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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
2023년 7월 극한의 날씨가 아프리카에서 남극 대륙에 이르기까지 세계 7개 대륙을 강타했다. 중국은 52.2도의 잠정 국가 기온 신기록을 세웠고, 유럽을 덮친 폭염은 최근 일주일 새 1만10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폭염 사망자(6만 명)를 넘어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남극과 북극 해빙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4000만km²에 달하는 북대서양의 수온은 이전 최고 보다 약 0.7도 높아졌다. 지중해의 평균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대치인 28.4도에 도달했고, 플로리다 남부 해수면 온도는 욕조 온수 수준인 38.4도까지 올랐다. 아프리카 역시 역대 가장 뜨거운 밤을 경험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극한호우로 파키스탄에서는 1000여 명, 인도에서는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번 폭우는 비가 내리는 시간은 짧아지고 단위 시간당 강우량은 더 많은 게 특징이다. 기후 과학자이자 IPCC 저자인 Roxy Matthew Koll 박사는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통해 "것은 분명한 기후변화의 신호"라고 했다. 미국도 폭우로 7명이,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적인 장마로 5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덴마크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한 논문에서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즉 북대서양 해류가 이르면 2025년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04년 개봉한 기후재난 영화 ‘투모로우’ 줄거리의 일부다. 지구 기후 시스템 붕괴, 즉 기후 재앙이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2023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한해로 기록될 것이며 폭염, 폭우 등 이상 기후 현상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강력해질 것이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는 2023년 연례보고서에서 영국 정부의 지난 1년간의 기후변화 대응을 평가하면서 ‘범죄를 묵인하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영국은 석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썼는데도 보고서는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입증된 정책 부재와 넷제로 목표달성을 위한 불충분한 투자, 느린 진전, 화석연료 프로젝트 승인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정책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OECD 국가 중 재생 발전량 점유율 최하위이며 태양광+풍력발전량 점유율이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이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발전설비 설치가 역성장한, 그러면서 GW급 석탄발전소를 계속 건설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CCC가 평가한다면 어떤 점수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달성하는데 2030년까지가 매우 중요하며 같은 기간 재생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재생에너지 혁명’ 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의해 주도되며 주요 변화는 2030년까지 발생할 것이며,재생에너지 혁명은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독보적이다. 2022년 글로벌 태양광 설비용량 증설의 절반가량, 풍력 증설의 40%가 중국에 의해 이뤄졌다. 나아가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신규 태양광 설치 용량이 78.1GW로 지난해 상반기(30.2GW)에 비해 무려 158% 늘어나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독일도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설치량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3.7GW 대비 67% 증가한 6.3GW 수준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세계 신규 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440~500GW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NEF의 태양광 담당 제니 체이스는 올해 중국 신규 태양광을 200GW 이상으로, 글로벌 태양광을 389GW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혁명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규모다. 기후 재앙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외면하고 역행한다면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근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낮췄고 RPS 제도 폐지 및 경매제도 도입 추진, 전력도매가격(SMP) 상한 고정,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제도를 폐지했다. 국내 신규 태양광 보급량은 2021년 4.4GW에서 2022년 3GW로 31% 줄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상반기 태양광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올해는 지난해 보다 약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극단적 기후변화 시대에 주요국은 재생에너지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 그나마 있던 지원 정책마저 줄이는 우리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REPowerEU, IRA 등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임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