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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기부장관 현장행보

[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기업 및 소상공인 현장방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느 경제부처 장관들이 취임하면 초반에 산업계 현장을 돌면서 인사 겸 업계 애로를 수렴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에 해당하지만, 오 장관의 현장 발걸음은 남다른 배경을 깔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024년 새해 업무 시작일인 이달 2일 공식 일정에 들어간 오 장관은 지난 1988년 외무고시로 공직을 시작해 35년간 외교관을 지낸 정통관료이다. 이런 경력 때문에 지난해 대통령실이 오 장관 후보를 발표하자 야당과 현장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정책 사항을 총괄하는 중기부 장관에 걸맞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장관 임명 뒤 오 장관은 이같은 비판적 외부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누구보다 소관업무의 이해당사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을 것이다.실제로 현장 행보때마다 오 장관은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노란우산 공제 확대 △전통시장 디지털화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 △스타트업 코리아 실현 △민간 중심 벤처펀드 조성 같은 중기부의 주요 정책 추진과제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전달했다.취임 하루 전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9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과 반려동물용품 업체를 만났고, 지난 16일 ‘제1차 소상공인 우문현답정책협의회’를 갖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그러나, 항상 정부부처 기관장들의 현장 방문에서 보듯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그 실효성을 두고는 항상 설왕설래 평가가 다르다.이번 오 장관의 현장 행보에서 드러난 아쉬움은 비록 취임 직후 이뤄진 일정이란 점에서 준비 기간이 짧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에서 밝힌 중기부의 정책 추진 내용들이 기존의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기자가 현장 동행취재했던 용산 반려동물용품 업체 방문 자리에서 신임 장관으로서 중소기업의 현장을 면밀하게 살펴보기보다는 제품이 전시된 회의실에서 간단한 사업 소개를 듣고 사업주의 애로점을 물어보는 여느 장관의 ‘루틴 행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지난 16일 열린 소상공인 정책협의회에서도 올해 바뀐 중기부의 정책 중심으로 상호소통하는 자리임에도 행사는 사실상 소상공인이 요구하는 민원성 내용을 듣는 성격으로 흘러 앞으로 정책협의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국가경제의 풀뿌리인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을 성장시키고 보호해야 하는 중기부의 수장직을 맡은 오 장관이 현장과 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을 펼쳐 일각의 자질 부족 논란을 말끔하게 떨쳐버리기를 바란다.김유승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과잉입법, 입법영향 분석으로 견제해야

현 정부의 경제분야 국정 목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해 기업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줌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개되고 있는 대내외적인 여건은 이러한 경제정책방향의 정상적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출범 초부터 미국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주요국의 경기가 위축되고, 전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전개되면서 기업 투자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국내 경기 역시 생산과 소비가 동반침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졌다. 특히 가계 및 자영업자 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지난 수년간 유례 없이 확대된 부채는 금리인상과 맞물려 현재 한국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로 민간의 활력을 북돋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가 선정한 규제개혁 혁신법안 146개 중 단 6개만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는 등 관련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오히려 국회에서는 의원입법의 형태로 새로운 규제들이 양산되면서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이번 정부의 실제 경제정책의 모습은 여전히 ‘정부만 미는 경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얼마 전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발간을 기념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입법영향분석은 법률안이나 현행 법률이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 동안 국회에서 의원주도로 발의되는 입법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질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로 인해 이미 19대 국회에서부터 입법영향분석의 제도화 논의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인 입법권 침해논란으로 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법 개정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임기 종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는 국회의원이 제안한 의원안에 대해 별도의 분석절차가 제도화돼 있지는 않다. 대신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OECD 국가들 대부분이 내각이 입법을 주도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여서, 법률안은 주로 정부안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정부안에 대해서는 통상 사전영향분석과 같은 절차가 마련돼 있어 입법내용에 대한 통제기제가 작동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법안의 대부분이 의원입법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별도의 통제장치가 없다. 정부 역시 장관 중점 관심사항 등에 대해서 신속한 처리를 위해 의원입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종 이익단체들이 의원입법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로비창구로 활용하면서 법들이 누더기로 변질되고,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 규제들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이한 점을 고려할 때 의원입법에 대한 합리적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할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영향분석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전에 비해 좀더 구체화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 전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타트업 4곳 중 1곳은 규제를 피해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결국 규제로 점철된 지금이 산업환경을 고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정부가 끌고가야만 하는 지금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규제의 양산 창구가 된 국회의 입법기능을 정상화·합리화하는 것이 돼야 한다. 물론 입법영향분석이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입법과 그 속에 포함된 규제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예측은 기계적인 분석기법이나 절차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관련 분야에 대한 오랜 경험과 관찰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장기간 해당 분야에서 재직하면서 입법과 정책동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또 지금의 입법영향분석은 법안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관련 법률들과의 내용 및 체계 측면에서의 비정합성이나 위헌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불필요한 법률의 생산을 양적 측면에서 제어하는 수단으로는 충분치 않다. 입법영향분석의 도입에 더해 지금의 과잉입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거나 입법영향분석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와 그에 따른 지역소멸, 가계부채, 청년실업 등 중요한 어려움과 모두 맥이 닿아있고, 서로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그 동안 무분별하게 양산한 법과 규제들이 놓여 있다. 입법영향분석이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서의 의미는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야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 중동발 공급망 위기, 철저히 대비해야

세계 물류와 에너지 교역의 핵심 지역인 중동 아라비아반도 일대에서 미국, 영국 등 서방과 이란을 필두로 한 이슬람 세력이 잇따라 충돌하며 확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다 이제 간신히 회복하려는 세계 경제에 중동발 공급망 위기라는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중동지역의 충돌이 전쟁 수준으로 번질 경우 2년 가까이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인 수에즈 운하와 이어진 홍해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 물동량의 약 16%가 홍해를 지난다. 이 지역의 분쟁 확산으로 해로가 막혀 공급망이 망가지면 유가와 물류비 등이 상승해 간신히 잡히기 시작한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 무역 의존도가 약 75%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공급망 길목 두 곳에서 전례 없이 동시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서 산업계는 물론 정부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특히 교역의 99%를 해운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연간 교역 물동량의 약 26%(2억6000만톤)가 이 지역 항로를 지난다. 공급망 대란의 전운은 최근 살아나고 있는 우리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타격이 우려 된다. 지난해 대(對)유럽연합(EU) 수출액은 683억달러(약 89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 6327억달러(약830조원)의 10.8%를 차지했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기계와 배터리 소재 등으로 대부분 해운에 의존한다. 만약 이번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내 수입의 약 70%를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며, 유럽으로 가는 반도체, 배터리 제품 등의 수출 가격 경쟁에 심한 타격이 생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효과로 확대된 기계. 철강 수출 등 늘어난 중동 수출에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지중해를 향하는 홍해 항로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책임지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이번 사태로 당분간 독일 베를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원유 가격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주요국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중동 산유국 수입 비중을 늘려 왔다. 석유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 닷컴은 현재 배럴당 80달러를 밑도는 국제 유가가 오는 3월 말에는 11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의 대책이 중요한데 나름대로 발 빠른 대책을 갖추고 있어 다행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수출 비상 대책반을 열어 수출 물품 선적 동향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 현황을 점검했는데 아직은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 불확실성 심화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관 부처. 기관 간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그 동안 쌓아온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등 중동 국가와의 협력 라인을 잘 관리하면서 원유 등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외교적 노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공급망 10대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글로벌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모든 국가와 공급-소비 관계를 강화해 무기화의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는 국제적 공조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공급망 기본법을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주문하며, 이번 중동 사태를 우리 경제의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기자의 눈] 한미약품-OCI 통합서 드러난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에게 메인 발표를 맡기며 자신의 후계자임을 국제무대에 알렸다. 그러나, 정작 서 회장은 그동안 서 대표를 포함한 자녀들에게 주식증여 등 승계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셀트리온그룹 합병 발표에서 서 회장은 "(수조원대 상속세 때문에) 내가 떠나면 셀트리온은 국영기업이 될 것"이라며 되레 기자들에게 앞으로 상속·증여세 제도 개편 전망을 물어보는 등 승계 문제에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서 회장의 가업승계 걱정은 최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서 한낱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났다.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2남1녀 세 자녀는 창업자인 선대회장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지분을 물려받고 54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송 회장과 자녀들은 주식담보대출로도 부족해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에 32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무산되면서 송 회장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우려했다고 한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데에는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 등 경영 차원의 포석도 있었겠지만, ‘상속세 문제’가 없었다면 과연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업(가업)승계를 돕기 위해 올해부터 △상속·증여세 공제한도 확대 △연부연납기간 확대 △납부유예제도 신설 등을 담은 과세특례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이 특례제도는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기업과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수혜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최근 상속세 이슈가 불거졌던 삼성그룹과 넥슨은 말할 것 없고 연매출 1조원을 넘긴 셀트리온·한미약품 모두 수혜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상속·증여세는 일종의 불로소득인 상속·증여재산에 가해지는 과세로, 부의 세습과 편중을 완화하고 부의 재분배·사회순환을 촉진하는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조세제도가 기업의 경영구조에까지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상속세 납부자 상위 10%가 전체 상속세의 80%를 내는 등 대기업·고소득자의 조세납부 비중이 크다. 단지 실적이 많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가업승계 보호 울타리에서 제외시켜 기업의 연속성이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빈대(세수 확보) 잡으려다 초가삼간(산업기반)을 태우는’ 우(愚)를 범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다. 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안지환 지질자원연 박사, 한국에너지학회 회장 취임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한국에너지학회는 신임 회장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안지환 박사가 취임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지질연구원 자원회수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인 안 회장은 올 연말까지 제28대 회장으로 1년 간 에너지학회를 이끌게 됐다. 여성과학자로는 첫 학회장이다. 안 회장은 1988년 지질연구원에 입사해 탄소광물화사업단장 등 자원순환연구 관련 여러 보직을 수행한 자원공학 분야 1호 여성과학자다. 2013년 과학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서 이산화탄소활용 기술의 환경올림픽 대표기술 시범사업화 공적 유공자로 포장을 받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탄소광물플래그십 사업단장으로 ‘탄소자원화 범부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광물화 기술실증을 통해 국내 최초로 원천기술의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방법의 표준을 규정하는 UNFCCC 신규 CDM 방법론 승인을 획득했다. 안지환 회장은 "기존의 전통에너지산업에서 미래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면서 필요한 Cliamte(기후), Carbon(탄소), Clean(청정)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C-테크 산업의 증진과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 에너지 미래융합 세계화를 통해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 서겠다"고 전했다. wonhee4544@ekn.krclip20240117134518 안지환 신임 한국에너지학회 회장

[이슈&인사이트] 대만 총통선거 결과와 한국의 외교전략

세계 70여 국가에서 20억여 명이 참여하는 ‘지구촌 선거의 해’에 지난 13일 스타트를 끊은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40.05%의 득표율로 친중 성향의 국민당 허우여우이 후보(득표율 33.49%)를 6.5% 포인트차로 제치면서다. 대만은 지난 2000년 첫 수평적 교체 이후 3명의 총통이 모두 재선에 성공하고, 다음 선거에서는 반대 측 정당 후보가 승리해 8년 주기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일이 반복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이 같은 관행을 깨며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게 됐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돼 ‘3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청년세대가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득표율 26.46%)를 대거 지지하면서 제3 정치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함께 실시된 입법원(의회) 선거에서는 의석수 113석 중 국민당 52석, 민진당 51석, 민중당 8석, 무소속 2석으로 여소야대 구도가 된 가운데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거머쥐게 됐다. 군용기와 군함 등을 동원한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민진당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된 이번 선거에서 대만의 민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한 셈이 되었다. 대만 정체성이 변화·고착화되면서 총통선거에서 친중 후보의 설 자리가 좁아진데다 중국의 압박이 역풍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총통선거 결과에 대해 중국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대만 지역의 선거는 중국의 지방 사무"라며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반면 미국은 안도감을 숨긴 채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라이 당선인이 "대만의 주권은 중국에 속하지 않는다"거나 "대만은 이미 독립 상태에 있다"고 발언하는 등 대만 정계에서 ‘독립’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인물이지만, 미 행정부는 ‘트러블 메이커’라는 지탄을 받았던 천수이볜 총통(2000∼2008년 재임)과는 달리 온건하고 신중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라이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전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며 "중화민국(대만)이 계속해서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밝혔듯이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할 확대를 모색할 것이다. 민진당의 연속 집권으로 초조하게 된 중국은 대규모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에 강경 조치를 취한 것처럼, 대만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양안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것이며 한반도 정세와 우리나 국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중국이 군사 및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압박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대만해협에서 위기의 일상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전 세계 화물선박의 절반이 대만 주변 해역을 통과할 정도로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화물선의 30%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이 지역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에 대비하는 방안을 시나리오별로 강구해 놓아야 한다. 둘째, TSMC(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를 보유한 대만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역량을 활용하여 국제사회를 끌어들여서 중국과 대항하려고 할 것이다. 라이 당선인이 선거 기간중에 대만과 한국이 민주·자유·인권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 공급망 형성을 위한 안보 대화를 열겠다고 언급한 만큼, 민주동맹을 기치로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대만과 협력한다면 반도체 역량 강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한중 관계에는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간 힘겨루기가 첨예해질수록 더욱 선명한 목소리를 내도록 압박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우리 외교부는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에도 필수 요소다. 우리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만문제를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타국의 입장 표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정부가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내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자국의 국익이 관련되어 있으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국익이 손상되고, 국제평화와 직결되어 있으나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워하고 회피하면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 다만, 단독으로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되도록 많은 나라들과 함께 내야만 효과도 있고 대응하기가 수월하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EE칼럼] 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 정책 탄력성 높여야

지난 9일 제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많은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보신탕 금지를 규정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자원안보특별법’도 주목된다. 이 법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수소, 핵심 광물, 신재생에너지 설비 소재·부품 등을 ‘핵심자원’으로 지정하고, 평상시에도 정부가 비축, 공급망 취약분석,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소재 부품 장비 산업법’ 개정과 ‘공급망 기본법’ 제정에 이어 ‘공급망 3법’이 완비됐다. 사실 90%가 넘는 우리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2년 째로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00일 넘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 수준을 높이고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북극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무산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수에즈즈운하와 연결되는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수송에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원유 주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과도 점차 불확실해 지고 있다. 석유 등 에너지와 함께 주요 원자재인 식량의 경우 아마존 지역 가뭄과 우크라이나 등 동구지역 식량의 홍해수송 여건의 변동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리튬 등 첨단산업용 희귀광물의 수급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급부문 불확실성과 수급 애로에도 불구하고 올해 에너지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약보합세다. 수요부문의 불확실성이 공급부문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압도한다. 이를 반영하여 유가는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분기 뿐 아니라 2022년 수준보다 10%정도 낮다. 유럽 가스가격도 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곡물과 기초금속도 전반적 약보합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대 초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일시적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기력을 다한 셈이다. 수요나 공급여건 변동이 바로 가격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천연자원 개발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천연자원 개발공급과정에서 소요되는 장기 투자 선행 기간과 높은 초기투자 압력에다 공급의 낮은 가격 탄력성에 연유한다. 만성화된 구조적 시장실패다. 에너지-자원시장 실패 사례는 석유가 가장 적당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석유 수급은 전반적으로 균형상태를 유지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브라질,가이아나에서의 원유 공급확대로 비롯된 수급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 협력체(OPEC+)의 생산 증가도 가능할 것 같다. OPEC+는 가격 안정을 위해 글로벌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하루 약 22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축했다. 이들 산유국의 전략변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초반에는 하루 55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미국 등 선진국 여름휴가 수요증가 대처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가스의 경우 유럽의 온화한 겨울 기후 덕분에 저장용량이 약 90%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보다 훨씬 높다. 이에 따라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가스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석탄발전의 가스발전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나아가 세계 석탄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두된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Shia Crescent of Power)’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아파 초승달은 시아파 비중이 높은 초승달 모양의 중동지역 국가를 뜻하는 것으로 레바논, 시리아, 바레인, 이라크, 이란, 아제르바이잔, 예멘, 아프가니스탄 서부 등이 해당한다. 그 맹주는 이란이다. 이들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중동 석유와 LNG 해상운송 루트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산유국 카르텔’ 형성이 가능하다. 이들 지역 위기는 유가 200달러 시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 중국과 러시아는 이들과 연대를 통해 안정된 저가 에너지 수급과 국제연대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을 연결하는 새로운 ‘공포의 악의 축’ 출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다 최근 사우디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새로운 성장엔진 국가)에 가입했다. 최근 브릭스 회의에서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신규 가입국으로 받았다. 이들은 달러화 기축 통화제도 혁신 등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BRICS는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신흥산업국(NICs)을 대신하는 새로운 세계 성장동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브릭스국가들과 관계를 현명하게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일 먼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교역체계 효율화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시장 상황의 극단적 변화수준을 단기·중기·장기 전략으로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극단적 변화가 갑자기 분출되고 일부는 뜬금 없이 사라진다.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 에너지나 원자재 해외의존형 수출경제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변화되는 여건에 대한 대응능력이 요구된다. 해외에서 자본과 지식을 도입해 성장한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사고체계와 미래비전 정립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에너지·자원부문이 대표적이다. 그 후과(後果)가 올해부터 표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개인 조급증이라면 좋겠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기자의 눈] 선거철 불어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행할 것이오. 오늘의 위기만을 생각하며 나라의 장래를 포기할 순 없소." 사극의 인기를 다시 부활시킨 드라마 속 고려의 왕 현종은 몽진 이후 조정에 복귀한 뒤 거란의 재침략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고려의 결집력을 약하게 만든 지방호족 체제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한다. ‘전쟁 대비를 먼저 한 뒤 지방개혁을 해야 한다’는 강감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어붙인다. 무력 차원에서의 전란대비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민심을 하나로 모아 국력을 키우려면 썩은 고름을 도려내야 한다는 말이다. 선거철만 되면 ‘북풍’이 분다. 올해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벌써 한반도에 불안감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국정원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불안감이 식기도 전에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여기에 더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2022년 임명 이후 첫 단독 해외 방문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조만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 외교 연대를 강화하면서 투트랙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자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들과 ‘한반도 상황이 6·25 전쟁 직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전문가 의견들이 줄곧 나오고 있다. 거대 양당들도 서로를 손가락질 하기 바빠졌다. 집권 국민의힘은 "북한이 노골적으로 총선 개입 의지를 표명한 만큼 더불어민주당도 더 이상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포 분위기 조성용 전쟁 위기 유발, 윤석열 정권이 혹시 저지를지 모르는 북풍 유혹 경계하자고 말한 지 2주만에 국정원발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도발해주길 바라고 있나, 총선용 제 2의 총풍 사건 그립나"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선거철을 앞두고 군사 도발이나 무력충돌을 감행할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가 되는 현상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실제로 정부 당국은 1992년 강원 철원 무장공비 침투사건 △1997년 부부간첩 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을 ‘대남 선거개입 목적의 무력 도발 사례’로 언급한다. 하지만 모든 사례들이 실제 선거와 연관이 있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즉 진짜 ‘북풍’이 불었는지 아니면 ‘북풍몰이’에 엮인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실제로 1997년 보수진영에서 북한에 대놓고 위장 총격을 부탁한 ‘총풍 사건’은 남북이 선거판을 흔들기 위해 함께 공작한 흑역사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대만 국민들은 ‘선거에 임하는 자세’의 정석을 보여줬다. 올해 예정된 전 세계 대선 가운데 가장 처음 열린 대만 총통 선거에서는 반중(反中)·친미(親美) 정책을 펼쳐왔던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대만 대선은 시진핑 중국 정권의 "(반중 성향인)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공개 협박 속에서 실시됐다. 대만 국민들은 전쟁 불안함 속에서도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졌다. 국방력과 군사력, 놓칠 수 없는 주권의 핵심인 건 맞다. 하지만 단순히 정말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비하면 된다.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준비 없이 방심하는 자세는 게으름과 무책임이다. 반대로 전쟁 불안감을 선거판에 이용하는 태도는 기만과 거짓선동이다. 유권자들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며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EE칼럼] 脫 석유, 어려운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국왕인 이븐 사우드는 젊은 시절 왕국의 전 재산을 낙타 안장에 싣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1932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건국하고, 미국 석유회사에 석유개발을 맡기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중동의 맹주로 자리잡았다. 22개 부족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혼인을 통해 왕국의 단결을 유지했다. 22명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36남 13녀 등 모두 49명의 자녀를 뒀다. 장자 상속을 하면 한 부족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신의 아들들이 전부 왕위에 오른 뒤에 손자들이 왕위에 올라야 한다는 형제 상속을 유언으로 남겼다. 이런 유언을 깬 것이 현재 사우디의 1인자 빈 살만 왕세자이다. 빈 살만은 왕세자에 오른 2017년에 왕자 11명과 전직 장·차관급 인사, 사업가 38명 등 500여 명 이상을 체포했다. 왕족들은 리츠칼튼 호텔, 그 외의 사람들은 메리어트 호텔에 감금되었다. 공식적인 이유는 부정부패, 횡령, 공권력 남용 등 다양했다. 경쟁자들을 숙청하고, 국가방위부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초대 국왕인 이븐 사우드 이래 가장 강력한 권한을 거머쥔 인물로 급부상했다. 숙청은 2019년 초까지 계속됐고 약 1070억 달러를 국고로 환수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빈 살만은 사우디 내에서는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미스터 에버리씽’(Mr. Everything)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빈 살만의 사우디는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체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2016년 10월 ‘비전 2030’ 정책을 발표하며 탈석유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에 발표한 신도시 계획이 ‘네옴 프로젝트’이다. 사우디 최서단 시나이 반도 근처에 ‘네옴’이라는 최첨단의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라인(The Line), 트로제나(Trojena), 옥사곤(Oxagon) 등이 이 스마트도시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 라인(The Line)은 170km에 걸쳐 500m 높이의 초대형 건물을 두 동을 200m 간격으로 건설해 연결하는 초거대 도시개발 사업이다. 트로제나(Trojena)는 네옴의 산악 지대에 야외 스키장, 호텔, 인공호수를 포함한 초대형 산악 관광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곳에서 2029년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릴 예정이다. 옥사곤(Oxagon)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인공섬 복합 산업단지로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와 공장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가 大개조 사업을 진행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탈석유 경제를 추구하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고유가와 지속적인 석유 판매가 필요한 셈이다.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고유가를 유지하려 하지만, 미국 셰일 오일이 감산 효과를 무력화하고 있다. 셰일 오일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최대 수출국이 됐다.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대해서 사우디는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사우디 대표단 중 최소 14명이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직원과 이름이 일치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초 100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석유, 가스, 석탄 사용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을 합의문에 담기를 원했으나, 사우디의 적극적인 반대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져 가는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이라는 어정쩡한 문구에 합의했다.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협상 결과에 대해 "화석연료의 즉각적이고 점진적인 폐기 문제는 묻혔다"며, "사우디의 원유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유전 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 남미 북동쪽에 있는 가이아나라는 인구 78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는 해상에서 발견한 유전에서 원유 생산이 시작돼 국민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가 적다 보니 1인당 매장량이 세계 최대 규모여서 전 국민에게 1인당 무려 5억 원 이상을 나눠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1859년 8월 석유에 미쳐 있던 드레이크 대령이 펜실베이니아 서부 협곡에서 석유를 발견했을 때 내지른 환호성은 석유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 후 석유는 평화시에나 전시에나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발휘했고,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사우디를 포함한 산유국들 때문에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탈석유를 향한 여정이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지구가 파괴되기 전에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 방법을 인간이 터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를 되새겨본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주원 칼럼] 한국경제 초저성장 해법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 내 가용 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충분히 사용해 달성 가능한 최대치의 경제성장률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펜데믹 이전( 2009~19년) 연평균 3.0%에서 펜데믹 이후( 2020~2028년)에는 2.2%로 하락할 것이 예측됐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한국경제는 1% 미만(0%대)의 초저성장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성장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이다. 개개인이 밥만 먹으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다면 한국 사회는 아무런 희망도 가지지 못한다. 경제 활력이 없어지면서 성공의 기회도 없고, 거시적 지표인 경제성장률이 국내 투자수익률과 같이 움직인다고 보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도 없다. 개인도 기업도 모두 해외로 나가려고만 한다. 그래서 저성장을 버티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이 커야 한다. 아니면 일본처럼 1970∼1980년대 쌓아 놓은 부(富)가 있어 그것을 까먹으며 버티거나, 자국 통화가 국제결제통화여서 발행된 채권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줄 수 있어야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성장을 극복할 방도는 없을까. 원칙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고 그도 안되면 기술혁신을 통해 선진국형 성장 구조로 가야하는게 맞다. 그러나 실제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무언가 핀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경제 전체를 볼 것이 아니라 미시적으로 접근했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산업별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국가 경쟁력을 비교할 때 흔히 노동생산성을 사용하는데 한국생산성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당 노동생산성은 PPP(구매력평가) 기준 전 산업이 G7 평균의 86% 수준에 불과하지만, 제조업은 G7 평균의 122%에 달한다. 반면 우리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G7 평균의 77%에 그친다. 또 우리나라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대비 비율은 47.5%로 G7 평균(76.0%)과 큰 격차를 가진다. 그만큼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낙후됐다는 의미다. 바꾸어 말하면 동일한 관심과 국가적 재원을 투입할 경우 이미 효율적이고 스스로 잘하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성장여지가 더 많다는 의미가 된다. 잠재성장률을 키우려면 서비스산업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과연 미래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시장을 제대로 보고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시장은 언젠가는 결국 후발공업국에 따라잡힐 운명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우리가 과거 후발공업국에서 출발해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이,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연 우리 민족의 DNA가 월등해서일까? 혹시 우리가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아세안, 인도, 남미 등의 신흥공업국도 우리가 이뤘던 성과를 내는 건 시간문제다. 이들이 언젠가는 우리처럼 미국 자동차 시장을 제패하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석권하지 못한다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속도라면, 십 년 뒤 한국 경제와 이들 국가의 격차는 분명 크게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답은 거시적 공급 요인에서 찾으면 안 된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키워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 시장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먹거리 시장 육성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경제 활력이 높아져 자연히 자본이 몰려들고 우수한 글로벌 인적자원이 집중된다. 나아가 생산가능인구도 하락세를 멈추고 점차 반등하게 된다. 이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며 허송세월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현실로 내려와 손에 잡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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