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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애플페이와 카드사

국내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출시 이후 셈법이 복잡해졌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와 단독 제휴를 맺고 국내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예상보다 파급력이 커지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1위의 기업이다. 현대카드가 발표한 애플페이 출시 첫날 등록 건수는 100만건 이상이다. 시장조사업체들도 애플페이가 내년 간편 결제 시장에서 점유율 15%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애플페이를 이용해 ‘선구매 후지불’할 수 있는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도 출시하기로 했다. 애플페이가 체크카드와 연동해 결제금액이 바로 출금되는 것과 달리 ‘애플페이 레이터’는 신용카드처럼 선결제 후 일정 기간 내에 지불할 수 있는 기능이다.카드업계는 아직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고 있다. 애플페이는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수익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인프라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중심으로 NFC단말기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보급률은 15% 수준이라는 지적이다.그럼에도 애플페이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삼성페이도 이미 국내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페이와 제휴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카드사 내부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폰 이용자가 2030세대가 대다수인 만큼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애플페이 서비스 진출은 필수라는 이유가 크다.카드사들은 시장 눈치를 보며 뒷짐 지고 있기 보단, 애플페이 참여를 통해 간편 결제 시장 인프라 구축에 힘을 합쳐야할 때다. ‘애플’이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면, 각 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결제 시장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기자의 눈] 큐텐의 M&A, 1세대 이커머스 봄날 가져올까

"지금은 거래액만을 더한 시장 점유율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인터파크)에 이어 최근 위메프까지 인수하려는 움직임에 이커스업계의 한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다. 큐텐이 인수 기업을 확대해 덩치를 키운다고 해도 지금의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쉽사리 바꿀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평가로 해석됐다.큐텐이 티몬과 인터파크에 위메프까지 합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시장 8%대로, 11번가(6%)를 제치고 업계 4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네이버(17%), 신세계(15%, SSG닷컴·지마켓 포함), 쿠팡(13%) 등 국내 ‘이커머스 빅3’ 다음의 순위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그러나, 업계에선 인수합병(M&A)를 통한 ‘큐텐의 몸집 키우기’가 단기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는 인수를 통한 점유율 확대가 시장에서 당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세계(이마트)의 지마켓 인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21년 지마켓 인수 후 온라인사업 점유율은 커졌지만 지난해 적자가 늘며 수익성을 고민하고 있다. 즉, 지금의 이커머스 시장에선 M&A를 동원한 시장 점유율 확대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그럼에도 업계에선 큐텐의 몸집키우기가 위기를 맞은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큐텐이 인수에 나선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는 모두 1세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빅3 구도로 재편되면서 더욱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위메프는 2021년 매출 2448억원으로 전년(3853억) 대비 1000억 원 이상 줄었으며 해당 기간 영업손실도 33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티몬도 매출이 14.7% 줄어든 1290억원, 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렇듯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이 큐텐의 품에 안긴더라도 당장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어렵다 해도 M&A를 계기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침체기를 벗어나기를 기대한다.pr9028@ekn.kr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기자의 눈] KT의 주인은 누구인가

KT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차기 대표 선출은 진즉에 물 건너갔고, 이사회 구성마저 못할 상황이다. KT의 차기 수장을 뽑는 절차가 시작된 지도 4~5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정리가 안 됐고, 앞으로 5개월은 더 걸릴 거라고 한다. 연매출 25조원, 임직원 2만명을 거느린 재계 서열 12위 KT가 처한 현실이 이렇다. KT 차기 대표 후보 선출 과정을 취재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에 매우 놀랐다. 구 대표가 이사회의 연임 적격 판정을 받고도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후, KT는 후보 선출을 위한 절차를 소개하면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심사기준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은 경영 안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KT에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를 물었을 때 KT는 ‘국내외 주주’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결국 ‘이해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앞세운 정부·여당이라는 게 자명해 보인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점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KT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위원 인선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맡는다고 한다.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가 전직 장차관들의 텃밭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외풍에서 벗어나겠다는 KT의 의지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정치권 외풍만은 막아야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 바로잡지 못하면 다음 정부에서 또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의 차기 대표 선임 절차는 다시 원점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전문성과 정당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공정하게 선출돼 KT의 기업가치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hsjung@ekn.kr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최근 들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고금리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과거보다 심각해졌다. 시공사들은 "인건비 상승에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해 공사비 부담이 커졌다"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지만 조합은 "당초 계약서상 명시된 금액 이상 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입주를 앞둔 단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갈등이 곪아 터져 나왔다. 입주일을 불과 하루이틀 앞둔 시점까지도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 문제를 협의하지 못하면서 시공사가 입주 열쇠를 불출하지 않거나 아예 단지에 ‘출입금지’가 적힌 띠를 둘러 진입 자체를 막아서는 경우도 발생했다. 정해진 날짜에 이사를 하지 못해 모텔을 전전하는 입주 예정자들도 생겨났다. 사실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 싸움이 끝없이 이어지다 보니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에게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인용해 고래(조합과 시공사) 싸움에 새우(수분양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해결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고래의 입장이 너무나도 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에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만만치 않다. 시공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인건비나 자재 가격이 오르면 현실에 맞게 공사비 단가를 산정하는 게 맞다. 수년 전 가격 그대로 공사를 마무리하면 손해를 보면서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는 꼴인데 어느 기업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냐는 거다. 반면 조합 입장에서 보면 오른 공사비 전액 부담을 조합원에게 100% 전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미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억대 분담금을 낸 상황에서 추가 분담금까지 지불하기에는 그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시점에서 조항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특약 등을 꼼꼼하게 기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사실 계약서 명시가 완벽한 해법은 될 수 없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지난 28일 서울시가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 차단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공사비 검증을 입주예정시기 1년 전까지 착수하도록 조합정관을 개정하고 SH공사 등 정비사업 지원기구가 나서서 공사비 증액 검증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이 방안을 계기로 조합과 시공사, 분양자 모두 웃으며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증명사진

[기자의 눈] 韓日 경제, 협력하되 ‘한배’는 타지 말자

‘노 재팬’(No Japan) 열풍이 불던 게 4년여 전이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항복을 선언하며 우리나라가 해방된 게 78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한 지는 431년이 지났다. 전세계적으로 이웃나라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국과 프랑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의 관계·역사는 한일 관계만큼 복잡 미묘하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매우 ‘특별’한 것은 사실이다. 기자 역시 일본 또는 일본인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최근 한일 관계를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뜨겁다. 대통령이 일본을 찾은 것이 도화선이었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의 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물어준다는 결정을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 정치 이슈가 경제 문제까지 집어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감정에 휘둘려 국익을 해치거나 스스로 고립될 이유는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한일 관계 악화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경우 국내 수출액이 연간 26억9000만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양국이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등 3대 신산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우리가 일본과 한배를 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미국이 반도체·전기차 등 분야에서 폭주하는 것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 챙기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치 놀이’가 아니다. 우리가 일본과 연대해 다양한 국제 정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지만 일본은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입니다.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같은 생각을 할 리가 없습니다. 반도체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손을 잡되 미국-중국 갈등 국면에서 그들과 무조건 한배를 탈 이유는 없습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최근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일본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 교수는 "양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일본한테 말려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바야흐로 ‘복합 위기’ 국면이다. 활로를 찾기 위해 우리는 ‘무조건 국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무역·여행 수지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돈을 퍼주는 대표적인 국가다. 양국 경제 협력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지 답은 정해져 있다. 정부 안에도 이를 아는 사람이 있긴 있을 것이라 믿는다. yes@ekn.kr2023030601000241500011121 여헌우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보급, 법만 만들지 말고 비용도 설명해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2036년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은 108.3기가와트(GW)로 계획됐다. 전체 239GW의 45.3%에 해당한다. 원자력은 13.2%인 31.7GW다. 다만 발전량은 원자력이 230.7테라와트시(TWh), 신재생이 204.4TWh로 오히려 더 많을 전망이다. 원자력발전보다 설비용량은 3배 이상 많지만 발전량은 더 적은 것이다. 또한 여전히 전국적으로 발전설비보다 송전망이 부족한 상황이라 전력공급망에 전력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 계통과부하로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 전력을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보내는 전력계통망은 흐르는 전력량이 일정해야 한다.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전력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출력제한이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은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활용할 방법이 없어 출력이 과다할 경우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36년 4월 전국 평일 태양광·풍력 출력제어 비중은 16%로 예측됐다. 해당 기간 태양광과 풍력 출력제어 전 일간발전량 합계는 646기가와트시(GWh)이며, 104GWh 정도의 출력제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정산단가로 계산할 경우 하루 약 108억원 어치에 달하는 전력이 낭비 되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물론 현 정부도 강조하는 ‘에너지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산업부는 앞으로 주간시간 발생하는 잉여전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저장 및 출력제어로 대응하고, 주간시간 저장한 충전전력은 야간시간에 방전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비용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국회를 통과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에도 비용 추계가 빠져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목표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61.9%를 달성하기 위해선 ESS 구축에 최소 787조 원에서 최대 1248조 원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저장비용만 1000조 원이니 비용 추계를 하면 국회 통과가 안 될 법안이었다. 지난 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도 비용 설명은 없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제출한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에는 ‘향후 시행할 재정사업규모 추정 곤란’, ‘의안의 내용이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규정되는 등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이라고 적혀있다.전지성 증명사진 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의 눈] 산은 부산 이전·은행 과점 깨기의 비슷한 점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두고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역 균형 발전을 근거로 내세운 공약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한 후 산은의 부산 이전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산은 직원들의 반발 속에 대치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산은 직원, 노동조합이 가장 비판하는 것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 붙이기식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산은 노조도 "윤석열 정부가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를 무시한 채 어떠한 논의도 없이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산 이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들은 산은의 부산 이전이 지역균형 발전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 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또 결과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에서 부산의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토론과 설득 과정 없이 산은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은행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과 비슷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의 과점체제를 문제 삼고 정부가 추진하는 챌린저 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은행업 추가 인가 등이 그것이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이를 지적하며 은행권의 독과점을 문제 삼자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챌린저 뱅크, 시중·지방·인터넷은행의 신규 설립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이 세부 내용이다.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갑작스레 진행된 만큼 은행권 과점을 해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구심을 내놓는다. 당장 국내에서 인터넷은행과 같은 소규모 은행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플레이어 진출이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며 특화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은 금융산업의 큰 변화로 이어진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며,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이어진다면 반발만 더 커질 뿐이다. 금융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면 정책을 개선하고 재검토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금융권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기대감 속에서 추진되는 정책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dsk@ekn.kr

[기자의 눈] 금융당국 규제 필요성...경종 울린 SVB 사태

지난주 은행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차, 금융정책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그리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정책이었다. 특히 A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종목명 SIVB) 주가가 작년 1월부터 연말까지 계속해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장은 SVB의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SVB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 전, 특화전문은행 모델로 SVB를 언급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3월 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을 두고 ‘별도 인가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한다’고 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SVB와 같은 특화은행, 스몰라이센스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현 당국의 주장이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 잇따른 파산 여파에도 당국은 "당초 계획대로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규제 개선에 대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의 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주문은 조금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은행 시스템 위기가 확산되는 형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의 총자산이 2500억 달러를 하회하면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은 국내 은행과 당국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즉 우리나라 은행이 위기의 진원지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당국의 엄격한 건전성 규제 덕분이었던 것이다.그러나 전 세계에서 은행 위기설이 증폭되는 현 상황에서, 5대 은행의 경쟁 체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정책은 갈수록 의문이 든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마저 UBS에 인수된 것은 아무리 덩치가 큰 은행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런 와중에 은행을 더 늘린다는 당국의 정책이 앞으로 금융소비자와 대한민국 금융 발전에 어떠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인가.정책의 유연성과 아집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당국이 현장의 의견을 듣고, 상황에 맞지 않은 정책들을 수정하겠다는 것은 비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은행을 향한 당국의 회초리가, 향후 금융시스템 위기와 붕괴의 진원지가 된다면 그 정책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 지금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은행권에 대한 관리 감독 완화이지, 경쟁체제 완화가 아니다. 전 세계 금융권의 위기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ys106@ekn.kr

[기자의 눈] 그들만의 세계관에 갇힌 개딸…극단적 팬덤정치는 민주당에 독

바야흐로 세계관 전성시대다. 요즘 인기를 끄는 K팝 아이돌이나 소설, 게임 콘텐츠 등에서는 빠짐 없이 세계관이 등장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세계관의 사전적 정의는 가공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상의 세계와 질서다. 그 질서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긴밀하게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팬덤이 만들어진다. 세계관은 더 이상 K팝과 게임 등의 콘텐츠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도 ‘팬덤정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세계관은 자연히 정치 영역에도 스며들었다. 정치권에서 가장 강력한 세계관을 가진 것은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개혁의딸’(개딸)이다. 이 대표는 이들을 ‘개딸’로, ‘개딸’들은 이 대표를 ‘재명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자신만의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개딸을 필두로 한 팬덤정치는 민주주의 진전의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개딸들의 세계관에서는 선과 악이 언제나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절대 선’인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은 모두가 ‘절대 악’이다. 그들만의 세계관에 갇힌 개딸들은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정치권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개딸들은 최근 국회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무더기 이탈표 사태를 빚은 이후 이탈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서며 ‘살생부 리스트’를 만들어 유포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온 의원들에게는 ‘문자 폭탄’에 전화를 돌리며 거친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는 가결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인 수박"이라고 지칭하며 수박 깨기 집회, 수박을 주먹으로 깨고 수박 모양 풍선을 터트리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개딸들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소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개딸들의 과격한 표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등판한 개딸들은 이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의원에게 비속어가 담긴 문자를 마구잡이로 보내며 조리돌림했다. 개딸들의 광폭 행보는 단순한 열성 지지자 모임을 넘어서 당 내 여론을 좌지우지할 정도가 됐다. 이 대표 앞 걸림돌은 모두 치우겠다는 개딸들의 발상은 정상궤도를 벗어나 폭력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극단적인 팬덤 정치는 대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의원들의 ‘소신 정치’를 제약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에 필요한 건 자신의 지지자와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가 아니라 다른 의견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할 줄 아는 성숙한 팬덤정치다. ysh@ekn.kr윤수현 증명사진

[기자의 눈] 중고차 지각변동, 상생으로 이미지 탈피 이뤄내야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현대차·기아와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에 기존 중고차시장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입장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양 진영이 상생을 이끌어낼지 관심이다. 기아는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기아 본사에서 열린 제19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도 오는 23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을 추가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렌털기업인 롯데렌탈도 중고차 진출에 본격 나섰다. 기존까진 도매 형태로만 중고차를 판매해왔지만, 앞으로 소매 판매에도 나서 2025년까지 1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쌍용자동차·한국지엠·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도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또 SK렌터카도 시장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 380만대, 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매머드급 시장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만 따져도 연 250만대 규모에 달해 연 170만대 수준의 신차 시장보다도 크다. 해외에서의 성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는 월마다 3만대 가량 수출되고 있으며 월 수출액 규모가 3억달러(약 3900억원)에 육박한다.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대한 평은 갈리고 있다. 기존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과 중소기업 위주의 기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경로우대’는 분명 필요하다. 먼저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형님’을 배려하는 차원의 속도 조절 등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양보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리 뺏기기 싫어하는 ‘고인물’이 될 뿐이다. 결국 양측 모두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생에 성공한다면 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있어선 각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형 완성차 업체는 신차 판매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고, 기존 소상공인 입장에선 중고차 시장의 ‘레몬 마켓’(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kji01@ekn.kr2023022001001022800045931 ▲김정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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