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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와인 등 수입주류가 강세를 보이며 신흥강자로 떠오른 가운데, 소주·맥주·막걸리 등 서민 술로 대표되는 전통적 주류기업들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의 격변기를 맞은 국내 주류시장의 달라지는 판도와 한층 격렬해지는 생존경쟁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물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속설이 있지만 국내 술 소비량이 갈수록 줄면서 주류업계가 위기 의식을 갖고 생존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3년 간의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국내 주류 문화가 변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기존과 달라야 산다는 게 주류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며, 갈수록 트렌드 기간이 단축되고 소비자 취향도 파편화되면서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의 변화를 겨냥한 신제품 출시와 새로운 해외시장을 모색하려는 생존 전략도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17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09만9828㎘로 전년보다 3.6% 줄었다. 2014년(380만8000㎘) 이후 7년 연속 감소세다. 서민 술로 대표되는 맥주(153만8968㎘)와 일반 희석식 소주(82만5848㎘), 탁주(36만3132㎘) 출고량 모두 전년과 비교해 각각 1.8%, 5.6%, 4.4% 떨어졌다.
◇ 술 출고량은 7년연속 줄고, ‘비싸더라도 좋은 술’ MZ세대 음주관 확산
주류 소비 감소를 이끄는 요인은 복합적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면서 음주문화도 과음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전환된 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홈술·혼술 열풍이 불면서 주류시장 판도가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외식 중심의 유흥시장 대신 유통채널 위주의 가정용 주류 시장 수요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인 출고량 감소에도 오히려 성장세를 띈 주종도 있다. 희석식 소주보다 비교적 높은 값에 뒷전으로 밀렸던 ‘증류식소주’와 아재 술에서 MZ세대 술로 거듭난 ‘위스키’ 등이 꼽힌다.
이왕이면 좋은 술을 마시겠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젊은 층 위주로 프리미엄술 붐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들 주종 출고량은 2021년 기준 증류식소주(2480㎘)와 위스키(74㎘) 모두 전년 대비 각각 28.6%, 32.1% 늘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음주 패턴이 다변화됐다"며 "3차까지 이어지는 과음 문화 등이 사라지고 소주·맥주 위주였던 선호 주종도 위스키 등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 저도주·제로칼로리 틈새시장 파고들기…해외서 K-주류 영역 확장
소비자 취향이 다양화된 점을 고려해 주류업계도 ‘저도(低度)화’를 통한 틈새공략에 나섰다.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면서도 도수를 낮춰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처음처럼 새로’가 대표 사례다. 희석식 소주지만 증류식 소주를 일부 첨가한데다 기존 처음처럼(16.5도)보다 낮은 16도로, 올 초 누적 판매량 5000만병을 넘어서는 흥행 기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페트 제품까지 출시됐다.
평균 40도 이상의 고도주인 위스키 특성을 응용한 하이볼도 눈길을 끈다. 저도주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 입맛에 맞춰 위스키에 소다수·탄산수 등을 섞어 도수를 낮춘 제품으로, 올 들어서만 골든블루·카브루·세븐브로이 등 주요 주류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였다.
한편, 국내 주류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류업계가 찾은 또 다른 대안은 해외시장 확대다.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심이 커지는 만큼 국내에 한정된 수요를 해외 시장으로 넓힌다는 취지다.
실제로 최근 ‘하이트진로’는 일본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주요 채널에 테라 캔(350㎖), 병(330㎖)를 입점하며 현지 공략에 나섰다. 진로와 과일 리큐르 등 기존부터 판매해온 소주류를 제외하면 자사 국산 맥주 제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류주 바람을 몰고 왔던 원소주 제조사 ‘원스피리츠’도 지난달 초도 물량 4만병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을 단행했다. 조만간 태국에서도 공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으로 향후 홍콩,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주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음주 패턴 등은 제조사가 직접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앞으로도 최신 트렌드를 좇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업계도 주류 다양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