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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액이 전년대비 30% 넘게 급감했다. 더욱이 감소 폭이 해외 다른 지역과 비교해 미국 다음으로 큰 수준이어서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급부상했던 ‘K-바이오’의 성장 동력이 실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3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표한 ‘2022년도 국내외 바이오벤처 투자 동향’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 투자액은 264억달러(약 32조5000억원)으로 1년 전인 2021년 342억달러(약 42조8000억원)보다 2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바이오벤처 투자 규모(평균)는 86억달러(약 10조6000억원)에서 40억달러(약 5조원)로 절반이 넘는 무려 53.5%나 추락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평균)도 81억달러(약 10조원)에서 71억달러(약 8조8000억원)로 12.3% 줄었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의 이번 이슈브리프는 미국 바이오분야 전문매체 ‘바이오센추리’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한 수치다.
◇ 러-우크라 전쟁, 인플레이션·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감소 ‘동조화’
바이오센투리 자료에는 한국 바이오벤처 투자 수치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9일 발표 ‘2022년도 연간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액은 1조1058억원으로 직전 2021년의 1조6770억원과 비교해 34.1% 크게 감소했다.
미국쪽 자료와 중기부의 자료를 연계해 상호비교한 증감폭을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바이오벤처 투자 감소폭은 유럽에 이어 큰 수치에 해당한다.
즉,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에 투자 위축이 유럽보다는 덜했지만 미국과 중국을 포함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평균보다는 나빴음을 보여준다.
국내 바이오벤처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 투자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이전에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코로나 기간 동안 급성장한 이후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고금리 기조 등으로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글로벌 공조 현상의 하나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액은 2018년 8417억원에서 △2019년 1조1033억원 △2020년 1조1970억원 △2021년 1조677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다가 지난해 6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1조1058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세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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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연구원이 의약품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
◇ 업계 "투자금 회수 IPO 의존, M&A시장 미활성화로 투자 위축 더 심해"
바이오벤처업계는 국내에서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바이오벤처의 기업공개(IPO)에 국한돼 있고,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환경을 들어 투자 위축과 주식시장 침체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업계는 이 기회에 M&A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바이오벤처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져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대기업이나 중견제약사에게는 유망한 바이오벤처를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실제로 휴젤·메디톡스·대웅제약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드물게 선정돼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앞으로 3~4년간 자체 보유 현금 1조6000억원 등 자금을 활용해 국내외 바이오텍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의 재정 여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국내 바이오분야 대·중견기업의 현금성 자산 또한 증가 추세"라며 "바이오벤처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하락은 기존 대·중견기업과의 M&A 등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