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에서는 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추가 분담금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비업계에서는 대안으로 리모델링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현장 조합들은 “조합원 모집과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공공분양 기부채납 등 기존 규제가 겹치며 정비사업 추진 여건은 이미 악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10.15 대책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대출 조건 강화가 더해진 만큼, 규제 강화가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철거·공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공사비 급등도 재건축 사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20년대 초반 평당 600만~700만원 수준이던 서울 재건축 공사비는 2024년 평균 842만7000원까지 올랐다. 더욱이 주요 단지는 평당 800만~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이다. 원자재·인건비 상승은 물론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제도 변화로 인한 안전관리비 부담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건설사의 공사비 증액 요청으로 인한 공사비 검증 요청도 급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사비 증액 검증 요청액은 2020년 1조5684억 원(13건)에서 지난 7월 5조 6820억 원(38건)으로 4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리모델링은 비교적 규제가 적은 데다 사업 기간이 짧다. 기존 골조를 유지해 철거가 불필요하고,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는 재건축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적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기부채납 의무에서도 제외돼 사업성 계산이 수월하다.
안전성 심의 등 기술적 문턱은 존재하지만 증축 시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성 확보도 가능한 게 특장점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최근 리모델링 단지의 가격 방어력이 높아지며 시장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대수선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시장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기존 골조를 활용한 '넥스트 리모델링' 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스마트홈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신축 수준으로 단지를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도 이주 없이 추진 가능한 대수선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조합 설립이 필요 없고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내세워 지난 5월 강남 삼성힐스테이트 2단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디에이치 삼성'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지연된 정비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리모델링 규제 완화에 나섰다. 국토부는 9.7 공급 대책에서 전용 85㎡ 초과 대형 주택의 '1+1 쪼개기 분양'을 허용하고, 주택건설사업자 등록 없이도 리모델링 사업 시행을 가능하게 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일반분양 확대 방안도 포함돼 사업성 개선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