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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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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시 돌아온 반도체 치킨게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5 14:59

이진솔 산업부 기자

이ㅣㄴ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올해 가을 시작된 한파에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판매가 줄어들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꺾인 탓이다.

당장 D램과 낸드 가격은 곤두박질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선두 업체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겪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증발했다.

겨울이 오고 있다지만 한겨울은 아직 멀었다는 전망까지 있다. 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시장은 계속 얼어붙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실적이 기온만큼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 ‘치킨 게임’이라는 말이 신문 지면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고전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그랬듯,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달리는 싸움을 말한다. 잠깐 초호황이 끝나고 다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치킨 게임 구도가 명확해진 시점은 삼성전자가 투자를 축소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면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마이크론 등이 설비투자를 축소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홀로 핸들을 돌리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기존 생산 계획을 유지하려는 이유로 중장기적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성을 꼽았다.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되는 등 향후 시장이 반등했을 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선두 업체로서 확보한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활용해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을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생산량 조정 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 계획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치킨게임을 알기 쉽게 바꾸면 ‘이판사판’이라고 한다. 막다른 데 이르러 던지는 일종의 승부수다. 삼성전자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경쟁사와 다른 길을 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추운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이 왔을 때 웃을 자가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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