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탄소중립 가려면 전기요금 가격신호 기능 회복부터](http://www.ekn.kr/mnt/thum/202210/2022100501000149600006451.jpg)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은 탄소중립을 위한 추가비용 지불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최대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탄소중립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본지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저탄소 생활을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 월 500원에서 1000원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즉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월 1000원 이상 낼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저탄소 생활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확산에 동참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0% 이상인 것과 대조된다. 즉 돈이 안 들어가는 항목에서는 저탄소 생활도 실천하고 탈원전도 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등에 동의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수치를 제시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설문조사가 진행된 바 있는데 미국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월 5000원을 더 낼 수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5000원도 내 삶의 질 하락이 안 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나온 수치다. 만약에 추가적으로 전기를 아껴 쓰거나 생활의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면 5000원도 못 내겠다는 얘기다. 올해 상반기에만 15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결국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19.3원 인상했다. 4인 가구 평균 한달 전력사용량 307kWh에 단순 대입하면 가구당 월 5900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인상으로 한전 4분기 수입증가는 8500억 원, 4분기 예상적자 12.1조원의 7.0%, 2022년 전체 예상적자 35.4조원의 2.4%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주요 전문기관들은 한동안 이상기후, 재생에너지 간헐성, 에너지자원 무기화 등으로 전력수급 위협요인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기화,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보급, 효율투자 등 탄소중립 과정에서 대규모 이행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합리적 비용 분담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 지금 같은 전기요금 수준에서는 여전히 전기를 아낄 유인이 없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급률이 17%에 불과한 에너지수입국이지만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력소비는 세계 최상위, 에너지효율은 최하위 수준이다. 적절한 가격신호를 통해 산업체의 효율향상 투자를 유도하고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 탄소중립에 앞서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다.전지성 에너지환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