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취임 2년 차 국정 다잡기에 본격 나섰다.각 분야 ‘이권 카르텔’ 척결 등을 위해 고강도 사정(司正)에 착수하는 한편 환경부 등 각 부처 1급 이상 간부 일괄 사표 등 방식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태풍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 등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6명을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부처에 차관으로 파견, 대대적인 국정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김홍일 신임 권익위원장과 지난주 임명된 신임 차관급 인사 13명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한 뒤 점심을 함께 했다.윤 대통령은 이 오찬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반(反) 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이도운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지난 29일 차관 임명 발표 당시 오찬 때에 이어 신임 차관에 재차 당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사회를 외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은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이고,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은 부패한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윤 대통령은 "헌법 정신에 충성해달라"며 "내정도 외치도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이어 "국가와 국민, 헌법 시스템에 충성해달라"며 "이는 말을 갈아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 정신에 맞게 말을 제대로 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또 "정부 조직이든 기업 조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인사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아울러 "산하단체와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평가를 늘 정확히 해달라"고 덧붙였다.이날 오찬엔 지난달 개각으로 임명된 ‘윤심’ 차관들은 김완섭 기획재정부 2차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오영주 외교부 2차관,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등이다.이 가운데 조성경 1차관(과학기술비서관), 임상준 차관(국정과제비서관), 김오진 1차관(관리비서관), 백원국 2차관(국토교통비서관), 박성훈 차관(국정기획비서관) 등 5명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비서관 출신 각 부처 파견 차관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 5월 10일 임명된 강경성 산업부 2차관까지 포함하면 모두 6명이다. 윤 대통령은 비서관 출신 신임 차관들과 최근 엿새째 무려 5차례 자리를 함께 하며 일정 정책 실행 현장으로 하방(下放)하는 차관들에게 각종 주문들을 쏟아냈다.윤 대통령은 신임 차관 임명 전날인 28일 비서관 출신 차관들과 별도 만찬을 가진데 이어 임명 당일엔 오찬 및 오후 간담회, 이날 임명장 직접 수여 및 오찬까지 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신임 차관들은 윤 대통령과의 오찬 직후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집권 2년 차를 맞아 속도감 있게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윤 대통령은 지난 주 대통령실 출신 신임 차관들과 만나 "대통령이 아닌 헌법에 충성하라",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 "국가와 국민이 유일한 정책 판단 기준이다. 판을 바꾸시라" 등 취지의 당부를 했다. 특히 임명 당일 오찬에선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를 가차 없이 엄단하라"고 주문했다.윤 대통령은 "정당한 보상으로 얻어지는 권리와 지위가 아닌, 끼리끼리 카르텔을 구축해 획득한 이권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이를 깨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자 국민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이런 카르텔을 제대로 보지 않고 외면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봐야 다 허무맹랑한 소리밖에 안 된다"며 "이권 카르텔들이 달려들어 정책을 무너뜨리고 실제 집행되는 과정에서 엉뚱한 짓을 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윤 대통령은 "공직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며 "부당하고 불법적인 카르텔을 깨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윤 대통령은 또 감사원의 공직사회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자 감사관 증원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감사원과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6년 이후 이뤄지지 못했던 감사관 증원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전해졌다.관가에서는 감사원이 7년 만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공직사회 안팎의 이권 카르텔 타파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현재 감사원 총원은 1080명이며 이 가운데 900명 가량이 감사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감사원은 감사관을 50명 이상을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최종 증원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일부 부처 1급 고위공무원들이 일괄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1급 사표 제출은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이어 "해당 부처는 장관 직권으로 인사 쇄신 차원에서 1급 공직자들 사표를 받은 것"이라며 "차관 인선 발표로 후속 절차가 잠시 보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claudia@ekn.kr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