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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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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변화’ 택한 영국…인도계 리시 수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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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EPA/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57대 영국 총리로 선출된 것은 ‘변화’라는 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42세로 210년만의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과거 대영제국 식민지 혈통인 인도계로서 총리직에 올랐기 때문이다. 영국 내각 역사상 비(非)백인이 총리 자리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임은 분명하다. 이로써 영국에서 유색인종이 총리와 런던 시장직을 맡게 됐다.

이는 미국이 과거에 변화를 보여준 것과 모양새가 비슷하다. 미국에서 사회적 소수인 흑인이 제44대 대통령(버락 오바마)으로 선출되고 연임까지 성공한 것은 다양성 확대에 대한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에서 유색인종 대통령이 나오는 데 232년이나 걸렸다.

영국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낵 총리는 전임 리즈 트러스를 44일만에 사임하도록 만든 ‘경제 실패정책’의 여파로 영국 경제가 충격에 휩싸인 상황에서 총리로 선출됐다. 트러스 내각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에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규모 감세까지 추진해왔다. 하지만 파운드화 가치 급락, 국채금리 상승, 국가신용도 불안 같은 결과들이 초래되고 말았다.

수낵 총리는 56대 총리 선출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올해 여름 내내 트러스 당시 외교장관이 내세운 감세와 차입확대 정책을 강력히 비판한 인물이다. 따라서 수낵 총리는 트러스의 경제정책과 뚜렷한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수낵 총리는 "영국이 위대한 나라지만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며 "그게 내가 보수당 지도자이자 차기 총리로 나서려는 이유"라고 개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주 진행된 첫 내각 회의에서 수낵 정부는 연금·사회수당 인상, 국방예산 증액, 셰일가스 시추 허용 등등 트러스 내각이 추진한 경제정책은 거의 모두 버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재정지출 확대를 뼈대로 한 트러스 전 총리와 반대되는 정책으로 재정건전성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수낵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공공부문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현지 일간 가디언은 관리들을 인용해 수낵 정부의 새로운 조치에 따라 앞으로 4년간 예산이 적어도 7.8% 절감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영국 경제와 사회에 깊은 변화를 몰고 온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 시절과 비슷한 긴축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낵 총리는 각종 개혁안이 담긴 ‘중기재정전망’을 다음달 17일(현지시간) 발표한다. 이번 재정 계획에는 400억파운드(약 65조8000억원)로 추산되는 재정 부족분을 메울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낵 총리는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와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정치·경제를 공부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까지 밟았다. 이후 금융계에 진출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파트너 등으로 일하다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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