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와 국내 기업간의 신약개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은 물론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2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이창윤 연구개발정책실장 주재로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 제약업계와 심플렉스 등 신약개발업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AI) 활용 신약 개발 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열고 과기정통부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AI 활용 혁신 신약 발굴 사업’ 추진 방향을 소개했다. 이 사업을 통해 정부는 대학 등 연구기관과 함께 AI 기반 신약개발 모델을 개발해 공공 플랫폼인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KAIDD)’에 공개하고 제약사 등 산업계와 연구기관 등이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제약바이오업계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AI 신약개발 벤처기업들과 활발히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2019년 태스크포스(FT)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한데 이어 올해 초 이 조직을 확대·상설화해 AI 신약 연구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스탠다임, 심플렉스, 인세리브로 등 총 5곳의 AI 신약개발 벤처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23일 양자역학 기술을 활용한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인세리브로와 AI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 GC녹십자, 한미약품, 동화약품, JW중외제약 등도 심플렉스, 온코크로스 등과 AI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제약사들은 물론 벤처기업들도 다수의 파트너사와 동시에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연구 협약체결 등 협력관계 구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출시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인공지능은 신약 1건당 1만여개에 이르는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추려내는데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전체 신약개발 기간(10~13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물·세포실험 등 전임상 단계와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고 관찰해야 하는 임상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손이 더 많이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 신약 개발은 비용·시간을 줄일뿐 아니라 AI를 활용해 도출한 후보물질은 임상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특히 대웅제약은 온코크로스와 함께 AI를 활용해 기존에 자체 개발 중이던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과 폐섬유증 치료제 ‘DWN12088’의 적응증을 비만, 암, 심장질환 치료 등으로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AI의 활용도를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온코크로스는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진행하는 ‘AI 활용 신약개발 협력교육’ 사업에도 협력교육기관으로 참여해 제약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AI 신약개발 현장 교육도 진행 중이다. 2015년 설립돼 설립 8년차에 불과한 벤처기업인 온코크로스는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과 협업하며 현재 암, 심장질환 등 후보물질 발굴단계를 넘어 임상단계에 있는 AI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만 4건 보유하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AI 신약 상용화가 기대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아직 AI 기반 신약이 상용화된 사례가 없고, 국내에서도 임상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럼에도 화이자가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활용해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IT 경쟁력을 접목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의 AI신약 개발 가능성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kch0054@ekn.kr대웅제약 연구진들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