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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주52시간제 유연화,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

"사업을 하겠다는데, 기업을 하겠다는데, 근로를 하겠다는데, 국가의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데 이것을 못하게 하는 민주국가가 과연 대한민국이 맞습니까?"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근로시간제도, 왜?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에 따른 애로사항 발표자로 나선 자동차정비업체 대표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주52시간제를 준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필요할 때 노사 모두가 원하면 더 일할 수 있도록 연장근로체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호소에 중소기업계는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참석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중소기업 대부분은 위탁받아서 납품하는 협력사이고, 중소기업이 일을 많이 해야 될 시기와 좀 적게 할 시기는 물량을 주는 분(위탁 대기업)들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범법자들이 되지 않도록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추가입법이라도 해서 다시 연장해야 한다"고 거들었다.이같은 사업자 입장과 달리 노동계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재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로 예전처럼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와 근로자 건강권 침해를 꼽는다.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가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된다면 1주 6일 근무 기준 ‘최대 69시간’ 일하게 되고, 특히 연장근로가 특정기간에 집중되면 과로에 따른 질병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노사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제 유연화 내용이 담긴 ‘2023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오는 2월 중 입법예고할 예정이다.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12월 발표한 권고문대로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을 주·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현행 근로시간제도를 탄력있게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그러나 주52시간제 유연화는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 입장이 첨예한 만큼 쉽게 국회의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혁신의 열매를 따먹으려면 ‘이론적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기업 효율성과 국민 행복권을 아우를 수 있는 ‘실천적 실리’로 거대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기자의 눈] 전통시장과 상생

얼마 전 스타벅스(스벅) 코리아가 서울 경동시장에 방치돼 있던 옛 극장(경동극장)을 활용한 특화매장 ‘경동1960점’을 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한약재 시장으로 알려진 경동시장 약방거리 한복판에 ‘뜬금 없는’ 커피전문점의 등장에 시장상인은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다른 한편에선 ‘스벅이니까 가능한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골목상권과 공존을 꾀하는 색다른 시도라고 찬사를 보냈다.경동1960점은 전통시장과 상생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역사회에 긍정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 적립해 경동시장 상생기금으로 조성하겠다는 결정에서 스타벅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물론 대기업의 전통시장 진출 소식이 들릴 때마다 골목상권 침해에 따른 독과점을 우려하는 반응이 나오지만, 이번엔 환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른바 대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업고 전통시장에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시장 활성화와 상점 매출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의 기대감 때문이다. 경동시장에서 약재를 판매해 온 상인 A씨는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색했다. 폐극장을 살린 복고풍 콘셉트의 이색 매장으로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가며 중장년 세대가 주로 찾는 전통시장에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에서다.이처럼 상생을 키워드로 내걸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선 외식업체는 스타벅스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백주부’로 알려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충남 예산 지역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두 팔을 걷었다. 백 대표는 지난 10일 자체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맨날 꿈꾸고 있는 백종원의 꿈입니다"라며 지역 상생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백 대표는 2019년 예산 전통시장을 방문해 느꼈던 "지방이 이렇게 힘들어졌구나, 이러다 잘못하면 지방이 없어지겠구나"라는 절박감이 프로젝트의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더본코리아는 이미 이달 9일 예산시장 내 음식점 5곳의 문을 열었고, 앞으로 2~3개 점포를 더 선보일 계획이다. 갈수록 대기업 마트와 온라인몰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는 전통시장에 식품 대기업의 ‘상생형 출점’은 상권침해가 아니라 오히려 가뭄 속 단비 같은 동반성장 모델이란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모범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inahohc@ekn.kr

[기자의 눈] 공항면세점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대부분 참여하겠지만 열기는 예전만 못할 것 같다." 지난달 공고된 인천공항공사 면세점 입찰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번 입찰에서 임대료 방식을 ‘고정 최소보장액’에서 ‘여객당 임대료 납부’ 방식으로 변경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로 평가하지만, 중국발 코로나 이슈의 지속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입찰 셈법이 어느 때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배어있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번에 제시한 임대료 납부방식은 파격 조치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고정 임대료 납부 방식과 비교하면 여객 수 변동에 따라 기업들이 임대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면세점 기업들이 인천공항 입찰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대내외 여건은 차치하더라도 인천공항 입점의 이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과거에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기, 인천공항 입찰 열기는 시내면세점 못지 않았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와 코로나19 사태 등 잇단 악재로 방한 외국관광객이 줄어들고, 공항 면세점을 찾는 내국인도 줄었다. 최근 A면세점의 출국자 면세점 구매 전환률은 환율 여파가 더해지며 15%(올해 여름 7~8월)에서 10%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면세점 이용 증가와 환율 영향 등으로 공항면세점을 찾지 않는 여행객이 많다는 의미다. 업계는 중국 코로나 재확산세가 진정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실적 회복은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이 공항 입찰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임대료 납부 방식은 기업들이 공항 입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충분조건이다. 다만, 이런 변화만으론 입찰 참여의 필요조건에 이르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면세점업계는 당장 입찰업체 선정 이후 지불해야 하는 수천억원의 ‘보증금 납부 방식’을 현금이 아닌 보증보험증서 제시로 개선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시들해진 면세점 입찰 열기를 키우기 위해 새겨들어야 할 현장의 목소리다. pr9028@ekn.krclip20230110104231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기자의 눈] 삼성, 반도체 이을 ‘왕관의 보석’ 찾아야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9% 급감하며 5년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실적발표 전 증권사가 전망한 수치에서 2조원 정도가 사라졌다.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더 매서웠다는 뜻이다.하지만 실적은 더 나빠질 여지가 크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경기 침체 여파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절반 수준만 해도 선방한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당장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는 TV와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 부문이 부진한 와중에도 회사를 버티게 해준 효자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사업은 ‘왕관의 보석(Crown Jewel)’에 해당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을 왕관에 박힌 다이아몬드에 비유한 표현이다.하지만 반도체가 무너지자 곧바로 수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위기가 찾아왔다.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반도체 사업에 의존하면서 업황이 나빠지면 덩달아 실적이 고꾸라지기를 반복했다.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변동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됐다는 점에서 지속해 삼성전자가 지닌 약점으로 지적돼왔다.반도체를 대신할 미래의 보석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반도체 외에 마땅한 미래 먹거리 후보를 키우지 않았다.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로봇,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빅 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추진 중이란 소식만 들릴 뿐이다.경쟁사인 LG전자가 최근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점도 삼성전자를 뼈아프게 한다. LG전자가 장기간 적자를 감내하며 미래 먹거리로 키워온 전장 사업은 주력이던 가전제품과 TV에 버금가는 핵심 사업부로 커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TV 시장이 침체하며 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전장 사업이 높은 수익성을 갖추며 이를 상쇄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인수 예상 후보군에는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AI와 5G 등 다양한 기업이 오르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회장에 취임하며 새로운 사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6년째 멈춘 삼성전자 M&A 시계가 더 이상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jinsol@ekn.kr

[기자의눈] 새해 벽두부터 여야 격돌에 亂場 우려

새해부터 ‘난정(亂政)’이다. 아니, ‘난장(亂場)’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여야는 올해 첫 회기인 1월 임시국회 소집 여부부터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했다. 결국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 9일부터 30일간의 회기로 1월 임시국회가 열리게 됐다. 국회 개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1월 임시국회 모습도 불 보듯 뻔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남 탓’ 혹은 ‘상대방 깎아 내리기’를 이어가면서 또 국회는 떠들썩할 게 분명하다. 1월 임시국회를 두고 개회 여부부터 소란이 일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표 관련 ‘사법 리스크’를 막아내야 입장이다. 두 정당 모두 방어할 사안이 큰데 국민의힘은 1월 국회를 ‘열지 않아야’ 야당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1월 국회를 ‘열어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안들이다.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안보 참사’와 ‘경제 위기’에 주요 안건으로 내세워 현안 질의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부 상공보다 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비행하면서 인근 지역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내 진입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점 등으로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법리스크’를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이재명 대표 관련 여러 건의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대표는 그 중 ‘성남FC 후원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1월 국회 회기 개시 이튿날인 10일 검찰에 출석한다. 이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들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주면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60억여원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결국 여당과 야당 각각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고 봐야 할까. 여당은 야당이 단독 소집한 1월 임시국회를 검찰의 이재명 대표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로 규정하고 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당 공세에 맞대응할 수 있다. 반면 야당은 있을 수 있는 검찰의 이 대표 체포 영장에 대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안보 및 민생 관련 실정을 파고 들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까지 끄집어 내면서 ‘사법리스크’를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사건 군 당국 은폐 의혹 제기, 각 경제부처 장관 대상 경제 위기 초래 정책 실패 지적,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 등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영특함을, 검은색은 지혜를 상징한다. 한 해 동안 지혜롭고 영특하게 경제 위기나 민생 안정 등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국회는 아직도 ‘눈 먹던 토끼 얼음 먹던 토끼’가 제각각 서로 물고 뜯으면서 민의의 전당조차 각자 편리한 대로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난정, 아니 난장이다.오세영 기자수첩

[기자의 눈] 기후위기 대응 큰 흐름 속에 디테일도 주목해야

화물연대 파업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같이 삶의 치열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움직이는 환경운동가라면 고민해봤을 이야기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다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모임에 참석했더니 노동시장 불평등을 기후위기보다 당연히 더 중요한 문제로 다루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아직 내일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겐 먼 미래의 일로 보일지 모른다. 당장 기후재난이 닥쳐야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기후현상을 과장하고 기후위기로 확대 해석하려는 유혹에 끌리기 쉽다. ‘기승전 기후위기’로 이어지는 논리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큰 흐름은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명분에 주목하면서도 정책 기반을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고 평가받았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보급은 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사회적 비용에 대한 반작용도 예상된다. 올해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재작년의 반 토막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 속에 전기요금의 일부인 기후환경요금으로 4인 가족 기준 매달 약 3000원씩 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에서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은 저탄소 생활 실천이 필요하다고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발전기금을 부과하는 것에 얼마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월 500∼1000원 정도 감당 가능하다고 가장 많이 답한 바 있다. 이미 기후환경요금으로 1000원보다 많이 내고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기후환경요금에는 배출권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도 포함된다. 앞으로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기후환경요금 인상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요금이 만원 단위로 오른다고 해보자. 가뜩이나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 국민들은 만원 단위의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유럽연합(EU) 등에서 탄소국경세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압박하기도 한다. EU 입장에선 국내 상황은 너희들 사정일 뿐이다. 해외에서 오는 주장이 반드시 정당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선 사람들이 이같은 EU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용하기도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에만 얽매이면 점점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디테일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출산율 정책, 양육 환경 조성에 맞춰야

2016년생 아들을 두고 하루하루를 염려와 고민으로 보내고 있다. ‘매운맛’의 시작이라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보니 돌봄 문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어서다. 수월한 양육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자 사립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어 봤지만, 합격자 명단엔 들지 못했다. 선택할 여지 없이 국·공립교로 입학하게 됐다. 차선책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제도인데, 문제는 제한된 연령과 수급 불균형으로 ‘돌봄에서 탈락했을 시’를 경우의 수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아빠의 육아휴직 찬스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의 육아휴직에 어색해 하는 사회와 기업 문화에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보니 아빠는 아빠대로 아내와 자식에게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주변 선배 육아맘들에게 이 고민을 토로한다. 이들은 답한다. ‘돌봄 테트리스로 골머리를 앓느냐, 일을 그만두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라고. 결국 대한민국 많은 부모들이 나라의 일꾼이며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큰 역할을 하는데도 매일 죄책감과 미안함이라는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목도한 많은 2030대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한다. 한편에선 비혼 선언도 속속 이어진다. 이는 출산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2분기엔 0.75명까지 급락, 꼴등 나라가 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연평균 3.1% 줄었다. OECD 37개 국 중 급격한 감소세다. 과거 여러 정부들이 이를 해결하겠다며 예산 투입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다. 출산에만 초점을 맞춰 돈을 쏟았지 양육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이나 기반 마련엔 고심하지 않았기 탓이다.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옛말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양육을 위해선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 안정된 양육 환경이 조성된다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를 설치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지원 방침을 내놓고 있다. 어떠한 정책이든 부디 많은 부모가 돌봄 테트리스 혹은 퇴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첫걸음을 축하하며

서유석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별도의 취임식은 없었다. 금융투자업계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 업무를 이어 받은 만큼 거창한 취임 행사를 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테다.금투업계의 시선은 서 회장에게 쏠려있다. 당장 증권사 자금 경색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하는 상황이다.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안착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 후속 논의, 대체거래소(ATS) 거래대상 확대 등도 시급하다. 금투협을 비롯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달 ATS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설립하고 예비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내용은 서 회장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금투협 회원사들은 그간 협회의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원사들이 서 회장을 적극 지지한 건 증권사와 운용사를 두루 경험한 만큼 업권 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인사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65.6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금투협 정회원사(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부동산신탁회사)들이 판단했을 때 모두를 아우르는 후보였다는 셈이다. 소통은 서 회장은 본인이 내세웠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업무 첫 날부터 그 모습을 보여줬다. 층별 협회 직원들을 찾아 인사를 나눴고, 기자들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응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당선 소감에서 "생각지도 못한 높은 지지율이었던 것 같다. 감사하다"며 "우리 업계에서 그만큼 통합과 화합이 필요하다는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업계의 그런 바람을 제가 온몸으로 받아서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협회가 회원사의 ‘청지기’라고 칭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자신의 공약대로 회원사와의 교감과 업권별 균형감 유지, 강력한 업무 추진력을 바탕으로 ‘금투업계의 청지기’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yhn7704@ekn.kr

[기자의 눈] K-바이오 경쟁력,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새해에 경기도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미래성장산업국’을 신설하고, 산하 조직으로 ‘반도체산업과’, ‘첨단모빌리티산업과’와 더불어 ‘바이오산업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 국정과제인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신설’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소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가 바이오산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 부서 신설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특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총 25개의 ‘지역 바이오클러스터’를 활성화하고, 지역 바이오클러스터간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융합산업이라는 특성상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 형태로 모여 있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계 1위 바이오클러스터라 불리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과대(MIT)를 ‘앵커(주축)기관’ 삼아 형성돼 있고,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기업 ‘모더나’를 비롯해 수백 개 바이오텍의 본사들과 화이자·존슨앤존슨·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의 거점연구소들이 포진해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 송도가 지역 바이오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연구개발(R&D)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송도세브란스병원이 착공식을 치르는 등 송도에 바이오 대기업·스타트업·대학·병원 등 바이오 클러스터 윤곽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인천 송동 외에도 충북 오송, 전남 화순, 강원 원주 등 다른 지역 바이오클러스터도 해양바이오·의료기기 등 특화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보스턴 같은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역별 바이오클러스터를 연계한다면 글로벌 클러스터에 견줄 수 있는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선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촉매제 역할을 했던 미국 메사추세츠 주정부가 설립한 ‘메사추세츠 생명과학센터(MLSC)’ 등 해외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전국 25개 바이오클러스터 가운데 운영이 부실한 곳은 과감하게 ‘재정비’하는 혁신 처방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kch0054@ekn.kr김철훈 유통중기부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해도 너무한 국민연금…과도한 기업경영 참여

KT 이사회가 결정한 구현모 대표의 연임안에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었다. 처음에는 현직 대표에게 우선 심사 자격을 주는 것이 부당하다고 하더니, 막상 경선을 통해서도 구 대표가 선임되자 이번에는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며 지적했다. 결국은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국민연금의 잇단 제동으로 KT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애당초 옵션에도 없던 경선까지 만들어 국민연금 면을 세워줬는데, 또다시 제동을 건 것은 누가 봐도 ‘초강수’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정권이 바뀐 만큼 아예 작정하고 최고경영자(CEO)를 갈아치우려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T가 CEO 선임 때마다 외풍(外風)에 시달렸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내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될 것을, 굳이 반대 입장을 잇달아 표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KT 이사회는 물론이고 다른 주주들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대놓고 후보가 탐탁지 않다고 공언한 마당에,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다른 주주들이 국민연금 뜻에 반하는 표를 던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KT뿐만 아니라 포스코, 금융지주 등의 CEO(최고경영자) 선임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경영권 행사에도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노후 자산 9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기준은 무엇인가. 국민연금의 말처럼 구 대표의 연임을 ‘황제 연임’이라 할 수 있나. 구 대표는 이사회가 정한 절차를 거쳐 정통 KT맨으로 CEO자리에 오른 인물로, 기존의 ‘회장’이라는 직함도 내려놓은 주인공이다. 통신주가 줄줄이 하락장을 맞이한 때에도 KT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 구 대표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시장의 선택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국민연금의 셈법에 여러 잡음이 따르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어깃장으로 차기 대표 선임이 미뤄지면서 KT의 경영 환경도 안갯속에 빠졌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임원인사를 못했고, 그에 따라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KT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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