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한국 코스피를 포함해 신흥국 증시가 내년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증시 반등의 폭과 상승 기간, 그리고 강세를 보이게 될 지역 등을 둘러싼 의견들은 미 월가에서 서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번 주 초 기준, 올 들어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7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유출이 일어났고 증시 시가총액은 2조 1000억 달러 가량 증발했다. 그 결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EMI)는 올해 30% 가까이 급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글로벌 증시에서 자금 이탈이 일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을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20% 넘게 빠졌고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의 하락율은 30%에 달한다. FT는 한국, 대만, 중국 등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가팔랐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영향에 따른 아시아 전 지역에서의 성장 압박, 반도체 수요 둔화,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 월가 금융권에선 신흥국 증시가 내년엔 반등이 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MSCI EMI가 내년 6월까지 14%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조나단 가너 아시아 및 신흥시장 전략 총괄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가장 길었던 약세장 이후 새로운 사이클의 초입 단계에 와있다"며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 다시 진입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신흥국 시장 중에서 한국과 대만을 가장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그동안 코스피와 가권 지수가 짓눌렸지만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내년 6월까지 코스피와 가권 지수가 현 시점 대비 각각 21%, 24% 가량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중국 증시와 관련해 신흥국 증시 반등에 수혜를 어느 정도 입겠지만 상승장을 주도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지정학적,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와 정 반대되는 전망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MSCI EMI가 향후 12개월에 걸쳐 15% 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본 데 이어 신흥국 증시가 고르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증시 바닥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일관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어적인 포지셔닝을 권장한다"며 한국과 대만보단 중남미 증시를 더욱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가격 안정세, 고금리, 중국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 등이 주요 이유로 지목됐다. 실제로 원자재 강국인 중남미 국가들은 식품, 연료 등의 가격이 오르자 상당한 수혜를 입어왔다. 그 결과로 MSCI 신흥시장 남미 지수는 올 들어 2% 넘게 올랐고 브라질 증시는 올해 상승률이 10%에 육박한다. 또 브라질 증시에서 시총 1위인 에너지공기업 ‘페트로브라스’ 주가는 13% 가량 상승했다. 일부에서는 각 지역별 전망보단 연준의 통화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증시의 터닝 포인트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가 나오는 시점"이라며 "이것이 증시 상승을 이끌어낼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미 월가 황소상(사진=AP/연합)