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식품업계가 정부 압박에 못이겨 올 상반기 가격인상 계획을 철회한 것과 달리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외식업계는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반대 행보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좀체 꺾이지 않는 가운데 식품업계의 가격인상 릴레이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임에도 주요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아랑곳 않고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풀무원과 CJ제일제당 등 식품사들은 당초 인상 계획을 잠정 보류하거나 취소하기로 했다. 풀무원은 이달부터 생수 제품 출고가를 평균 5% 올리려다 철회했다. CJ제일제당도 고추장 등 조미료와 장류 6종을 11.6%, 가쓰오우동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5% 올리기로 했으나 결국 백지화했다. ‘소주 한 병 당 6000원’ 논란에 소비자 우려가 커지면서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계도 당분간 연내 가격 인상을 자제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들 업체가 고물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자 가격 동결로 선회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는 정부의 연이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식품업계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거나, 주류업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특히,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식품업체 13곳의 관계자들에게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같은 가격 인상 철회 분위기와 달리 햄버거·피자 등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은 ‘남의 일’인양 잇따라 가격인상에 편승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당장 7일부터 전체 78종 중 43종 메뉴 가격을 평균 300~400원씩 올린다. 대표 메뉴인 버거류 평균 인상률만 5.7%다. 지난달 중순 맥도날드와 노브랜드 버거도 일찌감치 일부 메뉴 가격을 각각 5.4%, 4.8% 상향 조정했다. 피자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파파존스는 지난 4일 사이드 메뉴 가격을 최대 18% 올렸다. 앞서 미스터피자도 지난달 20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4~5% 인상했으며, 도미노피자도 지난달 초부터 5만원 이하 배달 주문에 한해 배달료 20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상반된 움직임에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대다수 식품업체 영업이익률이 2~3%대로 많아봐야 최대 6%"라며 "식탁 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을 주로 다뤄 상대적으로 경영 부담을 지우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도 "가격 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운 곳은 프랜차이즈만 다루는 전문 업체나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라며 "특히, 사모펀드는 기업을 사들여서 높은 값에 매각하는 엑시트가 필수불가결하다. 매각을 위한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가격 인상이 몸값 높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도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는 입장이다. 원가 절감을 통한 효율화 작업에도 가맹사업 위주인 프랜차이즈업 특성상 가맹점주가 가격인상을 요구해오는 것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공식품 등 식품 제조업체를 제외한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의 가격 인상에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정반대의 가격 인상 움직임으로 식품업계와 외식업계 간 갈등 소지가 높아짐에도 정부는 업계간 형평성을 바로 잡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간담회는 가공업체 대상으로 원료 부담 완화 등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의견을 청취하려고 했던 취지"라며 "식품·외식 물가 전반으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이니 추후 외식업계 대상으로 간담회 추진도 고려는 해보겠으나 확답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inahohc@ekn.kr외식물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6일 서울 명동 시내의 한 음식점 메뉴 가격표의 모습. 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