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자의 눈] ‘반도체 산업 지원’ 우리도 선 넘어보자

청첩장을 받았다. 성대한 결혼식이다. 축의금은 필요 없단다. 오히려 용돈을 두둑이 챙겨준다니 솔깃하다. 초대에 응했다. 그제야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앞으로는 다른 결혼식에 가지 말란다. 행사 도중 참석자가 무슨 색깔 속옷을 입었는지 수시로 검사한다고 한다. 감정이 상한다. 거절할까 생각하는데 상대가 인상을 구기며 주먹을 쥐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처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지원법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보조금을 줄 테니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사실상 만들지 말라는 게 핵심이다. 자신들이 원하면 내부 정보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초과 이익은 반납해야 한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까지 규제하겠다고 하니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중국이 최대 수요처긴 하지만 미국의 기술력 없이는 반도체 제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에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정부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중국을 완전히 누르고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너무 강력하다. 완성차 업계를 긴장하게 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오버랩된다. 동맹이라는 단어는 한없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노골적인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의 근간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포기할 수도 없다. 정부·국회도 ‘선을 넘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폭적인 지원책을 마련해보자는 뜻이다. 결혼식장 안에서는 강대국들이 총을 들고 싸우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우리 기업들만 몽둥이 하나 들고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와중에 ‘K-칩스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로 높이자는 내용이다. 답답하다. yes@ekn.kr2023012901001323300060631 여헌우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금융사는 관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금융사는 관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금융사의 한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시장 자율성을 거스르는 ‘관치금융’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평가와 고금리로 지나치게 돈을 번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압박하는 건 당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이 맞서는 중이다.당국이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칼’을 겨누기 시작한 것은 ‘성과급 잔치’ 논란이 터지면서다. 이에 당국은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을 시작으로 금리산정체계와 성과보수를 점검·검토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금융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사 내부에서는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선 소비자들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성과급’까지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금융사들은 지난해 금리인상기에 맞물려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내부에서는 영업 확대, 상품개발 등은 물론, 리스크 관리를 위한 내부 다이어트도 진행하는 등 정신 없는 한 해를 보냈다고 한다. 성과급은 각 사 구성원들이 노력해서 일궈낸 성과에 대한 보상인데, 당연히 기존 산정체계에 따라 지급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정부의 잘못은 금리 인하를 요구한 게 아니라, 방식이 틀렸다는 것이다. 기업 자체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압박을 가하면서 ‘금리’를 내릴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금리인하에 동참하도록 했어야 했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에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역시나, 낙하산’이라는 얘기가 퍼져나갔다. 윤 정부는 대선 후보 시절 ‘시장 자율성’을 그 무엇보다 강조했다. 과연, 지금 현재의 모습이 시장 자율성을 지켜주고 있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

[기자의 눈] 쿠팡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지난 1일 쿠팡의 지난해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한 말이다. 비록 연간 흑자전환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사상최대 매출과 함께 적자 규모를 직전 2021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크게 성공한 만큼 쿠팡의 향후 성장성에 자신감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이같은 창업자의 발언이 예전보다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쿠팡이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수익성 논란’을 불식시키듯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 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2014년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배송해 주는 ‘로켓배송’을 도입해 빠른 속도로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투자에 따른 적자 규모도 눈덩이로 커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쿠팡식 사업모델’에 의구심을 품는 회의적 시각이 월등했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며 부정적 견해를 반박했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쿠팡이 예상을 깨고 지난해 3분기 흑자를 내며 사상 첫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달라졌다. 여세를 몰아 4분기 실적 호조로 적자 규모가 대폭 줄자 쿠팡이 올해 연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긍정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관건은 쿠팡 성장세가 올해에도 지속될 수 있느냐이다. 올해 본격적인 일상회복에 따라 오프라인 수요는 증가하는 대신 이커머스의 성장은 더욱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쿠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용객 객단가와 멤버십 충성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낙관론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쿠팡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고객 집단(코호트)의 구매 금액은 쿠팡 이용 2년차에 1.66배, 4년차에 3.59배, 5년차에 4.74배로 상승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도 지난해 4분기 1000만명을 돌파한 1100만명을 기록해 일회성이 아닌 ‘충성고객’ 소비자가 많아졌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쿠팡의 성장세와 올해 실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개 기업의 흑자 전환 의미를 뛰어넘어 이커머스산업 전체의 전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다. pr9028@ekn.krclip20230302113340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기자의 눈] 재건축 규제 완화가 미분양 심화시키지 않기를

최근 대구를 방문했다. 도시 곳곳을 다니며 느낀 감정은 미분양 사태 심화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건축 중인 아파트를 볼 수 있었으며 눈에 보이는 아파트 대부분은 신축이었다. 길거리에서는 ‘절찬 분양 중’이라는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분양 홍보를 위해 완공된 아파트 위로 초대형 걸개를 내건 곳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두 눈으로 보니 대구 아파트 미분양이 얼마나 심각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에 비해 10.6% 증가한 규모이며 2012년 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였다.지난해 1월(2만1727가구)에 비해 급증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중심에는 대구가 있었다.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1월에만 1만3565가구로 전체의 18% 이상을 차지했다. 문득 대구와 같은 현상이 10년 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서 정부가 재건축 규제 허들을 대폭 낮추자 서울에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을 확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노원구에서는 이미 6개의 단지가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은 상황이며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까지 더해진다면 총 2만855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재건축 된다.송파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역 내 5개 아파트에서 재건축이 확정됐으며 2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까지 총 1만2656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게 된다.여기에 수도권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 특히 13개 단지에서 재건축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양천구 목동,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재건축 대상에 포함된 경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을 고려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일각에서는 수도권은 공급물량 부족 지역이고 향후 인구 집중화 현상 또한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에 공급과잉 문제는 별개이며 단지별 완공시기 또한 다르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하지만 당장 이번 달 수도권에서만 1만781가구의 아파트가 신규분양되고 공급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분양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재건축 규제 완화가 부디 역효과를 내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자의 눈] 아파트 이름, 얼마나 더 길어질까

건설사들은 아파트 이름을 얼마나 더 길게, 더 어렵게 지으려는 걸까.‘압구정현대’, ‘공덕삼성’처럼 최대 5글자가 넘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아파트 단지명은 10글자를 가뿐하게 넘긴다. ‘르엘신반포파크애비뉴’,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과 같이 한번 듣고는 머릿속에 각인되기 쉽지 않은 단지명이 대부분이다. 단박에 어느 동네인지 유추하기도 어렵다. 농담인 줄만 알았던 "시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아파트 이름을 일부러 길고 어렵게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실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다.집에서 강을 조망할 수도 없지만 ‘리버’, ‘강변’이 단지명에 들어있다. 지역의 중심을 뜻하는 ‘센트럴’이나 숲세권임을 강조하는 ‘파크’ 등이 포함된 단지명은 더 흔하다. ‘센트럴’, ‘파크’, ‘리버’ 등 펫네임을 붙인 단지의 청약 성적이 더 높았다는 통계도 있으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단어를 조합해서 단지명을 길게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숲세권임을 두 번씩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 ‘포레온(ForeOn)’은 숲을 뜻하는 포레(fore)와 따뜻함을 뜻하는 온(溫·On)의 합성어다. ‘올림픽공원과 푸른 자연 위에 자리한 따뜻하고 평온한 곳’이라는 의미란다. 왜 굳이 영어와 한자를 합한 건지 의문이지만 이런 게 요즘 유행인 걸 감안하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처럼 스페인어(아델리오), 독일어(아델), 영어(체리쉬)를 합한 3개 국어 이름의 단지도 있으니 말이다.집값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서 단지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경기 의왕시 ‘포일자이’는 인덕원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정차한다는 발표에 지난 2021년 주민동의를 거쳐 아파트명을 ‘인덕원센트럴자이’로 바꿨다. 인덕원을 넣어 지하철 개통 호재 단지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요즘 아파트명에 없으면 허전한 단어인 ‘센트럴’까지 추가했다. 정말 전형적인 ‘요즘 아파트’스러운 명칭이다.아파트 이름이 길어지고 어려워지니 피로도를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다시 예전처럼 ‘지역명+브랜드명’으로 간결하게 짓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단지인 ‘흑석자이’는 당초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서 리버파크를 빼고 간결하게 변경했고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하이엔드 단지 이름을 ‘반포르엘’로 정하고 지난해 준공을 마쳤다. ‘Simple is the best(심플 이즈 더 베스트).’ 간단한 게 최고라는 이 말이 주택시장에도 적용되길 바란다.

[기자의 눈] 김병준, 전경련 노력에 찬물 끼얹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한국 재계의 맏형’이라는 타이틀을 되찾고자 쇄신에 고삐를 죄는 가운데 지난 23일 총회에서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된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유착의 고리를 끊으러 왔다"고 선언한 것. 졸지에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산실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오늘날까지 유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오해의 소지까지 낳게 됐다.실제로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와 미르재단 후원금 모금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정경유착’ 낙인과 함께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삼성을 비롯해 LG와 현대차, SK 등 4대 그룹이 탈퇴했으며 600곳이 넘었던 회원사가 400여곳으로 감소하는 등 위상과 신뢰가 급속도로 추락했다. 이후 전경련은 최근까지 싱크탱크 중심의 조직 개혁 방안 등을 내놓는 등 신뢰 회복 및 과거 입지를 되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김 직무대행이 던진 말 한마디에 전경련 회원사들과 재계 및 기업들은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 부합을 떠나 그의 발언으로 ‘전경련 회원사=정경유착 기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에선 기업을 마치 정치권과 결탁하는 ‘암적 존재’로 낙인찍었다며 전경련 회장 대행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막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련 회원사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과거 잘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이를 반성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김 직무대행이) 굳이 오해의 소지가 있게끔 단정적으로 얘기해야 했을까 생각한다"며 "특히 아무 죄가 없는데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정경유착 기업이라는 누명을 쓰게 됐다"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이쯤되면 차라리 김 직무대행이 기자간담회 말미에 "전경련의 주인은 여전히 기업들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한 만큼,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 보단 "내가 갖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소신으로 기업들이 기틀을 단단히 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각오를 던졌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직무대행의 임무는 무겁다. 직무대행이라고는 하지만, 6개월간 전경련을 대표하는 자리다. 말 한마디 한마디도 결코 쉽게 나와선 안된다. 김 직무대행이 전경련의 신뢰 회복 기반을 닦기 위해 왔다면, ‘삼사일언(三思一言)’의 자세로 말의 무게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기자의 눈]

연초부터 난방비 폭탄 논란이 뜨겁다. 여야는 원인이 서로에게 있다며 비난하는 동시에 재정투입 방안을 쏟아냈다. 정부도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에너지 시장 대신 당분간 요금을 동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요금 정상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재정 투입은 본인들이 세비를 깎아서 내는 것도 아닌데 ‘ㅇㅇ당이 챙기겠습니다’라는 낯뜨거운 생색내기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려있다. 이쯤 되면 모두가 범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전력공사도 일부러 정쟁의 뒤에 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원가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느니 여야가 서로의 탓을 하면서 정쟁화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산정기준에 따라 총괄원가를 산정하고, 요금조정이 필요한 경우 전기요금 개정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를 신청한다. 이후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및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기획재정부장관과 전기요금 조정 방안을 협의한다. 이후 전기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결정한 요금조정인가 결과를 한전에 통보한다. 한전은 산업부로부터 인가받은 전기요금 내역을 공고하고 시행한다.한전의 전기요금 산정방식은 전기공급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전 홈페이지를 보면 총괄원가는 ‘성실하고 능률적인 경영 하에서 전력의 공급에 소요되는 적정원가에 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한 금액’이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한전이나 정부, 국회 모두 이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에너지 위기 상황의 심각성, 전기요금의 현황, 인상 필요성 등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전은 아직 2022년 전기요금 원가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과거 자료에도 원가 정보 수치와 산정 방식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을 뿐 왜 그런 수치가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여야는 서로를, 한전은 국제연료비 상승을 탓하고,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기 바쁘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5년마다 바뀌는 정부가 최대 주주인데다 사장의 임기도 3년에 불과한 공기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이제 봄이 다가오니 그저 정쟁으로 상대를 공격하다가 이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속에서 폭염이나 한파가 오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는 언제든 치솟을 수 있다. 한전과 발전공기업 사장단 임기와 총선이 1년 남짓 남았다. 다음 겨울에는 달라져 있길 기대해도 될까.jjs@ekn.kr

[기자의 눈] 은행 독과점 비판, 놓쳐서는 안되는 것

은행의 이자장사 비판이 완전경쟁 체제 재편으로 논의가 확장됐다. 금융당국에 더해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영업행위를 ‘약탈적’이라고 규정하고 은행에 대한 집중포화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 금리가 덩달아 올랐고 이에 따라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 등에 예·적금 금리 인상도 중단되며 예대마진도 커졌다.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이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돼 버렸다. 어느 때보다 거센 파상공세에 은행권은 취약층·중소기업 지원, 사회적 역할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지만 이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독과점.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을 정의하는 단어다. 은행들의 독과점에 따라 이자장사가 횡행하고 이를 제재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시장에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면 은행의 독과점을 막을 수 있고 은행의 이자장사를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완전경쟁 체제를 만드는 것이 독과점 해소, 이자장사 완화의 해답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앞서 혁신금융 촉진 등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으나 독과점은 여전하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바라는 시장 재편을 위해서는 시중은행들에 버금가는 대형 은행의 출범이 필요하지만 은행의 새 출범과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지금 논의되는 스몰 라이선스, 새로운 인터넷은행 등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미 기존 은행들에 대한 믿음이 강한 고객들, 기존 은행을 안전하다고 여기는 충성 고객들이 쉽게 움직일 지도 미지수다. 국내 은행들은 이자이익이 가장 핵심 수익원이다. 정부가 과도한 이자이익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은행권의 규제를 풀고, 투자은행(IB)이 활발한 외국 사례를 참고하는 등 은행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 코로나19, 경기 침체의 어려운 시기를 겪는 동안 은행들은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는 점은 공분을 살 만 하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은행에게만 돌리면 안된다. 은행산업의 재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길 바란다. dsk@ekn.kr

[기자의 눈] 독과점, 주인 없는 기업...금융당국의 비난은 타당하지 않다

연일 금융권이 어수선하다. 작년 말부터 금융지주사 CEO 연임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금융당국이 이제는 그 화살을 은행권과 이사회로 돌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마저 금융지주사를 ‘주인 없는 회사’라고 규정하며 지배구조 선진화를 언급했다. 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를 향해 ‘거수기’라고 비판하며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각 은행 이사회와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하는 등 일명 ‘소통’을 정례화한다고 나섰다. 여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 규모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렇듯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향해 비난 아닌 비난을 서슴지 않다보니, 은행권의 독과점을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예고는 오히려 점잖게 들릴 정도다. 당국이 왜 금융지주사를 향해 분노하게 됐는지, 비난에 숨은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알 길이 없다. 당국은 금융지주사의 모든 행위에 반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신한·K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이른바 5대 은행과 4대 금융지주를 옥죄면 그것이 현 정부의 지지율에도 긍정적이라는 ‘오판’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과 같은 신한, KB, 우리,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길들이기에 대한 근거가 조금도 타당하지 않다는데 있다. 우선 ‘주인 없는 회사’라는 명칭이 그렇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금융지주사의 주인 역시 주주여야 마땅하다. 금융지주사, KT, 포스코와 같은 기업은 엄밀히 말해 오너가 없는 회사,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라고 불러야 타당하다. 은행이 독과점 행태를 하고 있다는 당국의 발언도 물론 동의하기 어렵다. 요즘과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아직도 금융소비자가 은행의 약탈적 영업행위에 휘둘리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1명당 1곳만 가입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와 달리 은행의 경우 금융소비자 1명이 다수의 은행 계좌를 보유할 수 있다. 통신사의 경우 알뜰폰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현재 이용 중인 통신사를 해지해야 하지만, 금융사는 다르다. 금융소비자는 조금만 눈품, 발품을 팔면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주는 금융사를 여러 개 이용할 수 있다. 당국이 5대 은행을 ‘독과점 영업’이라고 규정하는 사이 이미 금융소비자들은 시중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다수의 금융사 앱을 이용 중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거시적인 관점으로 은행들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비난할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당국 행태는 오너 없는 금융사에 당국이 오너로 군림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금융사를 경영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금융사들이 취약계층을 위해 단기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취약계층이 자립심을 갖고 어엿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는 금감원장의 발언 역시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ys106@ekn.kr

[기자의 눈] 중고차 가격조사 제도 안내 의무화 환영

중고차를 구매하려면 두려움이 앞선다. 아무리 상태가 좋고 가격이 저렴해도 허위·미끼 매물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최근 반가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고차 시장의 ‘정화’를 위해 자동차 이력과 판매자정보, 성능·상태 점검 내용을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걱정 없이 중고차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걸까? 20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중고차 매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자동차 가격 조사·산정제도’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 위반 시 업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매매업자가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작성해 소비자에게 서면으로 고지하는 것을 의무로 하면서 소비자가 원할 시 ‘가격조사·산정’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계약 체결 전 매매업자에게 중고차의 가격을 조사·산정해달라고 요청하면 매매업자가 자동차진단평가사나 기계분야 차량기술사 등 전문가에게 가격 산정을 의뢰한 결과를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다시 서면으로 고지하는 제도다.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권장소비자 가격’을 알려주는 취지다. 그러나 가격조사·산정 제도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온라인 판매자가 가격조사·산정 제도를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무로 정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매매업자는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팔 때도 자동차 이력과 판매자정보, 성능·상태 점검 내용을 게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동차 가격조사·산정을 받을 수 있음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업계에선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찬성 측 입장에선 중고차에 대한 신뢰와 자정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반대 측에선 온라인 중고차 업계가 이미 자체적인 모니터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결국 서비스 비용이 증가해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개정안을 환영한다.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호갱’은 면하고 싶기 때문이다. 업계도 장기적인 시선으로 봐야 한다. 중고차 구매에 상처 입은 소비자는 다시 중고차를 사지 않는다. 소비자를 붙잡아두고 싶다면 이젠 이미지 개선에 나설 때다. kji01@ekn.kr김정인 김정인 산업부 기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