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업계가 코로나를 계기로 높아진 글로벌 위상과 정부의 잇따른 지원 약속과는 정반대로 심각한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다. 주된 원인은 글로벌 고금리에 따른 ‘돈 가뭄’ 탓이다. 특히, 바이오 생태계에서 ‘새싹’ 역할을 하는 벤처기업의 고사 위기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국내 바이오업계가 처한 현실과 해외 주요국 동향을 전문가 진단으로 짚어보고, 처방도 총 3회로 나눠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내 바이오산업이 새해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약품·에너지·식품·의료기기·위탁개발생산 등을 모두 포함한 국내 바이오산업의 매출은 지난 2021년 처음 20조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 22조 9956억원에서 올해 25조5680억원, 내년 28조9659억원으로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과 전통 제약사 등 대·중견기업이 매출성장을 견인하는 영향이 크다. 새해에도 대·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신약 승인과 출시,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등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 바이오 매출, 올해 25조원 돌파 ‘낙관’ 속 국내외 경제악화 ‘투자 가뭄’이같은 장밋빛 전망과 달리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바이오 벤처와 스타트업은 당장 임상 중단 등 생존위기에 몰려있다는 우려감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기대와 배치되는 현장 위기감의 배경은 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투자와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된데 따른 ‘돈 가뭄’ 때문이다. 국내외 여건이 악화되자 투자자들이 바이오처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고위험 고수익’ 업종부터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위기는 실제로 여러 수치에서 드러나고 있다. 통상 바이오벤처는 수익창출 전까지 벤처캐피탈을 통해 연구자금을 조달하고 개발한 기초물질·기술은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매각(인수합병), 기업공개(IPO)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 수익을 또 다른 연구개발에 투입해 바이오 생태계의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탈 신규투자 중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신규투자는 지난해 1분기 4051억원, 2분기 2707억원, 3분기 2029억원으로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투자는 1조원 안팎으로 2021년 총 1조677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9개 업종 중 ‘바이오·의료’에 대한 신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19.5%, 2분기 16.9%, 3분기 16.3%로 갈수록 줄었다. 고금리로 다국적 제약사(빅파마)들도 투자를 줄여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수출은 총 5조9000억원으로 전년도 13조3000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 신규투자 급감에 지난해 기술수출도 약 6조…1년새 절반이하 추락바이오벤처의 주된 상장 경로인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벤처 수도 2020년 17개, 2021년 15개에서 지난해 9개로 크게 떨어졌고, 앞서 상장한 바이오벤처들의 주가도 주식시장 침체로 대부분 지난해 한 해 동안 반토막 수준으로 전락했다. 바이오벤처의 자금난을 돕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제도와 관련해 "(바이오 등) 새롭게 등장하는 산산업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새로운 표준기술평가모델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도 지난해 8월 ‘초격차 미래전략산업 우대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바이오 등 5대 분야 17개 산업에 보증비율 상향, 보증지원한도 확대 등 우대조치를, 동시에 ‘혁신성장공동기준’에 따라 정책금융기관들과 함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 2년차에 들어간 윤석열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내세워 부처별 바이오 R&D 지원예산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 가뜩이나 바이오벤처업계의 기존 정책지원자금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축소는 수혜지원 기업들을 옥죄일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유망 후보물질을 발굴한 벤처일수록 전임상, 임상 1·2·3상 등 갈수록 자금이 더 필요한데 돈이 없어 임상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해 안타깝다"고 말했다.이 부회장은 "이례적 위기인만큼 이례적 지원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특허를 담보로 보증율을 100%로 해주는 기술보증 등 투자기관보다 사용자 입장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ch0054@ekn.kr지난해 4월 25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도 성남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