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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ESG 투자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다. 그 가장 극적인 징후는 글로벌석유회사 엑손모빌(ExxonMobil)의 주가에서 드러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수송수요가 얼어붙자 엑손모빌 주가는 바닥을 쳤고 S&P글로벌은 다우지수에서 엑손모빌을 뺐다. 2020년 엑손모빌은 27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엑손모빌은 68조8000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순이익 을 기록했고 주가는 80% 급등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엑손모빌 같은 화석연료 관련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시대가 막을 내린다고 평가했다. 반면 비대면시대의 도래로 IT 및 반도체 관련 주가는 고공 행진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불경기를 염려해 5조달러라는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다. 실물경기는 얼어붙었지만 풀린 유동성은 대부분 자산시장으로 쏠렸다. 부동산, 주식, 코인, 금 등의 자산 가격이 치솟았다. ESG 투자는 Tech주식과 화석연료와 큰 관련이 없는 급성장주에 몰렸고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2021년 공급망 대란 이후 에너지 및 각종 자원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Tech기업의 성과가 급락했다. 여러 국가의 탈(脫)코로나 선언으로 IT 기업의 주가도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ESG 관련 주가도 추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2020년 3월에서 2022년 3월 사이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3.3달러에서 50.4달러로 무려 15.5배나 오른 것을 비롯해 국제 석탄가격은 뉴캐슬탄을 기준으로 톤당 67달러에서 369달러로 5.5배,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38달러에서 116달러로 3.4배 각각 뛰었다.
이제 모든 것이 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화석연료와 관련된 비ESG 주가의 급등을 가져온 반면 ESG 채권 및 주식 발행은 2022년에 급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 펀드에 대한 투자가 2022년에 76% 줄어들면서 비(非)ESG 펀드의 규모가 ESG 펀드의 규모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ESG 투자에 대한 반대는 미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과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차기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ESG 투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2022년 5월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자산운용사가 아닌 개별 주주가 보유주식에 대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INDEX(Investor Democracy is Expected)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공화당 주도로 하원 구성이 바뀐 이번 회기에도 다시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입법 의도는 개별 주주들의 생각과 무관하게 ESG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의 투자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도 공화당 집권 주의 주지사 및 주의원들은 공공펀드 매니저들이 ESG 투자기준을 채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고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은행의 계약을 금지했다. 2024년 미 대선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지지를 받는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ESG 투자는 향후 큰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에너지 안보와 수급이 위협을 받으면 에너지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엑손모빌 회장인 Darren Woods는 침체기에도 화석연료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기록적 수익의 배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의 법률회사인 퀸 엠마뉴엘( Quinn Emanuel)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John Quinn은 "고결한 마음은 돈 안 들면 쉽게 가질 수 있다(High-mindedness is easy when it is cost-free)"고 ESG 투자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아직 지구촌 주민들은 ESG 투자가 본격화될 만큼 높은 에너지 가격을 지불할 준비는 안 되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