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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독과점, 주인 없는 기업...금융당국의 비난은 타당하지 않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1 14:43

나유라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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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금융권이 어수선하다. 작년 말부터 금융지주사 CEO 연임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금융당국이 이제는 그 화살을 은행권과 이사회로 돌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마저 금융지주사를 ‘주인 없는 회사’라고 규정하며 지배구조 선진화를 언급했다.

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를 향해 ‘거수기’라고 비판하며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각 은행 이사회와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하는 등 일명 ‘소통’을 정례화한다고 나섰다. 여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 규모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렇듯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향해 비난 아닌 비난을 서슴지 않다보니, 은행권의 독과점을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예고는 오히려 점잖게 들릴 정도다.

당국이 왜 금융지주사를 향해 분노하게 됐는지, 비난에 숨은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알 길이 없다. 당국은 금융지주사의 모든 행위에 반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신한·K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이른바 5대 은행과 4대 금융지주를 옥죄면 그것이 현 정부의 지지율에도 긍정적이라는 ‘오판’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과 같은 신한, KB, 우리,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길들이기에 대한 근거가 조금도 타당하지 않다는데 있다.

우선 ‘주인 없는 회사’라는 명칭이 그렇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금융지주사의 주인 역시 주주여야 마땅하다. 금융지주사, KT, 포스코와 같은 기업은 엄밀히 말해 오너가 없는 회사,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라고 불러야 타당하다. 은행이 독과점 행태를 하고 있다는 당국의 발언도 물론 동의하기 어렵다. 요즘과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아직도 금융소비자가 은행의 약탈적 영업행위에 휘둘리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1명당 1곳만 가입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와 달리 은행의 경우 금융소비자 1명이 다수의 은행 계좌를 보유할 수 있다. 통신사의 경우 알뜰폰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현재 이용 중인 통신사를 해지해야 하지만, 금융사는 다르다. 금융소비자는 조금만 눈품, 발품을 팔면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주는 금융사를 여러 개 이용할 수 있다. 당국이 5대 은행을 ‘독과점 영업’이라고 규정하는 사이 이미 금융소비자들은 시중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다수의 금융사 앱을 이용 중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거시적인 관점으로 은행들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비난할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당국 행태는 오너 없는 금융사에 당국이 오너로 군림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금융사를 경영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금융사들이 취약계층을 위해 단기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취약계층이 자립심을 갖고 어엿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가 있는 것"이라는 금감원장의 발언 역시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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