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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야 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09 22:41

오세영 정치경제부 정치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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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살다 보면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직장인이라면 하기 싫은 업무를 맡아 마무리 해야 할 때가, 학생이라면 재미없는 과목을 공부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늘 우리 눈 앞에는 방학숙제나 건강검진처럼 귀찮고 싫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마치 ‘인생 퀘스트’처럼 기다리고 있다. 힘들어서 울어 버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차일 피일 미룬다고 능사가 아니다. 이 유행어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부드러운 일침을 가한다.

나랏일이라고 다를 바 없다.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다. 책임감이 무거우니 ‘왜 하필 경제위기라는 어려운 시국에 집권을 했을까’라는 억울함도 당연히 생기겠다. 그렇다고 세상 탓,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역시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차에도 남 탓 공격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앞둔 하루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전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증권합수단(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로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가 무력화되면서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마약 범죄에 대해서도 과거 정부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돼 나타난 결과라고 비판했다.

남 탓 퍼레이드의 종지부는 야당을 향했다. 윤 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이만큼이나 정치적으로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상황을 공유한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하기 이르다.

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으로 남 탓이 아닌 해결책을 찾기 위한 분석이라면 그 다음이 달라져야 한다. 좋으나 싫으나 야당의 의견도,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국민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1년 째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창구인 언론과는 점점 거리를 둔다. 발표하는 정책마다 여론에 뭇매만 맞으며 원점 재논의에 들어간다. 뚜렷한 국정 성과를 찾기도 힘들다.

대통령 임기 5년을 사람 수명 100살에 비유해보자.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어가고 있으니 이제 20살을 넘은 성인이다.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하는 큰 차이점은 책임주체다. 미성년자는 잘못을 저질러도 법적으로나 도의적인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지 않는다. 보호자가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인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당사자가 짊어져야 한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들어 국정운영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할 성인이 된 윤석열 정부에게 한 마디 하겠다. "다 탓했나?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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