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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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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에너지 기업 ‘횡재세’ 부과 카드 만지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30 09:30

에너지 가격 급등에 기록적 수익 기록했다는 보도 나온 직후…총리실 “모든 선택지 책상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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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총리 질의응답 시간에 리시 수낵 총리(왼쪽)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나란히 앉아 미소를 주고 받고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횡재세 증액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가 책상 위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사진=A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수 기자]영국 총리실이 지난주 에너지 기업에 대한 초과 이윤세, 이른바 ‘횡재세’ 부과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글로벌 석유 메이저 셸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덕에 기록적인 수익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의 일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날 셸이 올해 3분기에 94억5000만달러(약 13조47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41억달러의 배를 넘는 액수로 셸 창사 이래 두 번째 규모다.

미국의 석유 재벌 엑손모빌은 3분기에 197억달러의 영업수익을 올렸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는 2분기의 179억달러를 뛰어넘는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미국의 7대 정유업체 셰브런도 3분기에 112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도 올해 3분기 순이익이 66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업계의 역대급 호조가 계속되는 셈이다.

현재 영국의 재정에서 부족분은 400억파운드(약 65조9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이 타는 총리실은 이달 31일로 예정했다 다음달 17일로 발표를 연기한 ‘중기재정전망’에 모든 선택지가 올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리시 수낵 총리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기존 ‘에너지기업 초과 이윤 세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나딤 자하위 국무조정실장은 수낵 총리와 헌트 재무장관이 다음달 17일에 앞서 모든 선택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했다.

총리실은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도 배제하지 않았다. 은행들 역시 금리 급등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셸은 유럽 최대 석유·가스 기업이다. 세계 전역의 고용 인력만 8만명에 이른다. 셸은 석유·가스 시추, 주유소 운영 사업을 영위 중이며 발전 사업도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수낵 총리가 에너지 기업 초과 이윤세 도입을 선언한 것은 재무장관 시절인 지난 5월이다. 그는 당시 도입 첫 해에 50억파운드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셸 측은 초과 이윤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북해 개발에 대한 투자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셸의 시니어드 고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셸이 과거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익이 없으니 과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영국 시민들 사이에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그동안 석유 기업들은 감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북해에 대한 투자 덕이다. 다시 말해 최근 몇 년 동안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셸 같은 에너지 기업들이 영국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총리실 대변인은 횡재세 증액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선택지가 책상 위에 올라와 있다고 답하는 게 정확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는 "적절한 횡재세로 에너지 기업들이 적절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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