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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누가 기업의 입을 막았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0 14:10
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정부 정책이나 지원에 대한 요청요? 대답하기 좀.. 이건 좀 빼주시면 안될까요.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해를 거듭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 관계자들은 곤란한 질문 또는 내용에 이렇게 답한다.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준(?)의 질문인데도 답변하기 난처해 한다. 이유도 한결같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불평으로 비쳐지면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도 이 같은 그림이 펼쳐졌다. ‘정부가 관련 산업에 대해 지원해줬으면 하는 사항, 혹은 요청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기업은 물론, 학계 전문가들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사회자가 답변을 이끌어 내고자 재차 질문해도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누가 이들의 입을 막았을까. 정부 눈치보기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작은 정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국가는 국가와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정부만 할 수 있는 그 일만 딱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정부론에 따라 민간 기업에 자율을 주겠다고 했다.

윤 정부의 공약에 재계는 출범 직후부터 통 큰 투자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은 향후 5년간 국내외서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큰 정부’를 고수하던 문재인 정권 5년간 투자액(330조원)보다 120조원 늘어난 규모다.

삼성 외에도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두산 등 굴지 재계들도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의 목소리는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으면서도 권리와 요구를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약속한 정부인데도 몸을 사리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가 발전했고 민간부문이 정부를 우월하게 앞 선지 한참 됐다. 그런데도 우리가 가진 행정 경제제도는 과거의 정부주도의 기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우리 경제에 대해 정확하게 짚었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기술 개발을 일궈내는 주역들은 현장에서 뛰는 실무진이다. 이들이 탁상행정에 막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산업의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에선 공약대로 진정한 의미의 ‘작은 정부’를 펼치고 싶다면 기업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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