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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탄소중립 가려면 전기요금 가격신호 기능 회복부터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은 탄소중립을 위한 추가비용 지불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최대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탄소중립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본지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저탄소 생활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 월 500원에서 1000원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즉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월 1000원 이상 낼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저탄소 생활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확산에 동참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0% 이상인 것과 대조된다. 즉 돈이 안 들어가는 항목에서는 저탄소 생활도 실천하고 탈원전도 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등에 동의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수치를 제시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설문조사가 진행된 바 있는데 미국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월 5000원을 더 낼 수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5000원도 내 삶의 질 하락이 안 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나온 수치다. 만약에 추가적으로 전기를 아껴 쓰거나 생활의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면 5000원도 못 내겠다는 얘기다. 올해 상반기에만 15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결국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19.3원 인상했다. 4인 가구 평균 한달 전력사용량 307kWh에 단순 대입하면 가구당 월 5900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인상으로 한전 4분기 수입증가는 8500억 원, 4분기 예상적자 12.1조원의 7.0%, 2022년 전체 예상적자 35.4조원의 2.4%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주요 전문기관들은 한동안 이상기후, 재생에너지 간헐성, 에너지자원 무기화 등으로 전력수급 위협요인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기화,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보급, 효율투자 등 탄소중립 과정에서 대규모 이행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합리적 비용 분담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 지금 같은 전기요금 수준에서는 여전히 전기를 아낄 유인이 없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급률이 17%에 불과한 에너지수입국이지만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력소비는 세계 최상위, 에너지효율은 최하위 수준이다. 적절한 가격신호를 통해 산업체의 효율향상 투자를 유도하고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 탄소중립에 앞서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다.전지성 에너지환경부 기자

[기자의 눈] 코로나19 대출 재연장의 아쉬운 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5번째 연장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 속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연장은 기존과 달리 6개월 단위의 일괄 연장이 아닌, 금융권 자율 협약에 따라 이뤄지는 데다 기간을 달리해 차주들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만기 연장 조치는 최대 3년, 상환 유예 기간은 최대 1년으로 구분했다. 또 금융사들과 차주들이 1대1 상담을 진행해 차주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차주가 원할 경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연하게 대책을 수립했다고 했다. 금융사들도 갈수록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을 동시에 내놨다. 먼저 금융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할 것으로 얘기해 왔는데,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번복을 하자 은행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앞서 4차례 재연장을 하던 과정에서도 재연장과 종료 사이에서 끊임 없이 논의가 있었으나 금융당국은 결국 재연장을 선택해 왔다. 은행권은 부실 우려에 따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만이라도 종료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해 왔는데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과 논의가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금융당국이 결정을 하면 은행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금융당국이 종료와 재연장 사이에서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환유예 차주를 대상으로 내년 3월까지 수립하도록 한 상환 계획에 대해 실효성이 있을 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경우 재무제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데다 개인 대출과 소상공인 대출이 혼재돼 있어 채무 상환 능력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면적으로 면밀하게 차주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은행 인력과 시간도 부족하다. 상환유예 기간 1년을 맞추기 위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것이 은행권 예상이다. 어려운 시기를 겪어온 중소기업·소상공인 재기를 위해 금융권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금융당국 정책의 불분명한 방향은 은행권에 혼란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됐을 경우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확실히 대비할 수 있는 촘촘하고 현실성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재연장을 지속하며 깜깜이 부실을 안고 가는 것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연착륙을 위한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dsk@ekn.kr

[기자의 눈] 증시 안정 대책 검토만 해선 안 된다

코스피 지수가 올 들어 30% 가까이 추락했다. 정부는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카드를 2년 6개월 만에 꺼내들었다. 증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졌는데,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증안펀드는 증시 안정화를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폭락장 방어를 위해 5대 금융지주 등 금융권에서 10조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서 7600억원 등 11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2020년 4월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사용되지 못하고 청산했다. 현재는 1200억원 정도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출범했던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과거 증안펀드는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투입된 바 있다. 이번에 마련된 3차 증안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당국은 증시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꺼내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증시안정대책이 다소 늦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증안펀드 도입을 거론해왔지만, 실제 시행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만 해왔다. 대외적으로 증안펀드 도입을 거론한 건 시장 안정화를 위한 ‘구두개입’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상 효과가 미미했다. 코스피는 한달 전 2400선에서 현재 2150선까지 추락했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그간 당국이 공매도는 증시 하락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만큼 쉽게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여러 악재가 쏟아지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대책 마련에 대한 말만 한다면, 이는 ‘희망고문’이 아닐까.

[기자의 눈] 폐지수순 밟는 ‘신혼희망타운’이 남긴 과제

문재인 정권 브랜드인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신희타)이 올해 들어 종적을 감췄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분양형 신혼희망타운 신규 사업 승인 건수는 0건인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토부의 8·16대책에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워딩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더 큰 확신을 준다. 대책 방안 중엔 신규 모델인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통합 브랜드가 비슷한 유형의 신혼부부 정책을 담고 있어 신희타는 이 제도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신희타는 혼인 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신혼부부가 시세보다 60~70%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집값의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그러나 신희타는 공급기간 동안 내내 ‘신혼절망타운’이라 불리며 신혼부부들의 외면을 받았다. 소형 면적 위주 공급과 선호하지 않는 입지에 지어져 대부분 지역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하는 등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말 그대로 ‘자녀 없는 신혼부부’만을 위한 주택이었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게다가 수익형 모기지 의무 가입으로 인해 환매 시 최대 50%를 돌려줘야 한다는 점에서 내 집 마련이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국가의 임대장사에 놀아나는 행태라는 거센 비판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왕왕 제기된 바 있다. 이미 입주를 했거나 입주예정자들에게도 신희타는 속앓이 대상이었다. 기자에게 직접 전한 신희타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교통과 학군의 최적입지, 비가 와도 노는 놀이터 설치, 경관LED를 포함한 개성있는 외부디자인 설계 등 LH가 다양한 특화방안을 제시했음에도 현장별 인프라 차이가 심해 입주예정자들은 공사 내내 현장소장들과 마찰을 겪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복지 정책 실효성에 의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은 지속돼야 한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신희타 취지 자체는 신혼부부에게 큰 도움을 줬다. 자금이 부족한 2030세대의 주거상향이전 발판으로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것이다.국토부는 내달 5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청년원가·역세권 첫집 방안의 일환인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9월 발표였으나 연기)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다짐이 보이는 만큼, 이번 새로운 브랜드는 입지, 평형, 인프라 차별, 환매 부담 현실화 등 얼마나 실효성이 향상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기자의 눈] ‘앱’말고 ‘웹’에서 결제하세요

최근 웹툰 앱 이용자들의 구매 형태에 변화가 포착된다. 웹 페이지 결제가 모바일 앱에서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결제를 위해 웹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이용자가 모바일 앱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선 PC나 노트북을 켜고 웹 페이지에 접속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돈이 들더라도 간편한 모바일앱 내 결제를 이용할지 품을 들여 웹페이지 결제를 이용할지 선택해야만 한다. 이는 구글이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면서 수수료율을 15%에서 최대 30%까지 인상한 영향이다. 웹툰은 물론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과 음원 스트리밍 이용료 등도 15~20%가량 올랐다. 실제 네이버웹툰의 결제 단위인 쿠키 1개당 가격은 모바일에서 120원이지만 웹페이지에서는 100원으로 더 저렴하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5000캐시 결제 기준 모바일보다 웹페이지 결제가 1000원 더 싸다. 최근 애플도 다음 달 5일부터 국내 결제 통화 가격을 0.99달러당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연이은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추측되지만 25%의 높은 인상 폭에 이미 구글의 수수료 인상으로 한차례 증가한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가격 인상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태도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너무나 불친절하다. 카카오가 지난 5월 말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에게 기존 가격대로 구매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웹 결제 링크를 추가하자 구글은 카카오톡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 업데이트를 막는 등 소비자에게 더 합리적인 결제 방식을 안내하는 것도 금지했다. 애플은 정책 시행 2주를 앞두고 예고 없이 일방적인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이외에도 한국 시장에서 아이폰 출고가를 다른 지역에 비해 항상 높게 책정하는 등 한국 시장을 홀대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그럼에도 게임회사, 웹툰업체 등 콘텐츠 제공자들은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횡포를 거스를 수 없는 입장이다.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들의 특정 결제방식(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제정되고 과방위가 법 위반행위에 대한 사실 조사에 착수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얼마 안되는 가격 차이와 번거로움에 불만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도 여전히 많다. 결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잠깐의 ‘귀찮음’을 이겨내야 한다. 갑질에 익숙해지거나 순응하지 말자.sojin@ekn.kr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MZ세대가 바라는 中企일자리

"분명히 마케팅 직무를 뽑는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본업무는 배우지 못하고 잡무만 하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어. 더욱이 생산직도 아닌데 공휴일까지 나와서 공장일을 했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어."지난해 대학 졸업 뒤 지방의 작은 중소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최근 이직한 친구 A가 들려준 퇴사 이유였다.올해 20대 후반인 A는 지난해 12월 말 모 대학교가 주최한 지역 중소기업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계기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막상 취업해 보니 입사 9개월이 다 돼 가는 시점에도 실무 경험을 쌓았다고 할 만한 일을 해보지 못해 시간만 허비했다고 토로했다.이처럼 일부 중소기업의 잘못된 직무 운영이 밝은 장래를 꿈꾸며 사회에 도전장을 내민 A 같은 청년들에겐 ‘중소기업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을 수 없다’는 부정적이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구직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2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200명이 중소기업 취직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낮은 연봉’(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업무량과 근로시간이 과도하여 일-여가 균형(워라밸) 실현이 어렵다고 느낌’(28.2%), ‘고용 불안전 우려’(19.1%), ‘경직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있을거라 여김’(15%) 같은 사유도 있었다.국내 중소기업의 근무 현실을 잘 꼬집은 웹드라마 ‘좋좋소’는 많은 젊은이들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4월 칸영화제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튜브 저예산 쇼트폼 웹드라마로 선보인 ‘좋좋소’의 인기 요인은 중소기업의 현실 고증을 잘 반영했다는 점이다. 유튜브 댓글만 보더라도 ‘이건 리얼이다’, ‘현실 고증 미쳤다’ 등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친구 A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20∼30대 MZ세대들은 자기 회사가 대기업처럼 경제적, 복지적 혜택을 주길 바라지는 않는다"며 "다만, 최소한의 워라밸과 조금은 숨통 트이는 조직 문화를 바란다"고 강조했다.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직원이 자꾸 들어왔다 나가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경영자라면 ‘퇴사자 티끌’보다 ‘회사의 들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PB상품 전성시대

"이젠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의 시대가 올 겁니다."고물가 여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업계의 PB 상품을 두고 유통업계 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PB는 유통업체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선보이는 독자 브랜드 상품을 뜻하며, 일반제조사 상품보다 품질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최근 물가 고공행진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소비가 대세를 이루자, 마트와 편의점들이 앞다퉈 ‘PB상품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실제로 물가가 브레이크 없이 계속 오르자 대형마트 3사의 올해 PB상품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PB상품 마케팅에 전력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반값 치킨과 피자에 이어 최근엔 탕수육과 비빔밥까지 저렴한 PB 먹거리가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심지어 PB상품 마케팅에 전력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반값 치킨과 피자에 이어 최근엔 탕수육과 비빔밥까지 저렴한 PB 먹거리가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편의점들도 도시락 등 초저가로 선보인 PB상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앞다퉈 PB 마케팅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지속되는 물가 인상’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4.9% 올라 지난해 3월(15.2%) 이후 1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물가도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인 8.8%의 상승폭을 나타냈다.문제는 여전히 물가 인상 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석이 지나고 10월을 물가 정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현재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중 채소류 가격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장보기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경제적 부담을 느낀 소비자의 발길을 쉽게 돌릴 수 있게 만든 것이 다름아닌 PB상품이었다. 유통업계에선 미국·영국처럼 우리나라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PB상품은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상품 트렌드는 ‘가성비’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pr9028@ekn.kr

[기자의 눈] 미완의 LG ‘롤러블폰’이 남긴 교훈

얼마전 중고거래 사이트에 LG전자가 출시하지 못한 ‘롤러블폰’이 등장했다. 새 제품에 붙는 액정 비닐이 그대로 있는 LG전자 롤러블폰과 부속품, 박스, 심지어 LG전자가 롤러블폰을 배포하며 함께 보낸 편지까지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편지에는 "이 폰은 혁신을 통한 창조,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LG 기술 역량을 집중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세계 최초 롤러블폰이자 LG 스마트폰 마지막 작품"이라며 "연구원이 1000여개 부품을 일일이 조립하고 한정된 수량만 생산해 이 폰을 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롤러블폰은 침몰해가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반등시킬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21년 LG전자가 시제품을 공개하고 국내 출시를 준비하던 중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LG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도 스마트폰 사업을 반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서 기대를 걸었던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었다. 2020년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당시 폴더블 시장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롤러블 TV를 갖고 있는 회사가 왜 폴더블을 안 하겠나"고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기술력 바깥에 있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출시 때마다 크고 작은 결함이 발목을 잡으며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절치부심한 이후에도 플래그십 시장에서 ‘윙’을 비롯한 특이 모델에 집착하며 외면 받았다. LG전자는 세계 선두권 기술력을 갖춘 회사였지만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안고 시장성이 모호한 롤러블폰 사업을 이어가기에는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LG폰이 사라진 지금 삼성전자가 비슷한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4세대 폴더블폰을 앞세워 흥행을 달리고 있지만 올해 초 불거진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이후 신뢰도에 금이 가는 사건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출시한지 3년 밖에 지나지 않은 ‘갤럭시 노트10 플러스’가 부품 재고가 없어 수리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새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놓친다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LG 롤러블폰이 남긴 교훈을 삼성전자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jinsol@ekn.kr이ㅣㄴ솔

[기자의 눈] 발전원별 형평성 논란 부른 친환경 인정 문턱

원자력 발전이 공식적으로 녹색경제활동이라고 인정받았다. 2045년까지 신규건설 또는 계속운전 허가를 받은 원전 설비 등이 대상이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이 따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과 처분의 계획이 있어야 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법 제도도 있어야 한다. 또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적용해야 한다. ATF는 기존 연료보다 안전성을 높인 핵연료다. 노심이 손상됐을 경우에도 건전성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핵연료를 뜻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과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원전 해체비용을 보유한 원전 사업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들 조건을 두고 ‘난관’이라는 입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전문가 일부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며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몇 달 전 유럽연합(EU)가 EU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면서 제시한 조건도 비슷했다. ‘원전 사업에 걸림돌이 될 조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취재원은 "오히려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라고 촉구하는 방향인 것이지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목을 잡는 조건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준위방폐장의 경우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보다 주민 동의 등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되고 ATF 기술의 경우 아직 전세계적으로 개발단계에 그치지만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는 발전원도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업계다. 환경부는 지난해 녹색분류체계를 처음으로 마련, 공개했다. 당시 LNG는 원전과 달리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았다. 문제는 단순히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을 받았다 혹은 받지 못했다는 게 아니다. 해당 발전원이 ‘어떻게’ 사업을 해야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을 받느냐다. 처음부터 LNG 발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됐지만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 자체가 까다롭게 설정됐다는 반응이다. 환경부는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LNG 발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기준을 잡았다. 하지만 현재 설치된 LNG복합화력발전소에 최신 기술을 적용한 최고 효율을 적용하더라도 환경부가 내걸은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녹색분류체계는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 녹색자금이 녹색기술로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이다. 탄소중립에 에너지 믹스가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되고 있다. 친환경으로 인정받기 위한 기준점을 두고 발전원마다 ‘가능성이 있다’거나 ‘실현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양극화된다면 출발점부터 편향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claudia@ekn.krclip20220920151357

[기자의 눈] 통계 기본원칙 간과한 태양광 실태조사 결과

지역마다 청년의 평균 연봉을 조사한다고 하자.서울시에서 만 19세부터 39세까지 연봉을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만 19세부터 29세까지만 연봉을 조사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연봉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의 청년 평균 연봉이 부산보다 높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에서 표본을 통일하는 게 기본인 이유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태양광을 주 대상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위법·부적정 대출 적발 조사에서 통계를 통일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국조실은 조사항목 3개에 12개 지방자치단체를 4개씩 쪼개 표본을 만들었다. 각 조사항목에서 조사한 지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한 항목에서는 서울시를 조사하고 다른 항목에서는 부산시를 조사한 것과 같다. 조사항목 1개는 한국에너지공단 전수조사 표본으로 삼았다. 이 4개 항목에 나온 적발 내용을 모두 합쳐 12개 지자체 표본을 조사한 것처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부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문 정부 때는 조용히 넘어가던 것을 윤석열 정부에서 본격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인제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나왔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 전수조사한 것만 해도 전체 6509건 중 17%인 1129건에서 불법 사례가 적발됐다. 이 수치만 해도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위법 행위가 상당하다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국조실은 여기서 표본을 통일하지 않은 채 3개 항목을 추가했다. 차라리 표본을 축소시켜 통일하거나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발표를 했으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에너지공단 전수조사 적발 건만 발표할 수도 있었다. 결국 정치 공방으로 이어졌다. 야당 의원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적발 실적을 4.6배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적발 실적 을 4.6배 부풀린 것도 사실보다는 주장에 가깝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포함한 표본조사만으로 적발된 총 금액은 1170억원이다. 전수조사가 포함된 총 금액은 2616억원으로 2.2배 부풀렸다고 볼 수 있다. 국조실은 보도자료 제목에서도 총 2616억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4.6배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부분인 401억원과 1847억원을 따졌을 때 그렇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찰과 조사는 본격화될 계획이다. 통계를 명확하게 발표하지 않으면 에너지 분야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 아니라 정치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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