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5%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장에 ‘부동산PF발 리스크’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연체율 급등에 따른 새마을금고 건전성 우려가 커진 만큼, 부동산PF 부실까지 겹칠 경우 하반기 금융시장이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고한다.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48개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48개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금액은 총 3조39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120억원) 대비 1조원가량 늘었다. 고정이하자산은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정상’부터 회수가 어려운 정도에 따라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한다. 고정이하자산이 낮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된다.
◇ ‘리스크 지표’ 고정이하자산 비율↑최근 5년간 고정이하자산금액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1조271억원), 2020년(1조3655억원), 2021년(2조258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올 1분기 고정이하자산비율 역시 48개사 평균 2.1%로 전년 동기 1.2%에서 0.9%포인트(p)가 늘어났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고정이하자산비율이 높은 편이다. 유화증권(15.7%)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10.2%)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이 10%를 넘었으며 하이투자증권(7.1%), 유진투자증권(6.2%), 다올투자증권(4.5%), 신영증권(4.5%)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부실자산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자산이 해마다 증가하는 데는 부동산PF 부실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은 지난 몇 년간 유동성 증가에 따라 부동산PF 투자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가 부실화 자산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신평사 "자산건전성 추가 저하 가능성 상존"NICE신용평가는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 실적 개선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회복도 지연되면서 자산건전성 추가 저하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며 "초대형사의 경우 해외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중소형사의 경우 브릿지론, 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PF 익스포저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여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증권사가 투자자의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신용공여 규모도 여전히 크다. 이날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의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는 총 21조3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2조598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증권(2조4565억원), 메리츠증권(2조2639억원), KB증권(2조698억원), 미래에셋증권(1조5715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 버티는 업계… 대출 만기 카운트다운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부동산PF팀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이미 증권사들이 PF팀 인력감축에 들어갔고 신규 사업은 대부분 내년으로 미루는 등 버티기에 돌입했다"며 "다음달 PF대출 만기에 도래하는 사업장 가운데 더 이상 연장이 불가해 연체되는 곳들이 나타나면 하반기 금융시장이 크게 경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지방을 중심으로 건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점도 부동산PF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지방에서는 이미 건설사들 줄도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실질 폐업(사업포기) 600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에 대출 비용을 상환해야 하는 건설사들이 폐업할 경우 재원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유동성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일 부동산PF 관련 보고서를 내고 태영건설과 한신공영 등 건설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한신평은 "분양경기 부진으로 브릿지PF의 본PF 전환, 착공 및 분양이 지연되면서 기존 우발채무를 해소하지 못하는 가운데 PF보증 중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수준이 높은 미착공사업장에 대한 금액이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신규 현장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부동산PF 위험이 실질적으로 축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