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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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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택 정책 ‘분양→임대’…엇갈리는 부동산 시장 반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4 15:20

내년도 국토부 예산, 분양 지원 70% 감축·임대 출자 182% 확대

전문가 “세입자 보호엔 긍정적…청약 경쟁 심화·시장 불안 우려”

“공급 실패 반복한 역대 정부…임대 확대는 정상화 과정”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임대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해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다면서도 집 값 안정과 부동산 경기·내수 진작을 위해 분양 시장 활성화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4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주택 공급 기조를 '분양 축소·임대 확대'로 공식화했다. 분양 지원 예산은 대폭 줄이는 대신 공공임대와 매입임대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렸다.


구체적으로 분양 주택 지원금은 올해 1조4741억 원에서 내년 4295억 원으로 70% 이상 깎았다. 반면 임대주택 출자금은 2조9429억 원에서 8조3274억 원으로 182% 늘렸다. 다가구 매입임대 예산도 2731억 원에서 5조6382억 원으로 20배 가까이 증액했다. 분양 대신 임대 확대라는 기조가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청년층의 주거 복지 확대 기대감도 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기회 축소, 매매시장 불안 가능성 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이번 정책을 두고 “임대주택은 세입자에게 안전벨트 같은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분양 지원 축소는 청약 대기자에게 불리하고 매매시장에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사실상 주거 안정에 방점을 두는 대신 시장 안정은 뒷전으로 미룬 셈"이라고 지적했다. 즉 저소득층 세입자에게는 주거 복지가 확대되는 반면, 무주택 실수요자는 청약 기회가 줄어드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양 지원이 줄면 공급 물량도 축소된다. 당첨 가능성은 낮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신규 분양이 위축되면 매매시장 공급이 부족해지고, 결국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정책 방향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임대 확대는 이재명 정부 공약의 연장선으로, 전월세 안정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처럼 당장 전세나 월세를 구해야 하는 계층에는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분양 위축으로 집 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윤 랩장은 “분양이 줄면 내 집 마련 경쟁이 심화되고 매매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장기적으로 임대가 분양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주택만 늘리면 당장은 안정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청약 경쟁이 심해지고 가격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임대를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균형이 잡힌다는 설명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전세 중심의 주택 시장 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꿔 가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전 세계에서 전세 제도가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고, 그간 갭투기를 부추겨왔다"며 “임대 확대는 선진국형 주거 안정 모델로 가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전세라는 특수한 제도가 투기를 키워온 만큼 이를 줄이고 월세·임대 중심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공공임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기업형 임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병행해야 월세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의 공공임대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민간 시장까지 함께 참여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역대 정부의 공급 대책 실패를 거론하며 임대 확대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내놨다. 최 교수는 “역대 정부가 공급 대책을 수차례 내놨지만 성과는 미미했다"며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는 노태우 정부 시절 1·2기 신도시"라며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때도 공급 대책은 쏟아졌지만 실제 공급된 물량은 10%에 불과했다. 이번 임대 확대 정책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과거의 실패를 넘어 공급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임대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분양 축소로 인한 청약 경쟁 심화와 시장 불안 가능성도 있다"면서 “임대·분양 균형을 어떻게 잡고 현장 집행력을 담보하느냐가 정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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