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건설사 부실시공과 하자 논란이 겹치면서 후분양제를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를 의무화해도 건축물의 품질을 완전히 확보하기 어려우며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18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최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는 설계 단계부터 감리·시공까지 총체적 부실이 초래한 사고라는 내용의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시공사인 GS건설은 사과문을 내고 아파트 단지 전체를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롯데건설이 시공한 서울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에선 철근다발이 외벽을 뚫고 나왔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검암역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는 지난 11일 쏟아진 폭우로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등이 물에 잠겼다.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공동주택 하자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3000~4000건 수준이다. 마감 불량부터 석재 파손, 누수·결로, 악취·곰팡이 문제, 미시공, 설계도면과 다른 시공 등 사례도 다양하다.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 2020년 4245건에 이어 2021년에는 7686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3027건으로 집계됐다.부실시공과 하자 논란이 겹치면서 후분양제를 의무화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후분양제는 통상 건축 공정률이 60~80% 이상 진행되면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견본주택만 살펴보고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선분양제와는 대비된다.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과 관련해 선분양제가 시행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홍콩·일본 등 손에 꼽힌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아파트 분양가 규제가 도입되면서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방안으로 선분양제를 도입했고 현재 보편화한 분양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일정 수준 완공된 건축물을 보고 분양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건물을 어느 정도 지은 후 분양하기 때문에 주택품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현재 국회에서는 이형석·노웅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후분양 의무화법’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주택법 개정안에는 시공능력 1조원 이상의 종합건설회사 또는 공공주택사업자에 해당하는 경우 주택의 건축공정이 전체 공정의 100분의 90에 도달한 이후에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하는 ‘후분양 의무화’ 내용이 담겨 있다. 노 의원은 개정안에 사업주체가 공공주택사업자 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해당하는 경우 전체 공정의 100분의 80에 도달한 이후에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의무화했다.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를 의무화해도 건축물의 품질을 완전히 확보하기 어려우며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분양제로 건축물의 품질확보를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며 "마감 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수준에서 진행되는 지금의 후분양제는 필연적으로 건축물의 품질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이라고 말했다.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면 건설사들의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금력이 확보되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주택 공급 축소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zoo1004@ekn.kr부실시공과 하자 논란이 겹치면서 후분양제를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