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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회식 모임이 줄어든 대신 홈술·혼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주류업계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위스키·와인 등 수입주류가 강세를 보이며 신흥강자로 떠오른 가운데, 소주·맥주·막걸리 등 서민 술로 대표되는 전통적 주류기업들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코로나의 격변기를 맞은 국내 주류시장의 달라지는 판도와 한층 격렬해지는 생존경쟁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아재 술’로 여겨졌던 위스키가 젊은 MZ세대 주당(酒黨)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주류시장에 국산 ‘K-위스키’ 바람이 불고 있다.
종전의 값 비싼 수입 위스키가 장악한 국내 고급술 시장에 국산 브랜드의 K-위스키를 제조·생산하기 위해 롯데·신세계L&B 등 대기업은 물론 소규모 증류기업까지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 제주도 ‘K-위스키’ 생산기지로 부상…작년 위스키 수입 급증 영향
2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와 신세계L&B는 K-위스키 제조의 기치를 들고 첫 생산기지로 제주도를 정했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대표 관광지 제주도의 청정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보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기존 감귤공장 부지에 위스키 증류소를 세운다. 지난 2021년부터 전담부서를 신설해 한국식품연구원과 위스키 연구 개발에 착수한데 이어 지난해 8월 감귤공장의 ‘기타증류주 및 합성주제조업’ 업종 추가 승인도 받는 등 K-위스키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귀포 증류소 운영과 함께 인프라를 활용한 견학관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신세계그룹의 해외주류 전문 수입유통 계열사 신세계L&B도 기존 제주공장에 위스키 생산라인을 구축해 K-위스키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담당 부서를 두고 한국식품연구원과 제주도산 위스키 개발에 주력하는 동시에 ‘제주위스키’·‘탐라위스키’ 등 관련 상표도 출원한 상태다.
신세계L&B는 향후 국산 참나무를 활용한 오크통과 토종 균주를 이용한 숙성 방식을 통해 차별화된 위스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롯데·신세계L&B 등 대기업이 국산 위스키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이전부터 소규모 증류소들이 명맥이 끊긴 국산 위스키 부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 2020년 경기 남양주와 김포에 나란히 개업한 ‘쓰리소사이어티스’와 ‘김창수위스키증류소’가 대표사례다.
두 증류소는 나란히 2021년 9월과 지난해 4월 첫 번째 위스키를 출시했는데, 국내 위스키 사상 최초의 100% 원액으로 제조된 제품들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수백병 한정판으로 선보였지만, 두 제품 모두 오픈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위스키 애호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대기업과 소규모 증류소들이 K-위스키 생산에 앞다퉈 뛰어든 이유는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국내 수입액은 2억6630만달러로 직전 2021년(1억7535만달러)와 비교해 51.9% 크게 늘었다. 물량 기준으로는 2021년 1만5661톤에서 2022년 2만7038만톤으로 1년새 72.6% 치솟았다.
◇수입 위스키 대응 제조·가격 경쟁력 극복 관건…"일본처럼 종량세 전환해야"
다만, 성장 급물살을 탄 국내 위스키 시장의 문제는 수입산 일색이라는 점이다. 과거 1980년대 위스키 국산화를 위해 오비·진로·백화양조 등 주요 주류업체들이 국산 위스키 제조에 도전했지만, 고온다습한 한국 기후 특성상 증발량이 많아 제조도 쉽지 않고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산 위스키에 밀려 1991년 사업 철수의 아픔을 겪었다.
주류업계는 국산 위스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종가세 개편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세법상 위스키를 포함한 증류주는 가격과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세율만 72%에 이른다. 여기에 관세 20%가 더해지고, 교육세와 부가세가 각각 30%, 10% 추가된다. 20만원 상당의 위스키를 구입할 경우 총 세금만 31만1104원이 붙는다는 설명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100년 역사를 지닌 일본은 술의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적용해 가격이 높아져도 주세는 그대로다"라며 "걸음마 수준인 국산 위스키 시장 성장을 위해선 세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통상 ‘로컬 위스키’라고 하면 해외에서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병입하는 제품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된 원액을 활용한 국산 위스키가 하나 둘씩 나오는 상황인 만큼 진정한 ‘로컬 브랜드’ 개념과 제품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