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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대차의 中 재도전을 응원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1 11:24

김정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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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산업부 기자

중국 시장 부진으로 철수까지 언급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재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의 전략과 리더십을 전면 탈바꿈해 ‘난공불락’ 시장 점령에 다시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차에 관심이 많던 기자는 도로에 다니는 차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놀라웠던 점은 북경·상해·시안 등 큰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 동네에 가도 중국 브랜드 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온통 폭스바겐·토요타 등 수입차만 가득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씁쓸한 기억이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생존기는 그야말로 ‘짠내난다’고 표현하고 싶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전성기였던 2016년 179만2000대를 기록했으나 꾸준히 뒷걸음질해 지난해 34만3000대 수준에 그쳤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5명의 베이징현대 총경리를 교체·투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2021년엔 중국 내 생산·판매를 담당 관리자급 주재원 약 30명을 한국으로 철수시키는 등 몸집을 줄이기도 했다. 사실상 ‘녹다운’ 될 뻔 했다.

바늘 구멍은 더 작아졌다. 중국에 ‘전동화’와 ‘로컬화’ 바람이 불면서 비야디(BYD) 등 토종 브랜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비야디는 수입차를 모두 제치고 올해 1분기 중국에서 44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0.4%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BYD의 점유율은 폭스바겐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넘어야 할 큰 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재도전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기존 최동우 부사장 대신 오익균 부사장을 베이징현대 총경리로 선임했다. 또 베이징모터쇼에서 N 브랜드로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더 뉴 아반떼 N’을 중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N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이나, BMW의 M, 아우디의 RS 같은 고성능 브랜드다. N 브랜드를 내세운 건 중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과 수입차 브랜드의 인지도에 밀리는 상황에서 품질과 성능,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도 올해부터 중국에서 전기차 모델을 대거 쏟아낸다. 오는 8월 EV6 GT를 출시하고, 11월 중국 전용 전기차 모델인 EV5를 내놓는다. 내년에는 플래그십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도 출시한다. 현대차그룹만의 품질과 성능으로 부진이 고착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중국 시장에서 반등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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