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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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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반도체 산업 육성과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6 13:20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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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석학교수/연구부총장


정부는 지난달 경기도 용인을 포함해 전국 6개 지역에 총 15개 1200여만 평의 국가첨단산업단지룰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지역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단을 새로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 등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용인에는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인 기흥, 화성, 평택, 이천과 연결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이곳에는 최대 15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이 유치되고 민간투자 규모만 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초격차 역량을 보유한 국내 주력 및 미래 산업군에 필요한 핵심 공급사슬의 협업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내에서 전력소비 1위 기업은 삼성전자로 연간 약 30 TWh의 전력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약 5%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 다음이 SK하이닉스다. 한국이 글로벌 초격차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군이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두 기업을 포함해 국내 주력 산업군의 30개 기업이 사용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했다. 따라서 이들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 전체를 신재생 전력으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RE100’이 바람직한지, ‘CF100’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RE100’은 해당 기업들이 상대하는 고객사들의 강력한 요구로 이미 실존하는 무역장벽이다.

202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0개 제조기업 중 14.7%(대기업 28.8%,중견기업 9.5%)가 애플, BMW 등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재생전력 사용 압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170억 유로의 대규모 투자로 유럽 내 제조공장을 건설할 장소로 독일의 ‘막데부르크(Magdeburg)’를 선정해 화제가 됐다. 막데부르크는 독일 영토가 컸을 때 중요했던 역사적 도시로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가깝지만 독일통일 이전 동독 지역에 위치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 주변지역으로 따져볼 때 전통 깊은 드레스덴대학교가 있어 고급인력 수혈이 쉽고 이미 반도체 단지가 조성된 드레스덴이나 베를린, 공업단지가 이미 활성화된 뮌헨 등이 더 적합할 텐 데도 인텔은 막데부르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지자체의 여러 가지 유인책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주변에 넘쳐나는 풍력전기였다는 것이 독일 전문가 친구들의 전언이다. 인텔은 대표적인 ‘RE100’ 선언 기업으로, 산업단지의 선정에 있어 재생전력 수급 여부를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 메카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조성될 경우 전력수요는 6~9 GW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표준 원전 6~9개, 태양광으로만 따지면 약 30~60 GW 태양광발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초격차 주력산업의 육성이라는 명제와 기후변화 대응 및 국내 제조기반 확보를 위한 탄소중립형 에너지믹스라는 명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송전용량은 거의 포화상태로, 추가 송전선로를 기한 내에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기별 수급 밸런스 문제와 계통 선진화 미비로 올해 약 1 GW 정도의 태양광발전이 출력제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이는 향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송전용량 확대도 어렵고 재생전력을 충분히 수용할 수 없는 계통으로 어떻게 수도권에 대형 산단을 구축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인근에 LNG 기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해법이 종종 등장했는데 앞으로 이마저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다. 장기적으로는 HVDC (고압직류송전) 포함 수도권으로의 송전선로를 보강하고 재생전력 저장설비 및 계통안정화 설비를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지역 마이크로그리드 및 가상발전소(VPP) 확대에 의한 송전수요 감축, 원전 등 전통전원의 유연성 강화, 재생전력의 자가소비 확대, 출력제한 재생전력의 수소로의 전환, 원전수소 활용, 수소터빈 열병합발전 등도 모두 고려한 최적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메가 클러스터의 구축에 있어 협업생태계, 인력수급, 물류 등 환경 뿐만 아니라 에너지믹스(특히 청정전력)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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