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미국 등 서구권에서 일반화된 외식 에티켓인 ‘팁(Tip·봉사료) 문화’의 국내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팁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은 ‘싸늘한 반응’이다. 국내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이미 서비스료가 가격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도입’이라는 지적과 함께 업소와 종업원의 고객 서비스 향상이 없이 팁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선심성 행위를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음식점·택시까지…서비스 업종 ‘팁’ 도입 조짐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유명 베이글 판매점이 ‘팁 박스(Tip Box)’를 뒀다는 목격담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글에는 계산대 근처에 놓인 유리병 속 지폐가 담긴 모습의 사진이 포함됐다. 당시 글에서 작성자 A씨는 "손님과 직원이 만나는 건 계산할 때랑 크림치즈 고를 때뿐인데 팁을 줘야 할 정도의 서비스랄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는 인테리어 개념이라며 돈을 받지 않았고, 현재 문제가 된 팁 박스 전부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에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남동에 팁을 요구하는 카페가 생겼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임시 개업한 카페에서 직원들의 서비스 대가로 5%, 7%, 10% 항목이 적힌 태블릿PC를 보여주며 팁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국내 음식점 내 팁 문화 도입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모든 식품접객업소는 부가가치세와 봉사료 등을 고객이 실제 지불하는 최종 가격에 포함해야 한다. 이에 일각에서 팁을 요구하는 게 불법이란 주장도 펼치지만, 강제성이 없거나 고객의 자발적 행위라면 불법이 아니라는 업계 의견도 나온다 올 들어 서비스 업종에 대한 팁 문화 도입을 놓고 논쟁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티)’가 기사에게 팁을 주는 기능을 시범 운영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한 뒤 평가 화면에서 별점 5점을 남길 시 "기사에게 즉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창이 뜬다. 이후 1000원부터 1500원, 2000원 중 원하는 액수를 골라 기사에게 팁을 지불하는 구조다. 다만, 고객 응대에 따른 대가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소수의 찬성하는 입장도 있었으나 거부감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였다. 지난달 20일 전문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 관련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반대에 가깝다’는 응답이 71.7%로 가장 많았다. ‘찬성에 더 가깝다’는 의견은 17.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1%로 집계됐다. ◇대가 상응하는 서비스 ‘강조’, 전문가들 "신중한 접근 필요" 그동안 생소했던 외국식 팁 문화가 국내 서비스 업종에 도입될 조짐을 보이자 대다수 소비자들은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이미 가격에 서비스 비용이 포함 된데다 추가 비용까지 요구하며 직원 임금 일부를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들은 선심성 대가를 요구하기보다 고객 응대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관점에서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실제로 다음카페 등 오픈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식점마저 물이나 반찬을 셀프로 가져다 먹는 나라에서 무슨 팁이냐", "서비스직 시급이 낮은 미국은 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이 보장되는데 굳이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택시에서 담배 냄새 나거나 과속해도 요금 안 깎으면서 팁만 있는 게 불만이다" 등 다양한 견해를 드러냈다. 전문가들 역시 팁 문화의 국내 도입 관련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가 외국 그대로 옮겨놓은 듯 이국적인 것을 선호하더라도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팁 문화를 힙한 요소로 소화해선 안 된다"면서 "특히, 음식점의 경우 팁 발생 시 소비자가 지출하는 금액이 늘면서 가격 자체가 올라 물가상승 효과가 있어 문제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교수는 "소비자가 개별 직원의 서비스 대가로 팁을 지불해도 해당 종업원에게 전달되는지 과정이 불분명해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inahohc@ekn.kr유명 베이글 팁박스 서울 소재 유명 베이글 판매점 계산대에 팁(Tip) 박스가 놓여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