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수 기자]러시아가 곡물 수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농산물 수출에 관한 협정 이행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이날 크림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영국 전문가들의 참여 속에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에 대해 테러 공격을 가한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이날 새벽 4시 20분 키이우 정권(우크라이나)이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에 테러 공격을 가했다"며 "이번 공격은 도시에 대한 역사상 가장 거대한 드론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드론 공격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16대를 동원해 흑해의 러시아 선박 공격에 나섰다면서 영국 군사 전문가들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대부분 격추됐지만 자국 소해정(기뢰 제거함)이 작은 손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 수출국 가운데 하나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자 세계 식량시장은 요동쳤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 아래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을 체결했다. 흑해 통과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120일 동안 한시적으로 보장한다는 게 협정 내용이었다. 이로써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이 재개됐다. 러시아도 자국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금융 제재 등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협정 덕에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900만t 이상의 곡물을 수출했다. 전쟁 발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세계 식량 가격도 상당 부분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은 다시 들썩일 것으로 우려된다.FILES-UKRAINE-RUSSIA-UN-CONFLICT-US 지난 8월 14일(현지시간) 기아에 직면한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이 임차한 첫 선박 ‘브레이브 커맨더’호가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밀을 선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2만3000t을 실은 배는 이날 에티오피아로 출항했다(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