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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그런데 이상한 점은 2030년까지의 감축 경로다. 탄소배출을 2018년 기준 6억86000만톤에서 2030년에는 4억360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데 2028년까지는 거의 2%씩 줄이고 2029∼2030년 사이에 거의 10%인 1억톤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과연 1∼2년만에 그러한 감축을 달성할지 의문이며 정부와 산업계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또 이상한 것은 탄소 포집 및 이용이나 양국간의 협상에 의존하는 국제 감축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현재의 산업경쟁력을 지키고자 미래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을 산업계가 새겨야 할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기업이나 산업들의 대응은 매우 부족한 데 조속히 체질개선을 하도록 해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실수를 막는 법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간과하고 있는 것이 기후적응 대책이다. 기후적응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도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후 정책이다. 그 이유는 기후 위기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많은 피해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 사이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액이 1230억 달러에 달하고 그 피해액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국에서는 보상에 합의를 하고 기금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기존의 적응정책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예컨대 기후위기 감시 체계 및 예측기술 강화, 적응정보생산 및 기술개발 촉진, 홍수·가뭄에 대비한 물안보 강화, 자연재난 신속대응 체계 구축,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기반 구축, 국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의 구축 등 흔히 접해보던 대책들이다. 적응정책이야말로 지역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속성이 강한데 지역에 대한 지원이나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거버넌스를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적응 주관기관인 환경부와의 부처간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 평가와 이행점검을 하고 있지만 유인 제도라든가, 달성을 못 할 경우의 패널티 같은 대책은 부족하다.
혁신적으로 기후적응 법이나 기금의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만들어 지방의 역할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및 지원 기준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재정이 취약한 지역에는 재원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기후대응 기금을 확대 개편해 적응 기금을 따로 분리하거나 새롭게 적응 기금을 만드는 방안 등이 연구돼야 한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지역환경시설세, 유상 할당의 증가, 에너지 환경 관련 기존 기금의 전용가능 법의 개편 등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들이 쉽게 사업 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과 지원 체계 및 협력 지원을 하면서 늑색 금융과 전문 인력의 양성도 필수적이다.
벌써 전쟁은 시작됐다. 아직 준비가 아직 안됐다고,자금과 기술이 없다고 한 말은 오래전부터 들은 이야기다. 준비와 대응을 차일 피일 미루다가 때를 놓친 산업들도 많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훈아의 가사처럼 ‘저 세월은 고장도 없듯이’ 저탄소 시대는 온다. 아니 우리 곁에 이미 왔다. 나중에 세월을 탓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