그곳은 서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40%에 달하는 저소득층에게는 전기요금을 면제해 주기 때문이란다. 선거 때마다 표를 얻으려 에너지 요금 감면을 약속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부자들이 사는 동네와 건물들에도 항상 전기가 켜져 있길래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부자들에게는 전기요금 부담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답이었다. 전기사용량에 따라 누진제를 적용하면 절약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더니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서 전기요금 제도를 누진제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대답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전기공급량을 아무리 늘려도 항상 전기는 모자랄 것이다. 그들의 문제는 전기공급의 부족이 아니라 요금제도에 있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극단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요금제도는 소비행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원리를 벗어난 국가개입은 매우 위험하다. 선거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를 약속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요금 인하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정치적 이유로 요금 인상 요인을 시장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소비량은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결국 작금의 사례에서 보듯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반영하려면 그만큼 저항이 크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세금을 통해 지원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곧 사용자가 아닌 국민이 부담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사용자는 여전히 에너지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요금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싼 것은 이 때문이다. 요금정책의 미래가 위 사례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자의 눈] RE100을 자발적 캠페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100% 전환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이라고 RE100을 추진한 국제단체 ‘탄소정보프로젝트(CDP)위원회’가 정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RE100을 정말 자발적 캠페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국내에서 RE100이 자발적 캠페인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비싼 재생에너지 전기요금 때문이다. 기업이 비싼 전기요금을 자발적으로 지불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RE100에 대해 성급했다. 반강제로 정부와 기업을 RE100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RE100을 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도태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기업들이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수단도 만들었다. 여기서 조그만 성과가 나와도 정부와 기업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잘 안된다 싶으면 정치권은 RE100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 또한 여기에 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월 20대 대통령 선거 때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가 토론회에서 RE100을 언급하면서 RE100 이슈에 대한 관심은 정점을 찍었다. RE100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은 기업에 전기요금을 너무 높게 선정했다며 요금 인하 요청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일반 전기를 비싼 값에 쓰고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인정받는 녹색프리미엄으로 RE100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전기요금을 약 10% 추가로 내야 한다. 하지만 녹색프리미엄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지 못한다. RE100과 온실가스 감축을 함께 하고 싶다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야 한다. 대신 탄소배출권보다 10배 더 비싼 가격으로 살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이 RE100을 자발적으로 이행하려면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이 다른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요금과 비슷해져야 한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쓰는 게 더 싸다면 RE100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다. 이게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정치권은 RE100에 관심을 두는 만큼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을 낮추는데도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관건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설치 지역 인근의 주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지역 주민이 반대하면 재생에너지 설치비용을 오를 수밖에 없다. 과연 정치인 중에서 재생에너지 설치를 위해 지역주민을 설득하는 일에 힘을 쏟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EE칼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화 속도 내야

기후변화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온난화를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판단에서 각국이 전기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전기화란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테면 열차나 버스, 승용차 등 운송수단을 전기 운송수단으로 바꿔 운행하거나 가정에서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전기를 최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를 발전 이외의 부문, 이를테면 운송이나 산업현장, 사무실, 가정 등에서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전기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을 가능케 하는 측면도 있다. 전기화는 생산 자동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여주므로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우리에게는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전기 이용 기술은 연소를 수반하지 않고 온도나 습도, 조명 등의 제어성이 높아 직장이나 가정 내 사람의 컨디션이나 집중력에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세계 190여개 국가들은 2050년 쯤을 탄소중립 달성 목표 해로 정해 놓고 있다.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을 동일하게 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쉬운 게 아니다. 현재 각국이 유엔에 제출해 놓은 감축 목표치(NDC)를 다 합해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감축 목표치와 큰 격차가 발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탄소중립 달성 경로에서 벗어나게 되면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수준으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은 물 건너 가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에 잠시 줄었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이후 다시 늘고 있다. 결국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하며, 그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전기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1% 증가했다. 현재는 약 20%인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까지 약 30%로 연평균 3.5%씩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화의 속도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특히 미국과 EU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유리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2000년 이후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포인트 증가하는 등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은 이 비중이 11%에서 22% 이상으로 두 배 증가하는 등 역동성이 훨씬 강하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 국가인 중국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 억제에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현 정부 들어 새 에너지정책 방향에 맞춰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전기화가 고려돼 전력수요가 예측됐다고 하지만 과소평가된 느낌이다. 계획기간(2022~2036년)중 전력 목표수요가 553.1TWh에서 597.4TWh로 연평균 0.6%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전기화에 의한 전력수요가 미흡하게 반영됐다고 여겨진다. 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 전기화에 의한 전력 수요는 약 15TWh로 전력 목표수요량 703TWh의 2.4%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수준보다 매우 낮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일이다. 석탄발전이나 가스발전과 같이 탄소배출계수가 높은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입지나 일사량, 풍량 등 자연여건, 주민반발 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의 적극적 활용이 불가피하다. 다른 하나는 발전 이외 분야의 전기화를 촉진하는 시책을 적극 시행하는 일이다. 여러 부문 중 세계적으로 전기화의 비중이 가장 낮은 운송 부문의 전기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생산 프로세스의 동력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출력 제어하기 보다는 이를 소비하는 주체에 ‘플러스DR(Demand Response)’을 적용하며, 수전해를 통한 수소제조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지만 친환경적인 수소환원제철의 실용화와 히트펌프에 의한 냉난방 확대도 필요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이슈&인사이트] 사회가 요구하는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가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도입은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의 고도화에 중점을 두던 시기에는 효율적인 생산방법을 연구하고 개선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아날로그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기술로 연결하고 이를 활용하는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출현하게 되었으며,이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지만 과도하게 수집된 개인정보의 활용 문제와 디지털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집단이 이를 활용하면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하는데 이는 디지털 전환이 사회 구조적인 변화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은 경제·사회 발전 및 생활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양면성이 존재함을 인지해야 한다. 즉,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되는 세대 및 계층간의 정보격차 그리고 기업들의 소비자 기만 행위와 같은 부작용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는 것이다. 최근 사회의 프로세스가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활용 격차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디지털 활용 능력 및 디지털 기기 접근성에 불편을 느끼는 계층의 소외감을 야기시키며 사회적 불이익과 불평등을 초래해 오히려 디지털 기반의 경제성장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간 계층간의 디지털 활용 역량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디지털 전환에 익숙해 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특성을 반영하여 조작하기 쉬우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디자인 해야 한다. 즉, 기술 중심의 프로세스 설계가 아닌 아날로그 프로세스에 디지털 기술을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이 계속되면 계층간 격차가 커지고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격차에 따른 소외계층을 줄이는 것은 공동체를 위한 초석이며 디지털 전환의 주요 성공요인이 될 것이다. 또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은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의 확대로 인해 소비자들은 물건구입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들어가는 정보탐색 비용을 낮추고 편리함을 제공받는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소비자들에게 가치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비대칭 독점과 같은 문제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서비스 플랫폼의 소비자 기만행위도 발생한다. 일부 플랫폼 기업은 기업의 비즈니스에 유리한 정보만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또 서비스 가입의 구독 해지 및 거래 취소 절차를 찾기 복잡하게 하는 이른바 다크패턴(Dark Pattern)과 같은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친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유용한 도구다. 따라서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것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디지털 전환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기회가 되고 유용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중심적 사고가 요구된다. 즉,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그들과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고려해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서비스 모델을 운영하고, 그들의 개인정보와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디지털 전환으로부터 이탈할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진정한 디지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 이러한 디지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소비자 중심의 사고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소비자의 권익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디지털 전환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할 시간이 왔다.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반도체 산업 지원’ 우리도 선 넘어보자

청첩장을 받았다. 성대한 결혼식이다. 축의금은 필요 없단다. 오히려 용돈을 두둑이 챙겨준다니 솔깃하다. 초대에 응했다. 그제야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앞으로는 다른 결혼식에 가지 말란다. 행사 도중 참석자가 무슨 색깔 속옷을 입었는지 수시로 검사한다고 한다. 감정이 상한다. 거절할까 생각하는데 상대가 인상을 구기며 주먹을 쥐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처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지원법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보조금을 줄 테니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사실상 만들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자신들이 원하면 내부 정보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초과 이익은 반납해야 한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까지 규제하겠다고 하니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중국이 최대 수요처긴 하지만 미국의 기술력 없이는 반도체 제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에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정부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중국을 완전히 누르고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너무 강력하다. 완성차 업계를 긴장하게 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오버랩된다. 동맹이라는 단어는 한없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노골적인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의 근간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포기할 수도 없다. 정부·국회도 ‘선을 넘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폭적인 지원책을 마련해보자는 뜻이다. 결혼식장 안에서는 강대국들이 총을 들고 싸우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우리 기업들만 몽둥이 하나 들고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와중에 ‘K-칩스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로 높이자는 내용이다. 답답하다. yes@ekn.kr2023012901001323300060631 여헌우 산업부 기자

[EE칼럼]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위기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이 과연 지금만큼 어려운 때가 있었을까?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위기 요소는 안타깝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지난해 석유·가스·석탄 등 3대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데만 240조원 이상을 썼다. 같은 해 무역수지 적자액(약 60조원)의 4배에 달한다. 3대 화석연료 수입이 25%만 줄었어도 무역적자를 해소했을 수 있다. 에너지 수입 금액이 크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가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과 가스 분야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높아진 원가를 소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애꿎게 고스란히 그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최근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일부 금액만 올렸는 데도 국민과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력과 가스 요금 상황과 도매가격이 소매가격보다 높은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가장 큰 과제다. 늘어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송배전 계통을 어떻게 확충할지도 과제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제 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믹스 비중을 현재의 34.5%에서 2030년 54%, 2036년에는 65.2%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수요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먼 거리 연결을 위해 많은 송배전 계통 확충이 필요하다. 더구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 수요 변동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경직성 전원이어서 더 많은 계통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발전 시설량 대비 발전량이 구조적으로 적어 더 많은 송배전 계통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송전선 건설은 투자 재원을 떠나 민원이 많아 제 때 건설하기가 쉽지가 않다. 국가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참으로 에너지 산업에는 어려운 과제다. 가장 중요한 경제성 측면만 봐도 충분한 고려 없이 너무 쉽게 약속을 함으로써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을 사업을 유지해 온 기업들은 이 계획이 비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을 믿지 않고 있고 믿고 싶어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반드시 달성하여야 하는 약속인데, 당장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달성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원자력의 수출 진흥, RE100, 분산에너지의 증가, 송전 제약 등 에너지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과 관련 제도의 입법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한동안 에너지의 대종을 이루었던 화석연료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력 산업 전반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탈 원전 논란과 함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정치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법안들이 정치권의 이해와 민원에 발목이 잡히며 정책 수행에도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지원은 기업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하여 많은 사업투자의 지연을 초래하는 실정이다. 에너지산업 자체의 발전도 큰 과제다. 대한민국의 많은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지만 에너지 산업은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건설 및 운영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해외 수출에 대한 기여는 대단히 미미하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배터리와 양수발전, LNG, 가스 발전 및 VPP 등의 전력 신사업에서 해외 수출이 많이 일어나도록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은 많은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많은 이슈들이 서로 연계돼 있는 만큼 하나 하나를 칸막이하여 프로젝트 단위로는 풀기가 어렵다. 에너지 각 분야의 핵심 이슈를 전체적으로 통합하여 프로그램 단위의 기획과 종합관리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재를 많이 보유한 정부와 입법부가 에너지산업의 위기 극복에 더 적극적으로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이슈&인사이트] 북극에 대한 한국의 역할은?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국가들이 북극지역의 지하자원 개발의 잠재력과 경제적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북극에 인접한 북미, 러시아, 유럽의 국가 등에서 더 적극적이다. 이 국가들은 여러 논제에 대하여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별도의 정책이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때로는 이것이 충돌하면서 국제적 갈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러시아는 북극점 아래 북극해의 바닷 속 깊은 산맥인 ‘로모노소프’ 해령(海嶺)에 자국의 깃발을 꽂고 북극점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인접 국가들은 이를 계기로 영유권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안보 위기로 이어졌다. 오랫 동안 러시아 및 구 소련의 위협에 대응해온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최근 이런 상황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압박감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북극지역의 천연자원은 충분한 매력을 준다. 러시아는 야말반도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해 유럽과 중국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한국도 가스운송선의 건조 등 이 에너지 운송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기후변화로 북극을 관통하는 북극항로까지 열리면서 북극 개발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북극지역이 가진 미래 가능성은 국가간 분쟁과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북극지역은 경제적 가치, 정치적 이익, 군사적 경쟁과 같은 국제사의 문제들이 마구 뒤엉킨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들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북극이사회’를 설립했다. 북극이사회는 북극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평화롭게 이야기하고 해결점을 찾으려는 북극인접 국가들의 ‘정부간 협의체’이다. 주로 기후변화 문제와 오염원의 북극권 이동, 북극해의 변화, 북극지역 원주민의 보호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정부 대표와 전문가들이 고민과 논의를 한다. 이를 통해 해법을 찾고 문제해결을 위한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이 바로 ‘조약’ 또는 ‘국제법’이다. 그러나 북극이사회는 그 자체로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이 조약을 체결하도록 논의를 끌어내고 협상을 수월하게 하는 무대일 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북극지역에 관한 국제법 활용은 꾸준히 확산돼 왔다. 북극점과 노르웨이 본토 사이에 위치한 ‘스발바르제도’에 관한 영유권 문제를 처리하려고 만들어진 ‘스발바르 조약’을 살펴보자. 이 조약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베르사유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 노르웨이와 영국 등 북미와 유럽의 몇 몇 국가들만 서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이 조약에 서명하며 조약이 명시한 의무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세계의 많은 국가가 평화롭게 스발바르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비교적 최근에 러시아와 노르웨이가 체결한 ‘바렌츠해 및 북극해에서의 해양경계 획정 및 협력에 관한 협정’은 북극지역의 영유권 갈등을 조약으로 해결한 최근 사례이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의 법들이 서로 통일되지 못하고 충돌하며 새로운 갈등을 낳기도 했다. 북극지역은 오랫동안 이해관계가 교차하며 분쟁을 낳았던 무대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북극지역에 관한 복잡한 이슈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국제사회에서 북극지역에 관한 적극적인 역할을 찾고 실천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북극항로를 비롯한 이 지역의 활용에 관심이 많은 한국은 다양한 정책들을 실천해왔으며, 최근에는 ‘극지활동진흥법’을 제정해 지역에서 한국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정부의 기본계획 마련 등을 명시했다. 북극이 가진 매력 뒤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또 다른 과제들이 숨겨져 있다. 북극이사회의 공식 옵저버 지위를 가진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책임도 가진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같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극지활동진흥법’과 같은 국내법과 정책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민들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단순히 국가적 이익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다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이 되기 위해서 이러한 노력은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법학박사 EU연구소 소장

[기자의 눈] 금융사는 관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금융사는 관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금융사의 한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시장 자율성을 거스르는 ‘관치금융’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평가와 고금리로 지나치게 돈을 번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압박하는 건 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이 맞서는 중이다.당국이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칼’을 겨누기 시작한 것은 ‘성과급 잔치’ 논란이 터지면서다. 이에 당국은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을 시작으로 금리산정체계와 성과보수를 점검·검토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금융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사 내부에서는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선 소비자들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성과급’까지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금융사들은 지난해 금리인상기에 맞물려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내부에서는 영업 확대, 상품개발 등은 물론,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다이어트도 진행하는 등 정신 없는 한 해를 보냈다고 한다. 성과급은 각 사 구성원들이 노력해서 일궈낸 성과에 대한 보상인데, 당연히 기존 산정체계에 따라 지급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정부의 잘못은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게 아니라, 방식이 틀렸다는 것이다. 기업 자체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압박을 가하면서 ‘금리’를 내릴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금리인하에 동참하도록 했어야 했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역시나, 낙하산’이라는 얘기가 퍼져나갔다. 윤 정부는 대선 후보 시절 ‘시장 자율성’을 그 무엇보다 강조했다. 과연, 지금 현재의 모습이 시장 자율성을 지켜주고 있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

[데스크 칼럼] 윤석열 정부 결국 이럴려고 부동산시장에 개입하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입에 대한 결과는 민망하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다. 연초부터 1·3 대책 등 잇따른 구제책을 쏟아내면서 떨어지는 칼날이 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려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에 역행하는 해법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또한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분양가의 종말은 결국 미분양이 될 수 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정말 옳은건지,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왔던 ‘시장원리’ 회복에 들어맞는 건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국토교통부 등 당국의 노골적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구하기, 서울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가 매입 논란 등 미분양을 해결하려는 일련의 정부 조치는 또다른 부동산시장 아노미 사태를 낳을 수 있다.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고분양가에 있다. 그리고 최근의 급락장 이전의 대세상승기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따른 저금리 기조에 의한 유동성 장세였기 때문에 당시 급등했던 가격의 조정은 경제 사이클상 필수불가결하다. 결국 시장 법칙이 제대로 작동해야 현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급증, 거래절벽 등의 우려는 완화될 수 있다. 시장의 원칙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형성 기능이 왜곡된다면 전례없는 상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정부의 매입임대가 그렇다. LH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약 36가구를 총 79억5000만원이란 거액을 투입해 매입임대 목적으로 사들였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전용면적 ㎡당 매입가격은 920만원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주택인 세곡 2-1단지 ㎡당 건설원가 436만원의 배를 웃돌았다. 미분양 민간주택을 매입임대를 위해 바싸게 사들인 것은 건설사 이익을 챙겨줄뿐만 아니라 가격거품을 떠받치는 행위라는 질타가 잇따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완화로 정부가 다시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를 통한 부동산시장 부양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크다. 다주택자가 갭투자 등의 방식으로 매물을 대량 매집하는 투기를 허용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자하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라는 시각이다. 집값이 장기약세에 빠졌던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갭투자를 양산하는 유사한 규제 및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고, 이 여파로 강남 3구 지역 집값은 폭등세를 연출했다. 특히, 다주택자 투기 조장 등으로 폐기수준에 들어갔던 민간등록임대제도 부활은 시장 안정화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열풍을 또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윤 정부가 주창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 시점에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4개 지역만 남겨두고 규제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전격적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했고, 이는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주공의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낮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노골적인 둔촌주공 구하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민간 분양의 저조한 결과는 고금리에 의한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컸지만 집값이 당분간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비관적 전망이 크다. 이는 시장에 가격으로 매겨져야 하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했고, 이에 불구하고도 시장 내 미분양은 청약불패였던 서울에서 마저도 위험수준으로 커졌다. 당분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고금리, 거래절벽은 어쩔수 없으며 정부 부양책으로 일부 급매물이 올들어 소진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락 가락하며 횡보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무리 부동산냉각기 경착륙이 두렵더라도 이제 ‘인위적인 손’으로 완화하려고 하면 안된다. 이는 결국 또 다른 비이성적 과열로인한 거품이나 그 이후 더 골 깊은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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